두 주 전 계족산에 갔었습니다.
죽림정사 쪽에서 봉황정이던가요, 정자가 있는 곳으로 해서 산성까지 다녀온 산행이었습니다. 죽림정사에서 봉황정까지는 아주 가파른 돌계단 길이었습니다. 숨이 턱에 닿아 주변을 돌아다 볼 겨를도 없이 헉헉거리며 올라가고 있었는데 한 순간 제 눈에 경이로운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아시겠지만 그곳은 지난해 큰 산불이 난 지역입니다. 많은 나무들이 숯덩어리가 되었고 또 많은 나무들이 화상을 입은 모습으로 남아 산불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불에 타 나동그라진 나무들도 마음을 상하게 했지만 겉이 새까맣게 타거나 그을린 채 꼿꼿하게 서있는 나무들의 모습은 너무 처연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입니까. 봄이 되었어도 새순을 피워내지 못하는 화마의 흔적이 잔인하게 남아있는 나무들 아래 진달래가 점점이 피어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보다 두 주전에도 똑같은 장소에 갔었는데 다시는 생명있는 것들이 발붙이지 못할 것 같았었습니다. 한데 꽃이라니, 그 질긴 생명력에 감탄을 하고 말았습니다. 타다 만 나무들의 검은 빛깔과 대비되어 꽃빛깔은 더욱 선명하게 빛이 났습니다.

요즘 지역언론이 많이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요. 대전언론연구원이 발족한 것도 지역의 척박한 언론 환경에 작은 디딤돌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그러한 각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들이 제트 엔진을 단 것처럼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지역언론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조금은 둔감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주변의 여건이 나빠진 것도 물론 부인할 수 없습니다만 소용돌이치는 변화를 미리 읽어내지 못한 결과가 오늘의 현실을 초래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언론은 위험이 닥쳐오려 할 때 호루라기를 불어 이를 경고해야 하는데 자신에게 닥치는 위기는 미처 못 본 것이지요. 아니면 보고도 갖가지 이유를 내세워 애써 외면했는지도.

디트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잠자고 있을 때도 깨어서 호루라기를 불 준비를 하고, 모두가 죽었다고 돌아서는 황무지에서도 꽃을 피워내겠다는 그런 다짐을 할 수 있는 모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대전일보 김선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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