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투명한 행정을

″오늘 회의는 비공개입니다. 나가 주십시오″
2일 오후 3시 대전시청 10층 중회의실에서는 원도심활성화 자문위원회가 개최됐다.
하지만 다른 회의와는 달리 이날 자문위원회가 비공개로 진행됐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안이 언론에 발표될 경우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될 우려가 있어 다른 기자들한테도 이미 양해를 구했습니다. 죄송하지만 나가 주십시오″

″원도심활성화와 관련된 조례안을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내용이 나가면 혼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 달 안에 입법예고 예정이며 그때 되면 모든 것을 공개 할 테니 그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대전시 도시개발과장은 비공개 이유에 대한 설명과 함께 정중히 양해를 구하는 듯했지만 사실 그 말은 이제 그만 나가라는 명령(?)이었다.

대전시의 주간행사 일정에 잡혀있는 행사가 비공개로 진행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또, 하루에도 수 천명이 오가는 대전시청 입구에 설치된 오늘의 일정란에도 커다란 글씨로 자문위원회 일정이 명기되어 있어 행사가 비공개라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열린 투명행정과 원도심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운바 있다. 그럼 이날 회의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한 것인가?
조례제정은 누구를 위한 것이며 누구의 의견을 들어 만들어야 하는 것인가?
행정부시장을 비롯한 공무원과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25명이 동구, 중구의 운명이 걸려있는 중요한 사안을 결정한단 말인가?

대전시는 그동안 시민여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밀실행정으로 많은 예산을 낭비했다.
최근 과학공원과 대전시와의 사이에 갈등이 촉발된 계기도 10월 열린 첨단문화산업단지 조성 용역결과 보고회에서 노조원들의 참관을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표면화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천변고속화도로 지상화, 지하화 논란도 엄밀히 따지면 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밀실행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천변고속화도로의 건설과 관련해서도 많은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이 주장한 지하화가 홍선기 전 대전시장과 몇몇 대전시 공무원에 의해 지상화로 추진됐다. 하지만 불과 3년만에 지상화가 지하화로 바뀌며 300억 이상의 추가 비용이 소요되게 됐다.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시민들이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자문위원회라는 것은 전문가들로부터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많은 의견을 듣기 위함이다. 그런데 지적이 무서워 비공개로 진행한다면 자문위원회는 본질을 망각한 회의일 뿐이다.
원도심 활성화는 동구, 중구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전시 전체의 발전과도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모든 대전시민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이런 중요한 사안에 대해 언론의 비판과 시민들의 질타가 무서워 비공개로 정책입안을 추진하는 것은 대전시가 아직도 밀실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때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전시의 정책결정에 있어 과연 시민들에게 어떤 이로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한다.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몇 명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기보다는 시민들과 각 분야 전문가들의 많은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말로만 열린 행정이 아니라 시민들의 조그만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열린 행정'은 언제나 실현될 지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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