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예술발전 공청회′


11일 열린 자리는 외견상으로는 흔히 보아오던 썰렁한 공청회와는 사뭇 다른 진지한 분위기로 시작됐다.
공청회가 진행된 대전시청 세미나실에는 자리가 모자라 뒤편 의자까지 끌어당겨 앉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고 애초에 정한 2시간30분여의 시간을 한시간이나 넘길 정도로 토론자와 참석자 간 많은 이야기가 오고간 자리였다.

그러나 외견적인 모습과는 반대로 내면적으로는 그렇지가 않았다.
라는 큰 주제아래 '공연예술'이라는 단어가 가진 추상성 때문인지 주제발표를 맡은 세 명의 발표자들은 방대하다 할 만큼 너무나 폭넓은 주제에 대해 원론적인 의견을 제시했고 6명의 토론자들 역시 각 부분적으로 비판이나 대안을 내놓았으나 결국 하나의 통일된 주제 아래 심도있는 토론이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또한 이날 공청회는 대전시가 최근 실시한 시민 문화의식 설문조사를 근거로 한 '대전예술발전 방향'이 주 테마였으나 시립예술단의 독립법인화 문제와 내년 건립예정인 예술의 전당 사용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을 이루는 등 주제와는 동떨어진 부분이 없지 않았다.

게다가 마지막 토론자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이러한 분위기마저 방청객들의 빗발친 항의성 질문으로 끊기고 말았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미술협회, 문인협회 회원 등 예총 산하 민간예술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공청회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주제와 상관없는 발언과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입장만을 내세우는 성숙되지 못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발표자에게 발언권을 주고 토론을 원활하게 이끌어나가는 사회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해없이 갑자기 뛰어들어 입장을 설명하는 담당 공무원의 태도는 더욱더 상식이하였다.

물론 공무원으로서 첨예한 대립과 오해로 과열된 참석자들에게 시의 입장을 전달해야 하는 책임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을 넘겨가며 나누고 있는 대화가 주제와 상관없는 것이라면 오히려 이들을 제지해 제대로 된 공청회 자리가 이루어지도록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월권을 행사하며 입장설명에 급급한 모습은 분명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한 행동이었다.

사실 이날 공청회 자리에는 물론 극소수였겠지만 일반 시민들도 참석했다. 이들의 주 관심사는 아마도 공연을 만들어 가는 예술인들 못지 않게 이를 관람하는 시민들이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보다 더 지역 내에서 양질의 공연, 더 나은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는 그러한 논의의 장이기보다는 기본적인 준비와 자세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참석자들의 입장 밝히기에 급급했던 자리라는 생각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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