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정용길 충남대경영학과 교수

국립대학 법인화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국립대 법인화란 정부 조직인 국립대학을 특수법인으로 독립시켜 스스로의 책임 하에 자율적으로 대학을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국립대 법인화의 추진에는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법인화가 성공적으로 뿌리 내리기 위한 선결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국립대학 법인화의 목적과 문제점

1. 국립대학 법인화의 일차적 목적은 정부가 국립대학 운영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점차적으로 축소하여 시장 기능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법인화 이후에도 현재와 동일한 수준의 재정 지원을 약속하고 있지만 이는 신뢰성이 떨어진다. 법인화 추진에 대한 국립대학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임시변통 성격이 강하다. 우리 보다 먼저 법인화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에도 매년 1%씩 정부 지원을 줄여가고 있다.

2010년 OECD 교육통계 자료에 의하면 고등교육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지출은 GDP 대비 0.6%로서 OECD 평균 1.2%의 절반에 불과하다.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지출을 확대하기는커녕 재정 지출을 줄이기 위해 국립대를 법인화시키는 것은 정부 역할을 포기하는 것으로서 대단히 무책임하고 근시안적이다.

2. 자율적인 대학 운영을 위해 국립대학을 법인화한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현재 국립대학의 지배구조는 교수들과 직원들이 총장 선거에 참여하여 후보자를 선출하여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각 단과대 학장 역시 소속 대학 교수들의 선거에 의해 선출된다. 그리고 총장과 학장들이 중심이 된 학무회의를 구성하여 대학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총장의 리더십 스타일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학무회의가 총장의 독주를 견제하고 구성원들의 참여를 일정 부분 보장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을 보면 대학 법인의 최고의사결정기구는 이사회이다. 이사회는 총장 선출을 비롯해 학교의 핵심적 의사결정을 수행하며, 정부 관료를 당연직으로 하여 외부 인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총장은 이사회의 눈치를 살필 것이며, 대학은 정부의 통제 하에 놓일 것이 자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학의 자율성이 담보될 수 있다는 말인가?

3. 국립대학을 법인화한다는 것은 대학 운영을 시장논리에 맡겨 스스로 살아가라는 것이다. 모든 자원과 권력이 서울로 집중되어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서울대학의 경우에는 법인화가 되었을 때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방의 국립대학들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법인화 방안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 형편을 보면 이들로부터 지원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또한 지금까지 경험을 보면 지방 국립대학이 자체적으로 대학 발전기금을 모금하거나 수익사업을 펼치는데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결국 등록금을 인상하여 부족한 재원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지방 학생들에게는 더욱 고등교육의 기회가 박탈될 것이며, 교육의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다.

4. 국립대학을 법인화하면 대학 재정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는 주장을 한다. 현재 국립대학의 예산은 기성회계와 일반회계로 구성되어 있다. 기성회계는 기성회비 징수를 통해 대학 재정으로 편입되고, 입학금이나 수업료와 같은 일반회계는 국비에 귀속된다. 2009년 충남대학의 일반회계 중 세입은 180억 정도이다. 국립대학이 법인화되면 일반회계 가운데 세입이 국고로 귀속되지 않고 학교 회계로 편입될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대학 재정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이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단순하고 아전인수 격인 해석이다. 왜냐하면 수업료나 국유재산 사용료 등은 충남대학이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중앙정부를 대신하여 징수하는 것이지 특수법인이 되었을 경우에는 충남대가 국비를 징수하여 사용할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국립대학 법인화의 선결과제

21세기 지식정보 사회에서 급변하는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국립대학도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원칙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부에서는 국립대학이 그 동안 변화의 무풍지대에 있었고 이제는 어떤 식으로 혁신과 개혁을 해야 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국립대학 법인화는 변화 모델의 하나이지 결코 유일한 답이 될 수 없다. 2004년 국립대학 법인화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에도 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법인화가 하나의 대안임을 인정한다 하여도 이것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졸속적으로 추진하는 경우에는 지방 국립대학은 사립대학화하거나 쇠퇴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법인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선결과제는 무엇인가?

1. 우리나라는 40개의 국립대학이 난립되어 있고, 각 대학별로 차별화 되어 있지 않다. 이들을 지역 거점별로 통합하여 10개 미만으로 줄이고, 중복되는 대학이나 학과를 통폐합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장에서 무한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대전·충남의 경우에도 4개의 국립대학이 있다. 이들을 하나의 국립대학으로 묶어야 하며, 지역 캠퍼스 개념을 도입하여 특성화된 발전을 도모하여야 한다.

2. 대학에 대한 정부투자를 늘리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자랑한다고 하면서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투자는 OECD 31개 국가 가운데 최하위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 수준의 대학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와 마찬가지이다. 지금은 국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투자를 더욱 늘려야 할 때이다. 4대강 사업에 22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면서 국가의 미래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에 대한 정부 예산은 5조원에 불과하다. 최소한 OECD 국가의 평균 수준에는 도달해야 한다.

3. 대학에 자율권을 주기 위해 법인화를 추진한다고 한다. 그동안 대학에 대한 정부의 통제와 간섭을 생각하면 이 말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대학에 자율권을 주는 것은 반드시 법인화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고 지금의 체제 하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현재 교과부가 갖고 있는 많은 권한을 과감하게 대학에 위양하고, 대학을 옥죄이고 있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면 된다. 그리하여 대학이 자기의 책임 하에 자율적으로 대학을 경영할 기회와 경험을 쌓도록 해야 한다. 설령 대학이 법인화된다 하여도 이사회에 정부 관료를 비롯한 외부 인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 자율성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국립대학 법인화는 반세기 이상 이어져 온 국립대학의 기본구조와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중차대한 일이다. 가지 않은 길이기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총장 개인의 독단적 판단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국립대 법인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학 구성원들의 참여와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전문가들에 의한 심도있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치열한 토론과 논쟁을 통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할 수 없다. 더구나 그 목적의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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