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맛집]살구나무집(대전 서구 용문동 토속한정식)

40여가지 토속음식이 선보이는 한정식

한국사회 식단은 점점 서구화 되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예전부터 내려오는 토속음식을 그리워하는 인구도 늘고 있다.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제철에 나는 식재료로 정성을 담아 차린 밥상이면 열 보약이 필요 없다는 뜻일 게다.

봄이면 흙에서 갓 뽑아 올린 듯 향긋한 냉이에 참기름 한 방울 살짝 떨어뜨려 조물조물 무쳐내고,여름이면 햇빛을 가득 머금은 연초록 호박잎을 살짝 쪄 강된장과 함께 내며, 가을이면 구수한 집된장에 호박 숭숭 썰어 넣고 찌개를,그리고 겨울이면 가으내 말린 연한 시래기를 무쳐 상에 올린다면,이것이 바로 자연에서 그대로 얻어지는 보약 아니겠는가.

대전시 서구 용문동에 있는 토속한정식 전문 ‘살구나무집’(대표:진말자 48)이 바로 그런 곳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집이다.

지글지글 타는 소리에 침이 고이는 돼지주물럭 석쇠구이

최근 들어 웰빙(참살이)이니 뭐니 해서 시끌벅적하지만 따지고 보면 예로부터 즐겨먹던 우리 조상들의 먹거리 자체가 바로 참살이음식이 아닌가 싶다.집 가운데 25년 된 커다란 살구나무가 있어 살구나무집으로 상호를 썼다는 이집은 처음 찾아가는 사람은 찾기도 힘들다.

용문동 4가에서 중촌동 방향으로 가다 두 번째 골목에서 우회전해서 들어오면 보이지만 그 곳을 말로 설명하기가 여간 쉽지가 않다.보기에도 건물이 낡아 보인다.토속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통나무로 집을 꾸몄지만 오랜 세월은 모든 것을 허름하게 만들었다.하지만 이집에서 뿜어 나오는 전라도 음식 맛의 향기는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기에 충분하다.

저렴가격 온갖정성 온갖음식 갖은사랑
충청도의 임심담아 입소문에 절로 아리(랑)~
민요자락 장단따라 음식장만 하였더니
동네방네 온갖인정 살구나무 다오셨네.

집안에 들어오면 민요가락이 흘러나오는데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서화나 고화가 이채롭지만 그동안 손님들이 벽에다 써놓고 간 4행시등 많은 글귀들도 눈에 들어온다. 화장실도 근심 푸는 곳이라고 크게 써놓고 화투에 똥피를 갖다 붙여놓은 게 인상적이다.

이집의 주력품목은 토속 전통한정식.한정식하면 보통 가격이 비싼 걸로 생각되는데 먼저 그 개념을 깬다.음식이 정말 토속적이어서 친근감이 간다.정직하고 신선한 식재료로 전통 한식의 맛을 내지만 과장된 맛이 아닌 있는 자연그대로의 맛을 즐길 수 있게 한다. 그옛날 시골에서 어머니가 해주던 그 맛 그대로와 한국재래식 전통 한식고유의 맛으로 손님의 입맛을 맞추기 때문에 식사 때가 되면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허름하지만 맛이 서려있는집 살구나무집 입구. 25년 된 살구나무가 조금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집 특징은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재래식 전통음식 40여 가지를 맛볼 수 있다는데 있다.음식 하나하나가 특별한 맛을 내기 때문에 한번 맛을 본 사람은 그 맛을 못 잊어 다시 찾는다고 한다.

직접담은 묵은지를 비롯하여 홍어찜,갈치찌개.고등어찌개,조기,회,수육,계란탕,.동치미,돼지주물럭석쇠구이.녹두빈대떡,굴,회무침,,꽃개장.어리굴젖.잡채.비지장.제첩국,튀김,낚지볶음,조기,김,아욱국과우거지찌개와 토속적인 맛이 묻어나는 밑반찬이 계절에 맞춰 바뀌어가며 나온다.

이집만이 별미 토속우거지찌개

이밖에 버섯,호박,동태,두부의모듬전,고사리,호박,도라지.취나물,아주까리나물과 절임은 충분히 절이고. 젓갈은 푹 삭혀 제 맛을 낸 반찬들이 입맛을 돋운다.

마지막으로 구수한 누룽지가 나오는데 여기에 짭쪼름한 젓갈 한점 얹어 먹는 그 맛이 별거 아닌 듯하지만 한번 먹고나면 문득문득 그 맛이 그리워진다.

특히 우거지찌개는 이집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맛이다.일년 내내 직접 무청을 말려서 직접담은 된장과 함께 끓여내는 우거지찌개는 고향향수를 느끼게 만든다.집 뒤에 가보면 우거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걸 보면 그 옛날 고향집이 생각난다.손님들이 먹어보고 맛있다고 싸달라고 해서 골치가 아플 정도라고 한다.

