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동지팥죽(대전 중구 태평동 오거리)

<취재후기> 

독자들에게 죽 하나만큼은 확실한 맛집으로 자리 잡았던 동지팥죽이 혼자 운영하던 김순자 할머니(대표)가 건강이 안좋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어 식당을 폐업했습니다.지금은 이자리에 오토바이 정비센타가 들어와 있습니다.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양해를 바랍니다.  

 2007년 8월 15일 이성희 드림

죽 문화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식량절약이라는 차원에서 죽의 용도가 구황음식으로 편향되면서 못 먹던 시절의 음식정도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웰빙바람을 타고 신선한 건강재료를 넣은 웰빙 죽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죽은 예전의 구황식, 환자의 대용식의 이미지를 넘어 건강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의 영양과 다이어트,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화두로 등장한지 오래다.

여성들의 다이어트식과 소식, 숙취해소 등 다변화된 수요에 걸맞게 전국적인 체인망을 가진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다양하고 업그레이드된 죽 메뉴가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그와는 달리 그 옛날 어머니 손맛을 그대로 유지한 채 토속 전통 죽을 판매에 인기를 끌고 있는 집이 있다.

어머니의 어머니로 부터 전해 내려오는 손 맛.동지팥죽 전경

대전시 중구 가장교를 지나 태평동 오거리에 있는 ‘동지팥죽’(대표 김순자 70.여)이 대표적인 집이다.큰 도로변에 있어 찾기도 쉽다.식당 뒤편에는 삼부아파트가 보이지만 이집만 유독 허름해 보이는 1층집이다.안으로 들어오면 10평도 안되는 작은집이지만 정갈하게 테이블이 놓여있어 시골집 사랑방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옛날 재래식방법으로 만든 팥죽
이집은 전국화된 기업들이 쏟아내는 죽과는 달리 옛날 전통의 방법으로 주인 혼자 직접 손으로 만든다.그래서 이집을 찾는 사람들은 웬만한건 의례 것 셀프인줄 안다. 혼자서 만드는 죽이지만 맛이 예사롭지 않아 지방에서도 찾아올 정도다.

이집 주력품목은 팥죽과 호박죽, 팥칼국수가 전부다. 팥죽의 종류는 그냥 팥죽과 동지팥죽이 있다.어린시절 떡국처럼 나이만큼 새알심을 먹어야 나이를 먹는다는 어른들 말씀에 팥죽에 동동 떠있는 새알심을 하나하나 세어가며 먹었던 팥죽이 기억이 난다.
예로부터 팥은 각기병에 놓은 식품으로 알려져 왔으며,속이 열한 것과 소갈을 다스리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명의 별록' 에는 팥은 한열과 속이 열한 것을 다스리며 소명을 이롭게 하고 소갈 에도 좋다고 되어있고 " 약성본초" 에는 열독을 다스리고 악혈을 없애며 또 비와 위를 튼튼하게 해준다 하고 기록되어있다.

쌀이 안들어간 동지팥죽.
팥죽은 지금도 작은 설날이라 불리는 동지날에 먹는 음식이다.팥은 예로부터 질병이나 귀신을 쫓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는 것도 팥을 통한 질병이나 귀신을 쫓기 위한 것이었다.

이집 팥죽은 국산 팥을 듬뿍 사용하여 옛날 시골에서 쑤어 먹던 재래식 방식으로 죽을 만든다.팥 앙금을 내기 위해 압력솥에다 1시간 이상 푹 삶아서 그 농도를 잘 맞춰야 한다.

“죽의 생명은 농도입니다. 너무 되면 밥 모양이 나오고 너무 묽으면 풀이 되기 때문입니다.그래서 예전부터 죽 쑤는 것이 밥하는 거 보다 더 어렵다고 했습니다.“ 김순자 대표가 죽 만드는 어려움을 토로한다.
팥칼국수.

