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임영호 의원 "2010 예산안 처리과정을 지켜보며"

제18대 국회 들어서 매년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예산안 전쟁’과 ‘입법전쟁’으로 여야가 극한 대치를 보이면서 국회는 불법과 폭력으로 유린되었습니다. ‘올해는 아니겠지’ 하는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2011년 예산안을 처리하는 2010년 12월 8일 또한 온갖 욕설과 싸움질로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는 국민에게 볼썽사나운 모습만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대화와 타협, 다수결 원칙이라는 의회정치의 기본원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이 참담히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시정잡배만도 못한 폭력을 저지르면서 어떻게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겠습니까?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들에게 너무나 큰 실망을 안겨드려 국민을 뵐 면목이 없습니다. 국회의원직을 사퇴라도 해서 국민에게 석고대죄를 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현실정치의 두꺼운 장벽 앞에 절망감마저 느끼게 됩니다. 먹고살기가 어려운 국민들의 가슴은 피멍이 들어가고 있는 데, 싸움질만 하는 국회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저 스스로에게 깊은 자괴감마저 듭니다.

이번 예산 국회 파행의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여당에 있습니다. 22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을 제대로 된 절차나 검증 없이 무슨 군사작전 하듯이 밀어붙인데 그 원인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야간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손쉬운 직권상정의 길을 택한 국회의장의 책임이 큽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여·야를 떠난 우리 국회의원 모두의 책임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당을 탓하고 야당을 탓하기 이전에 오늘과 같은 폭력상황을 방관한 저의 책임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3당의 비애도, 비교섭단체라는 변명도 이유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임영호 국회의원.

오늘 12월 8일은 299명 국회의원 모두의 책임이고, 모두가 패배자인 것입니다.

폭력과 욕설이 난무한 국회를 국민들은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일찍이 맹자가 민의를 저버린 군주는 역성혁명의 대상임을 천명한 것처럼, 민의를 저버리고 싸움만 하는 국회는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습니다. 여·야 모두 이번 예산안 처리를 국민 앞에 진정으로 사과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치를 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촉구합니다. 그것만이 대한민국 국회가 살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국회가 되는 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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