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전 보다 더 중요...진정한 자유와 참된 탈출 누려야

“상담 선생님 자꾸 눈물이 나요. 종일 자도 또 잠이 와요. 가끔씩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우울해져요. 시험이 끝나서 기분은 좋은데 왠지 찝찝해요. 겉으론 웃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예요.”

수능 후 많은 학생들에게 자주 듣는 안타까운 이야기들이다. 이런 증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가벼운 우울증상에서부터 심하면 위궤양, 안면마비, 대인기피 등과 같은 몸과 마음의 이상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수험생들에게 수능 이후가 더 중요한 순간이다. 수능 직후 수시 2차 논술과 일부 면접도 남아있고 정시에 응시하는 수험생들은 냉철한 판단과 깊은 고민으로 대학과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 따라서 수능 후 수험생들의 마음과 생활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법은 오히려 수능 전보다 더 중요하다.
흔히 수능 후 추천하는 단골 메뉴는 ‘여행, 등산, 독서, 운동’. 원론적이고 이상적이다. 하지만 수시 2차나 정시에 다시 매달려야 하는 대부분의 우리 수험생들에겐 좀 더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방법들이 필요한 것이 냉철한 현실이다. 12년 동안 공부한 성과를 기다리며 초조하고 지쳐있는 우리 수험생들에게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대응법을 찾아보았다.
   
사진은 프랑스의 대학입학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 시험 장면. 프랑스인들은 논술과 구술로 치러지는 이 시험의 주제를 함께 고민하며 시험이 끝난 날 만큼은 수험생들의 일탈과 자유로운 행동이 다소 지나치더라도 이를 관용과 배려로 수용하면서 애정어린 시선으로 격려한다고 한다.


자 이제 수능이 끝났다. 프랑스 국민들은 그들의 대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Baccalaureate)가 끝난 하루만큼은 수험생들의 자유와 방종, 때론 일탈을 꾸짖기보다는 ‘똘레랑스(tolérance ; 관용)로 보듬어준다고 한다. 우리 수험생을 둔 학부모, 삼촌, 고모, 이모, 또 선생님들과 선배님들이여. 진정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따뜻한 배려와 상담으로 지친 우리 수험생들의 눈빛을 마주해보자.

증상에 따른 적절한 대응법

Q1 : “자도 자도 잠이 와요.”
- 나쁜 예 :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도록 수능 후에도 자기 관리를 해야 한다.
- 좋은 예 : 당연히 잠이 온다. 그냥 자거라. 그 동안 많이 수면이 부족했을 테니 당연히 더 자야 좋다. 그리고 그렇게 며칠 자다보면 몸이 근질거려서 나가고 싶을 때나 혹은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 때 그때부터 나름대로 계획을 잡고 일어나고 움직여라. 잠이 오는 것은 마음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쓰는 가장 원초적인 방법이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잠을 허락하라.

Q2 :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해요.”
- 나쁜 예 : 책이나 영화감상 등 정서적으로 좋은 활동들을 찾아서 해라. (심한 경우) 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찾아라.
- 좋은 예 : 수다를 떨어라. 뭔가 놀거리들을 찾아서 친구들과 맘껏 돌아다니고 많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마음에 남은 수능의 아쉬움을 그나마 떨칠 수 있는 자기 처방이 될 것이다. 잘 만큼 잤다면 집에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서 돈아끼며 창의적으로 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렴. 그동안 못간 곳을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단다.

Q3 : “기분이 찝찝해요. 웃는 게 웃는 게 아니고 맥이 쭉 빠져요.”
- 나쁜 예 : 운동을 해라.
- 좋은 예 : 누려라, 떠나라! 추워서 운동하기가 힘들고 같이 어울려 뛸 친구도 많지 않잖니? 수능 후에 온갖 업체들의 수능생 마케팅을 맘껏 누려라. 재수나 삼수를 하지 않는다면 생애 마지막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다. 대전은 농구단이 없어서 운동장에 나가 응원하고 소리칠 기회가 없어 아쉽고 또한 젊은 층들이 누릴 공연도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찾아보면 이런 저런 문화 예술, 스포츠와 관련한 즐길 거리들이 없지 않다. 찾아서 적극적으로 놀아라. 그리고 가능하다면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더욱 좋다. 숙박이 힘들다면 당일치기라도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라.

보다 적극적인 대응법

독서: 역시 고전적인 방법들은 언제나 좋은 법. 우선 그동안 주로 읽었던 교과서나 문제집과 같은 정보 글이 아닌 이야기 글(문학 작품)들을 많이 읽는 것이 좋다. 어렵지 않은 가벼운 소설부터 시작해서 삶을 돌아보며 성찰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에세이도 좋겠다. 우선 한두 권 읽다보면 다음 읽을 책이 보인다. 인터넷 사이트에 ‘수험생이 읽기 좋은 소설, 책’이라고 검색어를 치면 굴비엮이듯 엮인 독서목록이 두어두름은 족히 나올 것이다.

