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진윤수 충남대학교 기획처장

충남대의 법인화가 지역 대학가의 뜨거운 관심사가 되고 있다. 2008년 총장으로 취임한 송용호 총장은 법인화에 대해 추진의지를 밝히고 있고, 충남대 교수회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충남대 교수회는 왜 (법인화에)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지, 또 대학 측은 왜 법인화를 계속 추진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당사자들의 직접적인 글을 차례로 싣는다./편집자 주

   
진윤수 충남대 기획처장

OECD는 2006년 7월 '고등교육 주제 검토사업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유연성, 시장 메커니즘, 자율성 등을 더욱 증진시켜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립대학의 현실은 지난 1990년대의 대학운영 체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OECD 보고서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국립대학이라는 생래(生來)적인 특성상 미래에 대한 개혁보다는 현실유지를 더 생각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격변의 소용돌이를 헤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다소의 불편함을 감수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충남대학교가 어려움을 무릅쓰고 법인 전환을 모색하는 이유도 현행의 국립대학 체제로는 미래를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입니다.

국내 TOP 5,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하기 위해

대학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저출산에 따른 대학 학령인구의 감소와 교육시장의 개방, 그리고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달로 온라인 교육으로의 대체 등이 무학년제 도입과 학사일정 소멸과 같은 상황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극복하고 충남대학교가 미래 목표인 국내 TOP 5,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일을 선행해야 하겠습니다.

첫째, 체질개선과 내부혁신을 이루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 운영 체제를 신축적이면서도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함은 물론, 의사결정과 동시에 학교정책이 일사불란하게 처리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합니다.

둘째, 대학발전의 동력인 재원 확충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현재와 같은 대학재정으로는 현상을 유지하기에도 급급합니다. 이러한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교육·연구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수익사업과 이를 위한 seed money를 확보하여 새로운 발전 동력을 마련해야 합니다.

셋째, 경쟁 거점 국립대학보다 우위를 점해야 합니다. 중국은 이미 ‘211 공정(1996∼2000)’과 ‘985 계획(1999∼2000)’을 통해 중점대학 10개교를 세계의 초일류 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대만·싱가포르 등도 자국의 주요 대학들을 세계 100위권 대학에 진입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충남대학교가 세계 100위권 대학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안정적인 재정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정부의 재정지원은 다른 지역의 거점 국립대학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때 가능할 수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대학은 국립이든 사립이든 간에 변화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충남대학교는 지난 1952년 충남도민의 성원에 힘입어 설립된 이래 중부권 최대의 거점국립대학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지난 60여 년 전 십시일반으로 도움을 주신 충청민들의 성원과 관심에 보답해야 할 사명이 있기에 충남대학교 구성원들은 현실 안주보다는 미래발전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충남대학교는 오래 전부터 법인화에 대해 논의해 왔습니다. 충남대학교가 법인화를 연구·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부터입니다. 그때 이미 '대전·충남권역 국립대학 연계 통합대학과 법인화 연구'를 시작으로, 2006년에는 '충남대학교 특수법인화를 위한 선결과제 연구' 등 대학본부 또는 교수회 주관으로 매년 연구와 토론회를 개최해 왔습니다.

지난 해 7월에는 법인화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법인화연구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고, 금년 5월에는 법인화 논의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학내 구성원뿐 아니라 충청권 지역민의 의견을 겸허히 수렴하고 있습니다. 금년 6월에는 단과대학과 대학원을 순회하면서 법인화설명회를 개최하였고, 법인화위원회를 구성하여 충남대학교의 법인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구성원의 반대가 있었으나 충남대학교가 변화해야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상당 부분 공감하고 있습니다.

국립대학 법인화는 사립대학화가 아니다.

충남대학교가 법인으로 전환되면 많은 변화가 뒤따르게 될 것입니다. 변화에는 불편함이 따르듯이 생경한 점이 생길 수 있지만, 효율적인 면이 강화되어 경쟁력을 제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법인화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는 일면, 변화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 또한 없지 않습니다. 부정적 시각의 많은 부분은 정보 결여에서 오는 걱정일 수 있습니다.

첫째, 충남대학교의 법인화는 현행의 ‘국립 충남대학교’를 ‘국립대학법인 충남대학교‘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충남대학교는 고등교육법 제3조에 따라 ’국가가 설립·경영하는 국립학교‘입니다. 따라서 정부기관으로서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지도·감독을 받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법인격이 없으므로 자산에 대한 관리권만 있을 뿐 소유권은 없습니다. 충남대학교의 법인화는 충남대학교가 국립대학으로 있으면서 법인격을 취득하고,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어 재산을 취득할 권리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즉 재정을 자율적으로 수립·집행할 수 있어 명실상부한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충남대학교의 법인화는 ‘민영화’나 ‘사립대학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법인화는 국립대학인 충남대학교가 국립대학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공법상의 법인인 국립대학법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법인 전환 이후에도 충남대학교는 국립대학으로서의 공적인 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교직원의 경우에는 국가공무원에서 국립대학법인의 교직원으로 신분상의 변화가 있지만, 여전히 국가에서 인건비를 지원하여 법인화 이전과 동일한 권리와 책임을 갖게 됩니다.

셋째, 기초 및 보호학문을 육성해야 하는 국립대학의 책무가 지속됩니다. 이와 같은 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국가가 국립대학 또는 국립대학법인에 재정을 지원하게 됩니다. 기초학문의 토대 없이 교육 및 연구역량의 강화는 불가능합니다. 학문간 장벽을 허물어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의 조화 및 학제적 연구의 활성화를 통해 융·복합학문을 확대·발전시키게 될 것입니다. 충남대학교는 법인화법률 제정 시에 ‘기초 및 보호학문의 육성’에 관한 조항을 명문화함으로써 국가의 재정지원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발전기금 및 연구간접경비 등에서 기초 및 보호학문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것입니다.

넷째, 등록금은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게 될 것입니다. 금년 1월에 고등교육법 제11조가 개정(2010. 1. 22)되었습니다. 주요내용은 학생 등록금 인상률의 상한선을 최근 3개년 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 이내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생 등록금의 인상은 학교와 학생대표로 구성하는 등록금책정위원회에서 협의·결정하기 때문에 법인으로 전환되어도 등록금이 급격히 인상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다섯째, 법인화 추진은 충남대학교 현 총장의 연임과는 무관합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금년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어도 서울대는 2011년 한 해 동안 법인 전환을 준비하고, 2012년 3월 1일 국립대학법인이 시행됩니다. 만약 '국립대학법인 충남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2011년에 국회를 통과해도 2012년에는 법인 전환을 위해 준비해야 하고, 2013년 3월 1일에나 법인으로 전환하게 됩니다. 그러나 충남대학교 차기 총장선거는 2011년 11월에 치러질 예정이라서 법인화와 현 총장 연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아울러 초대 이사장의 경우 차기 총장이 겸직할 가능성이 커서 이사장 취임과도 무관합니다.

이제 충남대학교는 안정보다는 새로운 미래를 모색할 단계에 와 있습니다. 법인으로의 전환이 미래 모색의 한 방법이지만, 법인화에 대해 구성원 간에 격론이 오가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방법과 시각의 차이일 뿐 알고 보면 모두 충남대학교의 발전을 위한 걱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충남대학교는 학내 교수님들과 직원 및 학생, 그리고 충청권 지역민의 의견을 더욱 폭 넓게 수렴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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