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

한동안 온 나라를 들끓게 하던 이라크전쟁 파병 동의안이 기어이 국회를 통과했다. 온 세계가 '미국의 일방적인 침략'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더러운 전쟁에 대한민국이 참전하게 된 일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참담하다. "앞으로 세계질서도 명분에 의해 움직여가는 시대가 와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 아직은 명분이 아니라 힘의 질서가 국제질서를 움직이고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통곡보다도 더 처절한 약소국가의 서러운 한탄으로 들려온다.

북한 핵문제를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결국 힘센 나라 미국의 뭇매가 두려워서 이치에도 안 맞는 짓거리를 하고 만 셈이다. 인류의 역사가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발전되어왔건만, 아직도 '힘의 논리'에 지배되어 참혹한 살육을 먹고 흘러가는가. '전쟁은 무조건 싫다'는 원초적인 인간의 갈망이 여전히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야만의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 문득 서글프다.

어쩔 수없이 우리의 자식들이 실체도 의심스러운 '국익'이라는 실리를 위해 명분 없는 남의 나라 전쟁터로 가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더욱 냉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몇 주간 나라 안팎을 뒤흔들었던 파병 찬반의 논쟁이 더 이상 증폭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의 입장도 깡패에게 휘몰려 어쩔 수없이 당하는 심정인 국민들의 심정과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 지금, 우리는 좀더 슬기로운 대응에 나서야 할 때인 것이다.

지금 미국이 분명히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파병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니, 머지않아 한국군이 이라크전쟁터로 가게 될 것이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결코 흔쾌히 군대를 보내는 입장이 아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최소한 80% 이상의 압도적인 국민들이 이라크 전쟁을 미국의 침략전쟁으로 생각하고 있다. 결국 추악한 침략전쟁에 할 수없이 자식들을 보내는 한국의 부모들은 완력에 눌린 자의 억울한 심사를 갖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한반도 문제는 이라크와 다르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라크를 파멸시키고 난 뒤, 채 식지도 않은 뜨거운 총구를 한반도로 옮겨와 어찌해볼 심산을 가져서는 안 된다. '미국은 힘이 세니까 정의롭다'는 해괴한 논리로 미국의 민심을 오도하고 있는 보수언론들의 말에 따라 '북한을 폭격하고 어쩌고'하는 시나리오를 들고 설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오만 방자한 행위야말로 미국이 이 지구상에서 가장 더러운 나라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깨달아야 한다.

한국이 이라크전쟁 파병을 결정한 이면에는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애절한 염원이 있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절박한 희망에서 팔 다리를 잘라주는 희생을 감수하려는 한국국민들의 거룩한 뜻을 부디 소홀히 여기지 말라. 아무리 이 지구상에 여전히 '힘의 논리'가 지배의 큰 틀을 휘어잡고 있다고 해도,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는 또 하나의 섭리가 지배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언젠가, 제국주의에 함몰되어버린 미국의 양심을 두드려 깨울 그 날에, 비로소 지구촌에 평화의 새벽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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