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천장(五監千長)'을 아십니까?


"말은 못하겠고, 아주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죠. 충남교육을 위해서 뭔가 새로운 전기가 마련돼야 할 텐데, 걱정스러울 따름입니다." 강복환 교육감이 구속된 이래 충남교육계는 전전긍긍이다. '옥중결재'라나 뭐라나, 독립운동 하다가 영어의 신세가 된 귀하신 몸도 아니고...하여간 이래 저래 우습게 됐다. 귀동냥으로 들려오는 검찰의 수사 얘기, 언론을 통해서 나온 이런저런 너저분한 뒷말들이 지역사회를 진동시키고 있는 가운데 일은 정말 요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어쨌든 말이 안 된다. 교육감선거의 결선투표를 빌미로 각서가 오가고, 인사문제를 놓고 돈이 왔다갔다했다는 혐의 따위는 재판의 판결문과 아무 상관없이 충분히 불명예의 극치다. 다른 곳도 아니고, 바로 교육계 지도층에서 일어난 협잡이라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이래저래 교육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쩌다가 꼴뚜기가 분탕질 친 어물전 신세로 무참한 판국이다. 어찌해야 할 것인가. 신문·TV 보기로야 아이 어른이 따로 없는 세상에서 물정 샅샅이 아는 아이들 앞에 상황을 무슨 말로 에둘러야 할까 걱정이 태산인 판이다.

교사들 '학생들에 무슨 말 할까' 걱정

일이 이쯤 되고 보니, 이런 말 저런 말 별말이 다 튀어나온다. 그 중에도 교육감이 선출로 뽑히는 일이 있고 난 이래로 날로 심화되었다는 파벌 당파의 세력다툼은 들어볼수록 가관이다. 사색당파가 무색하도록, 단순히 물고 뜯기 정도가 아니고, 죽기살기를 방불케 해왔단다. 어쩌다 줄 잘못 선 교육공무원은 당장 인사에서 물먹기 일쑤고, 줄 잘 선 사람은 깜냥도 안 되는 위인들이 과분한 자리를 무시로 넘나든단다. 미상불, 순간의 선택이 천당과 지옥을 가름하는 꼴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는 어디에나 파벌이 있고, 패거리도 있기 마련이다. 유독 지연·혈연·학연에 휘둘리는 일을 스스럼없이 여기는 풍조가 무단히 통용되는 사회가 우리 대한민국이다. 그 중에도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이전투구와 유치한 샅바싸움은 온 국민이 신물을 내는 골칫거리 중의 하나다. 문제는 바로 그런 정치판의 흙밭다툼이 교육계에서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쯤 되고 보면, 교육감을 선거로 뽑아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의 교육자치를 이뤄낸다는 달콤한 이상은 애당초 물 건너간 느낌이다.

'선거 줄 서기' 관련, 교육계 파당폐해 심각

교육인적자원부가 나서고, 교원단체가 들고나와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교육감 선거의 결선투표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에는 잡음이 별로 끼어 들지 않는다. 그러나 과점 주주들의 독식이 가능한 현재의 선거제도를 주민직선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일부의 결론에 대해서는 또 다른 문제점이 엿보인다. 교육계 인사들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은 일반 유권자들이 무엇을 기준으로 교육감 후보의 됨됨이를 판단한다는 말인가. 자칫 잘못하다가는 인기투표로 빗나가거나, 정치적 오염으로 엉망이 되기 십상이 아닐까.

학자들 중에는 선진국의 예를 들어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의 러닝메이트로 교육감 후보들을 진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분들이 있다. 명실공히 교육자치를 지방자치에 접목하자는 이야기인데, 아직 현실여건에 맞지 않는 점이 많은 주장이기는 하지만, 그 뜻만큼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아무튼, 교육감 선거를 둘러싸고 왔다갔다했다는 각서가 매관매직으로 이어진 끔찍한 혐의가 드러난 사건의 그늘에, 보이지 않는 교육계의 썩은 풍토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는 측들이 많이 생겨난 것은 사실이다.

'오감천장(五監千長)' 부디 참말이 아니길

그랬는데, 차마 듣지 말아야 할 고약한 이야기를 하나 들었다. 선생님들 사이에 오감천장(五監千長)이라는 희한한 사자성어가 나돈단다. 그 뜻이 무어냐고 물어봤더니, '교감이 되려면 오백만 원, 교장이 되려면 천만 원'이라는 뜻이란다. 구정물이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되, 부디 참말이 아니기를 바란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가납사니들이 마구발방 지어낸 허언이기를 제발 바란다. 아무리 '뇌물공화국'이라는 오명 속에 살고 있어도, 우리가 영원히 포기하지 말아야 할 교육이념 안으로 그런 좀 벌레들이 파고들지 않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강복환 교육감 구속사태가 몰고 온 충남교육계의 흔들림은 그냥 미봉책으로 묻어버리면 되는 단순한 악취가 아니어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지, 교육계 뒤꼍에서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를 추악한 뒷거래를 종식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선거에서 선택한 줄이 어느 것이었는지를 가려서 천당행 지옥행 열차를 갈라 태우는 몽매한 짓거리가 계속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그래서 '잡은' 쪽에서 '줄 잘 선' 사람들과 끼리끼리 편먹고 자리를 암거래하는 흉측한 사단도 없어져야 한다. 오늘을 도무지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위선자들의 깊은 각성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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