 
걷기: 많이 걷는 것이 좋다. 굳이 멀리 있는 유명한 올레길, 둘레길이 아니면 또 어떤가?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주변 둘레길(대전은 장태산 휴양림, 만인산 휴양림, 수통골, 계족산 둘레길, 대청호 둘레길)을 찾아 둘이나 셋, 가능하면 혼자서라도 많이 걷는 것이 좋다. 걷다 보면 처음에는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이 밀려오면서 웃다, 울다, 또 화내면서 중얼거리겠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 기운도 빠지고, 걱정거리나 무거운 생각도 잠잠해지면서 길 옆을 흐르는 여울처럼 잦아들거나 마침내 호수처럼 고요해질 것이다. 그 때 어디선가 불끈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힘도 솟을 것이다. 고요함에서 쏘옥 머리를 내미는 또 다른 나자신과 대화하면서 그 누구로부터가 아닌 스스로를 위로하고 지지하면서 진정 자유로운 희망을 꿈꿔라.
배우기: 무엇인가를 배워라! 슈스케2의 장재인, 김지수처럼 멋지게 기타치며 노래 부를 수 있도록 포크 기타를 배우는 것은 어떤가. 좀더 다이나믹한 것을 좋아한다면 드럼도 강추다. 혹은 유럽 배낭여행을 꿈꾸며 산티아고나 투산, 또는 아프리카 북부를 가겠다는 원대한 목표 아래 기본적인 스페인어, 프랑스어를 배우는 것도 좋겠다. 꼭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동안 관심 있었던 것들을 찾아서 배우라. 이 시점에 뭔가를 배울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험생일 테니까. 서로 좋아하는 것을 통해 친구, 또 아름다운 인연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피해야 할 3금

과음금지-‘알맞게 마시자’
누구보다 재수생, 반수생들에게 부탁한다. 제발 술로 스트레스를 풀 생각은 하지말자. 적절하게 마시고 많이 이야기하고, 안주를 많이 먹고, 차라리 술을 자제하고 노래방에 가서 실컷 소리 지르고, 놀아라. 술로는 결코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는다. 더 쌓일 뿐이고 시험성적이 나오고 또 스트레스 받으며 원서를 써야하는 12월 중순까지 최선을 다하고, 다시 내년 2월까지 지구력을 가지고 잘 놀려면 과음이나 폭음으로 몸과 마음을 망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고립금지-‘날 좀 내버려두란 말야!’
자기 방에 스스로를 가두어서 고립되지 말아야 한다. “선비는 혼자있음을 경계하라”는 율곡 선생의 말씀을 기억하라. 부정적인 생각은 그런 고립에서부터 시작되며 이런 시간이 많아질수록 더욱더 부정적인 생각들이 꼬리를 물게 된다. 대부분 부모님과는 속을 털어놓고 대화하기가 힘들 수도 있으니 친구들, 또는 선배들과 많이 이야기를 나누어라. 황망한 겨울 거리를 휩쓸며 돌아다녀라.

PC방 금지-‘폐인 흉내내다 진짜 폐인 될라’
용돈 대비 시간 때우기로 특히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PC방 출입은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겠다. 그렇지 않아도 인터넷 강의로 많은 시간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을 텐데 또다시 비슷한 모양으로 앉아있는 우중충한 모습이 좋은가? 그동안 타의로 금기시됐던 오프라인으로 뛰쳐 나가자. PC방에서 게임에 몰입할 때는 잠시 현실을 잊어서 좋겠지만, 역시 PC방을 나서는 순간 곧바로 이전의 우울함이 몰려올 것이 당연하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과 함께 서로 푸념도, 위로도, 또 나름대로 희망통신으로 대책과 전략을 찾아가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가장 도전적인 대응법

끝으로 가장 도전적이면서도 진취적인 수능 이후 몸과 마음 관리법은 ‘멘토’를 찾고 만나라는 충언이다. 수험생 여러분의 수능 직후 두세 달이 일생을 결정한다. 수험생들이여, 사랑하는 후배이자 제자들이여. 이 세상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할 때 다시 시작하는 사람이 진정 자유로운 세상을 지배하고 창조함을 잊지 마시기를 당부하고 싶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청년이라면 안철수 KAIST 교수에게 메일을 보내 보라. 미국에서 MBA를 끝내고 지금 한국에 있을 테니 간절히 소망하면 만날 수도 있을지 모른다. 작가를 꿈꾸는 여학생이라면 소설가 박완서 선생에게 자필로 편지를 써보라. 경영가를 지망하는 청년이라면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에게 진정어린 영문 메일을 보내 보라. 정치를 꿈꾼다면 이명박 대통령에게, 또는 박근혜 전대표나 유시민 의원, 손학규 대표에게 메일을 보내보라. 그리고 꿈을 소청하라.
돌아가셨으면 또 어떤가? 세상까지 고치고 싶은 의사가 되려면 장기려 선생에게, 세계의 해전을 지배하는 군인을 꿈꾼다면 이순신 장군에게, 진정한 세상의 변혁을 소망한다면 헨리 데이빗 소로우나, 마하트마 간디, 또는 체 게바라에게, 과학자를 꿈꾼다면 인류와 지구에 자신의 목숨을 건 연구를 바친 마담 퀴리나 아인슈타인에게 시공을 초월한 편지를 써보라.
간절히 소망하면 그 꿈은 이루어진다는 믿음으로 구하고 나아가라. 참된 깨달음은 천둥처럼 다가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온다는 교훈을 기억하자. 수능이 끝나고 새로운 시작이 여러분 앞에 광야처럼 펼쳐져 있다.
자~ “It's Show Time!”. 이제 여러분이 등장할 차례다. 여러분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려는 미래의 광활한 무대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제스민’이란 아이디의 블로그에 게시된 ‘언수외 등급별 인간상’을 풍자한 패로디 이미지에는 수험생들의 스트레스와 고뇌가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만큼 수험생들이 수능 이후에도 겪는 초조와 불안감이 크다는 점을 생각하고 배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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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박 광 민 : 고려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후 인력개발부문의 석사과정을 공부했고 현 대입신화학원 부설 ‘집중력 코칭센터’ 소장으로 수험생들의 심신건강과 진로탐색 컨설팅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전 ‘마음테라피 지금’ 대표를 지냈으며 현재에는 MnDtoy 대표이다. 집중력향상 매직볼 발명자로서 야구를 하며 어린이들과 뛰노는 등 즐거운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손전화 ; 010-302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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