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유선진당 세종시 비상대책위 김창수 대변인

<디트뉴스24>는 열린 공간을 지향합니다. 지역 민심의 소통의 통로를 자임합니다. 따라서 대전·충남지역 오피니언 모두에게 활짝 열려 있습니다. 주의 주장이 분명하고 날카로운 칼럼을 보내 주시면 적극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은 자유선진당 세종시 비대위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창수 국회의원(대전대덕)이 보내 온 글로, 그 내용은 <디트뉴스>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혀 둡니다/...편집자 주
   
 자유선진당 세종시 비대위 김창수 대변인. (자료사진)
우리네 된장이 언제부터인가 세계적인 건강식품으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나라 전통 식품인 된장에 항암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실험결과 발표도 이어지면서 한국인의 식탁에 자부심을 더해주고 있다.

된장뿐인가? 간장 고추장 역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전통식품으로 우리의 ‘밥상주권’을 지켜주는 총아들이다. 세계화니 선진화니, 글로벌 스탠더드니 아무리 떠들어대도 여전히 “묵은 맛이 장맛”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마 이런 장류(醬類)들은 수백년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한국인의 DNA에 녹아 스며들었는지 모른다. 된장 냄새만 맡아도 고향의 시골 장독대가 그려지고 먼 옛 시절이 아스라이 떠오르니 말이다.

우리나라 전통 식품 된장, 세종시 논란 와중에 천덕꾸러기 취급 받아

그런데 최근 세종시 논란의 와중에 아무런 죄도 없는(?) 된장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고 하니 사연을 떠나 기가 찰 노릇이다. 세종시 수정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정운찬 총리가 며칠 전 대전의 모 호텔에서 주최한 조찬간담회 석상의 일이다.

대전·충청지역의 모 여성단체 임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정 총리의 모두 발언 답사에 나선 이 단체의 회장이 ‘밥값’(?)을 할 요량이었는지 “몇 십년간 된장에 익숙하다가 스테이크를 주니 낯설고 어려운 과정을 겪고 있다”며 정 총리를 위로했다는 것이다.

아마 그 여성회장은 ‘세종시 원안=된장, 수정안=스테이크’로 대비하면서 원주민이나 충청 지역민들을 가리켜 ‘낯설고 어려워하는’ 사람들로 비유한 것 같다. 나는 우선 세종시 논란의 한복판에서 원안을 된장으로, 수정안을 스테이크로 단순화시킨 그의 상상력과 조어법에 경의를 표할 따름이다.

그는 이어 “지금 내놓은 안에서 플러스 알파를 더해 백년 후에도 정운찬 총리의 이름이 큰 획으로 남았으면 한다”는 ‘정비어천가’도 빠뜨리지 않았다고 한다.

모르긴 해도 그날 호텔 조찬은 한식이 아닌 양식으로 나왔을 터이고 정 총리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코스 요리로 나온 스테이크에 칼질을 했을 게 틀림없다. 물론 된장 따위는 식탁에 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또 물론 조찬비용은 총리측이 부담했을 터.

여기서 왜 원안은 된장이고 수정안은 스테이크로 보았는가 하는 그의 의식 상태를 굳이 따져 묻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그의 의식 밑바닥에 된장보다 스테이크를 훨씬 고급으로 치고 더 나아가서 전통식품보다 서양식품을 더 우월하게 평가하려는 서구숭배심리가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

정 총리 간담회서 세종시 원안을 된장에 비유…‘스테이크녀’ 탄생

아무튼 스테이크로 상징되는 수정안을 지역민들이 “낯설고 어려워한다”고 말한 것을 보면 그녀를 일러 ‘된장녀’가 아닌 ‘스테이크녀’로 명명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이번 ‘스테이크녀’의 탄생과 함께 기억 한편에 되살아나는 것이 다름 아닌 ‘아륀쥐’ 소동이다.

이명박 대통령후보가 당선된 뒤 인수위위원장을 맡았던 이경숙 위원장 말이다. 어떤 자리에서 영어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 까진 좋았는데 ‘오린지가 아니라 아륀쥐’라는 영어 사대주의성 발언으로 공분을 자초한 사건이 겹쳐 떠오른다.

흔히들 교육 잘 받고 사회의 지도층 인사로 대접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뒤따른다.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말함이다. 자기희생 헌신봉사 고도의 도덕적 기개 등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벌어지고 있는 세종시 논란을 보면서 나는 앞서 이야기한 ‘스테이크녀’ ‘아륀지녀’ 못지않게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리 흥 저리 흥하는 ‘먹물들’의 속물 근성을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영혼이 없는 관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행정중심복합도시 입안에 적극 참여했던 국책연구원들의 내로라하는 석·박사들이 요즘은 수정안 합리화의 홍위병 대열에 줄서기 바쁘다. 곡학아세(曲學阿世)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충청에 적을 둔 지도층 인사들, 충청인을 ‘핫바지’로 만들지 말아야

하기야 서울대총장 출신의 정운찬 총리가 “행정부처 내려가면 나라가 거덜난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정말 정운찬씨를 총리 시켜주었으니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나라가 거덜 날 뻔 했다는 말인가? 눈물이라도 빼야 할 일이다.

충청지역의 기득권층에 속하는 일부 인사들의 행각도 가관이다. 최근 정 총리가 8번인가 9번인가 충청행을 하면서 지도급인사들을 잇달아 만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총리와의 만남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크고 작은 모임 속에서 원안추진의 민심을 누구하나 대변했다는 소식은 귀를 씻고 들어 보아도 없다. 지역경제인들과의 간담회나 대덕연구단지 출연연, 각종 협회 및 단체등과의 미팅에서 수정안에 대한 찬양가만 울려 퍼졌다는 것이다.

수정안 찬성에 입을 보태는 이들 가운데 노무현 정권하에서 행정도시 찬양에 앞장선 인사들도 하나 둘이 아니다. 다른 데면 몰라도 충청에 적(籍)을 둔 지도층인사로 자처하면서 시절 따라 정권 따라 한 입으로 다른 말을 하는 것은 연기 공주 주민들의 등에 비수를 꽂는 짓이다.

그들 스스로 충청인을 핫바지로, 멍청도로 만드는 배역행위이다. 어쩌면 이렇게 될 줄을 정확히 내다보고 이 정권이 수정안을 밀어 붙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지만) 충청도의 심리상태를 ‘몰락한 양반’이라고 했다던 보고서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정말 충청도에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찾는 것도, 충절의 본향이라고 하는 것도 앞으론 부질없는 짓이 되고 말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다. 충청의 명사(名士)들이여 된장으로 돌아가자.
2010년 1월25일
어둠이 내려앉은 의원회관 508호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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