팥 앙금에 쌀을 넣고 끓인 다음 나중에 찹쌀을 빻아서 만든 새알심(옹심이)을 넣어 만든 팥죽은 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않고 소금으로만 간을 해서 먹는다.그 맛이 옛날 전통의맛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정말 구수하고 맛있다.동치미와 함께 먹는 뜨거운 팥죽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며 아랫배까지 후끈 데운다.한 그릇 먹고 나면 배가 부른 것이 부러울게 없다.

동지팥죽은 팥 앙금에다 쌀을 넣지 않고 새알심만 넣어 만든 팥죽을 말한다.충청도 지방에서는 잘 안 해먹는다고 한다.하지만 호남지방에선 동지 죽이라고 해서 선호하기 때문에 호남지방에서 온 손님들이 즐겨 찾는다고 한다.

호박죽은 흔히 쓰는 늙은호박이나 밤호박을 안 쓰고 국산 토종 약호박을 쓴다.
호박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호박 같은 사람', '옥상에서 굴러 떨어진 호박' 등 얼굴이 참 못 생긴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황제보약음식으로 불리는 호박죽

하지만 호박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못 나지도, 쓸모없지도 않다.잘 익은 누런 호박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정겹고 마음이 포근해지는 것은 물론 조리를 해서 먹으면 그야말로 사람에게 아주 좋은 보약음식 중의 황제 보약음식이라 할 수 있다. 

오죽 호박죽의 효능이 뛰어났으면 '동짓날 호박죽을 먹지 않으면 중풍에 걸린다', '임신 중 손발이 자주 붓거나 요통이나 복통, 하혈이 있을 때는 호박죽을 끓여먹으면 금세 낫는다', '호박죽은 동지 음식, 삼계탕은 복날 음식', '겨울철에 호박죽을 먹지 않으면 동상에 걸린다.'라는 옛말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겠는가

“모든 음식은 재료가 좋아야 좋은 맛이 나옵니다.돈 아끼려고 좋은 재료를 안 쓰면 절대 맛이 나오질 않습니다.약호박은 속이 벌겋습니다.그래서 손님들이 물감 을 넣었냐고 물어볼 정도로 노랗습니다.빛깔에 의해서도 입안에 군침을 돌게 합니다.그래서 다른 호박보다 많이 비싸지만 그것만 고집합니다.“
좌석이 많지 않지만 시골사랑방같은 내부전경

호박껍질을 벗겨 솥에다 푹과서 믹서로 간다음, 거기다 팥과 돔부를 넣고 찹쌀을 붉혀 갈아서 농도를 맞춘다.뭐든 농도를 맞춘다는 게 중요한 일이다.찹쌀을 너무 곱게 갈아도 거칠게 갈아도 안 되고 적당히 가는 것도 노하우다. 그래야 입안에 씹히는 맛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호박죽도 일절 조미료는 들어가질 않는다. 소금으로 간만 맞추면 된다.호박비린내가 나질 않아 달착지근하면서도 입속에서 부드럽게 살살 녹아내리는 감칠맛이 뛰어나다.여기에 고명으로 잣과 호박씨를 넣어 모양을 내어 나오는 호박죽의 맛은 정말 깊고 진한 맛 때문에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직접 손칼국수를 만든다.

팥칼국수는 조금 생소할 수 있다.팥 국물에다 직접 반죽해서 손으로 밀어서 만든 손칼국수를 넣어 만든다. 진하고 담백한 맛을 내는 팥칼국수는 일품이다.그래서 별미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충청도 지방에서는 팥칼국수가를 잘 모를 수도 있지만 호남지방에서는 팥칼국수가 인기다.여기에 밑반찬으로 나오는 동치미와 김치.단무지.미역회도 입맛을 돋우는데 한 몫을 한다.