직접담은 김치에 비개붙은 돼지고기를 숭숭 썰어 넣어 만든 김치찌개는 얼큰하고 담백한 맛을 내지만 이것 또한 옛날 맛이 그대로 서려있다.

연중 밖에서 숯불로 구워내는 돼지주물럭 석쇠구이는 담백한 맛으로 지글지글 타는 냄새와 함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시각적인 입맛을 다시게 한다.하지만 밖에서 작업을 하니 종업원이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서 고생이 많을 것 같다.

걸죽한 입담으로 13년을 지켜온 살구나무집 진말자 대표

소문을 듣고 찾았다는 장윤희씨(여 39.대전 서구 만년동)는"음식이 정갈하고 맛도 있지만 옛날에 먹던 재래음식이라 너무 친근합니다.계모임도 좋고 입맛이 없다든지 접대를 하더라도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라며 음식자랑에 열변을 토한다.

진말자 대표는 원래 옥천이 고향이다.하지만 전라도 음식 맛과 사투리 때문에 옥천이라고 해도 믿질 않는다고 한다.남편 고향이 전북정읍이라 오랜시간 그 곳에서 시집살이를 했다.거기서 음식에 일가견이 있는 시어머니한테 전라도 음식솜씨를 전수받게 된다.

말자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것처럼 퉁퉁하고 걸걸하고 웬만한 남자보다 더 남자다.걸죽한 입담과 간간히 튀어나오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에 손님들이 배꼽을 잡고 웃는다.그런 모습이 너무나 다정하고 친근하게 느껴져 대화를 나누다보면 어느새 푹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얼굴을 보면 돈도 붙었고 복도 붙었다.그런 진대표도 많은 아픔이 있었다.

“음식솜씨가 있어 13년 전 처음 장사를 시작했지만 뜻대로 안돼서 5년 동안 빛만 졌습니다.당시에는 홍보도 안 되고 이곳을 찾기도 힘들고 여건이 너무 안 좋았습니다.그래서 손님들에게 지혜를 배우고 친절과 서비스정신으로 손님들과 친해지면서 맛의 비법을 배웠습니다.”

당시를 회상하는 진 대표는 끊임없는 최고의 음식 맛을 내기위해 연구와 연구를 거듭했다고 한다.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6년전부터 먹어본 사람들의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웬만한 미식가들에게 호평을 받지만 그땐 정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맛이 있어야 큰소리치고 장사하는 겁니다.아깝다고 미련갖지말고 반찬을 만들어서 맛이 없는 건 과감하게 버립니다.내가 먹어서 맛없으면 손님도 맛이 없습니다.실습만큼 빠른 게 없습니다.”오늘의 살구나무가 있기까지 겪어온 시행착오를 이제는 터득한 것 같다.그리고 이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장과 종업원이 한 가족같이 운영되는 게 보기에도 좋다.

“여기 일이 모든 걸 손으로 나르다보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그래서 직원복지도 생각하고 항상 가족처럼 지내지만 직원들이 한번 들어오면 5년 이상 10년씩 근무를 하니 제가 인복이 많은 사람 같습니다.”너털웃음을 지어내는 진 대표 모습이 천진스럽기만 하다.그래서 이집에 오면 분주해 보이지만 친절함을 잃지 않고 일사분란한 모습이 규율이 잡혀있어 보인다.

살구나무집 주차장 전경

“여러사람 만나서 좋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집을 알고 있어 좋고, 식사하고 나서 맛있다고 말해주는 사람있어 좋고, 내 직원과 같이 더불어 산다는 게 너무 보람된 일 아닌가요? 건물이 오래되어 여러가지로 손님들이 불편해 하는 것도 잘알고 있습니다.조금만 참아주시면 인근에 부지를 구입해서 주차장과 함께 새로 건물을 지을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박한 보람을 말하는 진대표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남모르게 봉사하는 하는 것도 많다고 한다.시간이 없어 직접 봉사는 힘들어도 동사무소를 통해 사회복지나 노인복지시설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쑥스럽다고 기사화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지만 이런 나눔의 생활철학이 있기에 오늘날에 많은 사람들이 살구나무집을 잊지않고 찾게되는 원동력이 아닐까.

예약,연락처: 042-526-0306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10시
휴일: 연중무휴(명절만 쉰다)
포장: 홍탁.석쇠구이
차림표: 토속한정식 15,000원. 20,000원, 홍탁30,000원. 홍어찜 46,000원
           <점심특선 한정식 10,000원 12시-3시까지>
주차장: 인근에 별도 주차장이 있다. 하지만 주변에 골목이 많아 적당히
          주차할 곳이 많다.
찾아오시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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