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 행정’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자치단체가 필요도 없는 공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전시 중구 유천 2동 현대 아파트 맞은편의 보도와 함께 조성돼 있는 자전거 도로를 헐어내고 똑같은 도로를 다시 깐다는 것이었습니다. 연말이면 등장하는 ‘보도 블럭 까 제끼기’가 분명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주민들이 낭비 공사라고 주장하고 있는 유천동 자전거 도로 공사 현장.

약 300m의 인도는 가운데가 이미 파여 있었습니다. 반듯하게 잘라진 것이 이전에 자전거 도로임을 연상케 했습니다. 이날 아침 30mm에 정도의 비가 오며 파헤쳐진 부분에는 물이 차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돌로 징검다리를 놓아 상가 쪽과 도로 쪽을 오가는 불편함을 겪고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불편은 참을 수 있지만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엄한 곳에 돈이 쓰인다는 사실에 분개했습니다. 업자와 한 통속이 돼 수의 계약을 맺어 필요없는 사업을 한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그 돈으로 인근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주민들을 취로 사업에 동참시켜 추석을 쇨 수 있게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1주일이나 지난 사업이었지만, 인도는 전부 파헤쳐져 있었지만 지금이라도 막을 수 있으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청에 확인한 결과 주민들이 지적한 사업은 주민들의 주장대로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보수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사업비 2천여만원이 투입됐고 1주일간 사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구청 관계자는 자전거 도로의 훼손도가 심해 보수를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구청 직원은 주민들이 제기하고 있는 ‘연말 예산 소비하기’는 절대 아니라며 펄쩍 뛰었습니다. 요즘은 그런 세상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 근거로 이번 보수 공사는 이미 2개월 전에 계획이 됐으며 ‘보도 보수’로 책정된 약 3억원의 예산 가운데 2억원이 이미 쓰였다고 했습니다. 주민들의 민원이나 구청 직원의 현장 조사를 통해 언제든지 필요하면 똑같은 공사가 진행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양측의 입장을 들으면서 주민들의 제보에 대한 의혹은 해소가 됐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하면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주민들의 의심의 눈초리가 일종의 고정관념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진짜 남아 있는 예산을 쓰기 위해 일부러 보도블럭을 파헤치는 광경이 벌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이번의 사례가 올해 벌어질 낭비 행정의 전주곡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을 적재 적소에 쓰는 일일 것입니다.

올 연말에는 “또 파헤쳐? 연말 됐다고 어김없이 파헤치는구먼” 이런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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