‘임원십육지‘에 의하면 ‘매일아침에 일어나서 죽 한 사발을 먹으면 배가 비어 있고 위가 허한데 곡기가 들어가서 보(補)의 효과가 있다. 또한 매우 부드럽고 매끄러워서 위장에 좋다. 이것은 음식의 최묘결(最妙訣)이다”라고 할 정도로 죽은 우리 몸에 가장 잘 맞는 예방식이며 회복식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죽은 우리의 먹거리 중에서 가장 일찍부터 발달한 주식의 하나로서 농경문화가 시작된 신석기시대에 토기에 물과 함께 곡물을 넣어 끓였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것이 죽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죽의 종류가 무려 170여가지에 이를 정도로 많았는데, 가난한 살림에서 여럿이 나눌 수 있었던 구황 음식, 몸이 허한 사람에게는 보양음식, 노인 공양식 등으로 쓰임새가 많았다.
충청도인심이 묻어나오는 김순자 대표.

김순자 대표는 원래 조치원이 고향이다.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고 아직도 새색시처럼 수줍음도 많다.원래 음식솜씨 있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업주부로 있다가 음식솜씨도 발휘하고 자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해 2년 전 68세의 나이에 뒤늦게 뛰어든 늦깎이다.
음식점 경험은 없었지만 음식 특히 죽에 대해선 자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했다고 한다.

그래도 흐름을 잘 몰라 시작하기 전 호남지방을 비롯하여 음식 잘한다는 집은 안 가본 곳이 없을정도로 발품을 팔았다고 한다.그렇게 시작은 미미했지만 지금은 미식가와 죽을 좋아하는 사람, 호남지방에서 오신 분, 병원에 있는 환자. 집안에 어른을 모시고 있는 분들이 즐겨 찾는 단골집이 되었다.요즘은 웰빙이라 해서 젊은 사람들도 부쩍 자주 찾는다고 한다.

“손님들이 옛날 어머니가 끓여주던 그 맛 그대로라고 하면서 맛있게 먹고 간다고 할 때 보람을 느낌니다.자주 찾아주는 손님들이 있어 너무 고맙지요. 나이가 70이 되었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할 겁니다.“ 김순자 대표가 그동안의 고마움을 표현하지만 아직도 청춘인 것 같다.젊음은 나이가 아니라는 걸 느낀다.

“봄이 되면 백가지 독을 풀며 간을 튼튼하게 하고 눈을 맑게 하며 마음을 안정시키고 위를 이롭게 하는 녹두죽 먹으로 와보세요. 그리고 혼자 하기 때문에 가끔 식사시간 이후에 시장을 보러갑니다. 그러다 보면 식당 문을 닫고 가는 수가 있는데 식사시간 이후에 오시는 분은 미리 전화를 해보고 오는 것도 잊지 마세요. 먼데서 왔다가 그냥 가면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잖아요.“ 김 대표의 후덕한 충청도인심은 오늘도 ‘동지팥죽‘에서 흐르고 있다.

음력 새해가 밝았다.그렇잖아도 잦은 모임에 술자리를 피하기 어려운 때에 그 어느 때보다 몸의 균형이 무너지기 쉬운 때다.이러한 때에는 달착지근하게 술술 넘어가면서도 건강에 아주 좋은 호박죽과 팥죽으로 속을 달래보자.


연락처:042-533-3348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하지만 그날 준비한 판매할 물량이 떨어지면 9시전이라도 문을 닫음)

휴일: 매주 일요일만 쉰다.(국경일은 영업함)

차림표: 팥죽 4,000원. 동지팥죽 4,500원. 호박죽 4,000원. 팥칼국수 4,000원
          녹두죽(콩국수와 함께 봄, 여름에만 판매)4,000원

<여름에는 콩국수와 녹두죽, 호박죽이 웰빙 건강식으로 인기가 있다.>

주차: 별도 주차장이 없다. 식당 앞과 뒤편에 적당히 주차를 해야 됨.

포장: 가능 (포장해가는 손님이 많음)

찾아오시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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