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시인할 줄 모르는 공직자

"입지도 잘못되고 현실에 맞지도 않고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할 판입니다. 그렇지만 시민의 세금을 들여 만든 것을 부술 수도 없는 일이고..."

"입구 1개로 180대 버스가 어떻게 들어갑니까? 단 한차례라도 버스 업계의 말을 들은 적이 있었으면 이런 일까지는 오지도 않았습니다"

"(공영차고지에)들어오면 오고, 오기 싫으면 그만 두라는 투입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단 한차례라도 들었답니까. 입구에서 사고나 고장 날 경우 버스가 들어오지 못하는 대형 사고는 누가 책임집니까"

대전시가 6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만들고 있는 구도동 공영차고지 사업에 대한 대전시의회 황진산 부의장과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던 버스 기사와 버스 업계 관계자가 한 말들이다. 종합하자면 버스업계의 의견을 듣지 않은 결과 현실과는 한참 동떨어진 공영차고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의 지적임에도 불구하고 대전시 공영차고지 담당 공무원은 '잘못 된 것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더욱이 교통국장이 "버스업계의 의견을 듣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무자는 여전히 "잘못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내 버스가 U-턴해야하는 초유의 공영차고지를 만들었음에도 충돌의 위험을 안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신호를 지키지 않는, 법을 지키지 않은 사람들의 잘못이라는 이해 못할 대답이다. 오히려 버스 업계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역성이다. 문제점을 지적하는 업계는 1곳에 불과하니 모든 버스 업계의 얘기를 다 들으면 행정 추진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한다.

시의원이나 버스 기사, 버스 업계의 목소리가 절대 '참'은 아닐지도 모른다. 또한 이들의 목소리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점이 도출된 만큼 최선의 해결 방안을 찾아내자는 것이다.

잘 못을 인정했을 때 비로소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논리를 이 공무원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잘 못했다'고 말할 때 '문제 없다'고 말하는 공무원. 소신을 지키는 공무원의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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