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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용 편집국장

대전시의회가 사라져 가던 별정직 공무원을 뽑겠다고 나섰다. 명분은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이다. 시의회에서만 일하는 ‘별정직 전문위원’을 뽑으면 집행부인 시장(市長) 눈치 안 보고 시의회만을 위해서 열심히 할 것 아니냐는 이유일 것이다. 

맞는 말이다. 별정직을 뽑든 개방형으로 뽑든 지방의회 인사권을 독립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과 절차는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이 부분에 조금이라도 의문점을 남긴다면 인사권 독립을 빙자한 ‘관직 장사’에 다름 아니다.

‘인사권 독립 실천 계획’부터 마련해야

대전시의회가 이런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우선 ‘인사권 독립 실천 계획’ 같은 것이라도 만들어서 인사권자인 대전시장과 합의해야 한다. 그리고 별정직 전문위원이 퇴직하여 자리가 빌 경우 그 자리는 ‘시의회 별정직’으로 공모하여 채운다는 것 등을 명시한 조문도 만들어 시민들에게도 공개해야 한다.

별정직이든 개방형이든 채용의 기준과 절차부터 마련돼야 한다. 곽영교 시의장은 “정당하게 우리(시의회)의 인사권을 요청한 것이니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전문가를 뽑겠다”고 밝혔는데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별정직 전문위원을 과거처럼 적당히 뽑아선 안 된다. 시의장이 아는 사람을 데려다 쓰기 위해 형식적인 절차를 밟는 식이어서는 더욱 안 된다. 공개적으로 모집해야 하고, 전형 과정에는 시민단체 관계자 등도 참여시켜야 한다.

공개 모집하고 시의회는 전형에서 빠져야

시의회가 채용하겠다는 별정직 전문위원은 4급 자리다. 이런 간부직을 외부에서 임용한다면 대전시 공무원들에겐 승진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중하위직 공무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게 뻔하다. 별정직을 뽑되 대전시 일반직 공무원 중에서 의회전문위원으로 가길 희망하는 자가 있다면 그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는 게 하위직들의 불만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투명한 4급 자리’만 하나 잃는 것이다. 별정직으로 임용하지 않으면, 공정한 공무원시험을 통해 들어온 일반직 누군가가 그 자리에 갈 것이다. ‘불투명한 선발’은 투명한 자리 하나를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9급 공무원이 되려고 해도 많게는 100 대 1이 넘는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그렇게 공무원이 되어서도 20~30년은 거쳐야 4급 공무원이 될 수 있다. 별정직은 대우와 권한에서 일반직과 차이가 없고 정년도 같다. 시의회에서 뽑겠다는 별정직은 그런 자리다. 더구나 의회의 독립성 제고를 목표로 하는 특별한 채용인 만큼 그에 걸맞는 사람을 뽑으려면 채용의 투명성은 반드시 확보해야 된다.

별정직 채용도 시장 권한

별정직이든 일반직이든 시의회 사무처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은 지방의회 의장이 아니라 자치단체장인 시장에게 있다. 의장에겐 사무처 직원 인사에 한해 협의권이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곽영교 시의장이 염홍철 시장에게 별정직 전문위원을 뽑아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중이다. 별정직 채용에 관한 모든 문제의 결정권은 시장한테 있다. 염 시장이 의장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했다면 채용 과정에 하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

의회 인사권 독립의 필요성에 대해선 이견이 없지만 지금의 대전시의회가 ‘독립’을 강조하는 데 대해선 의문이 적지 않다. 이번 6대 대전시의회는 집행부의 거수기 노릇만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벨트 같은, 지역의 최대 현안이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에서도 의장은 ‘시장님 지침’만 기다리는, 그런 의회다.

결국은 수포로 돌아간 ‘과학공원의 재벌공원화(化)’로 시장이 3년을 허송할 때도 시의회는 유구무언이었다. 도시철도2호선은 3년 동안 오락가락 하다가 또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시의회도 한 일이 없다. 시의회 차원의 도시철도 공청회도 열지 못했다.

인사권 독립 아닌  자기 식구 승진이 목적?

의장과 의원들이 시장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의존’만 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의원들 스스로 독립을 위한 의지가 없는 지방의회에서 인사권 독립을 내세워 전문위원 한 명을 별정직을 뽑겠다고 나섰다면 진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소문처럼 시의회 5급 계약직을 4급으로 끌어 올릴 요량으로 인사권 독립이 아니라 자기 식구 챙기기가 진짜 목적이라면 의회의 인사권 독립이 아니라 승진이 불가능한 계약직 식구 한 명 승진키기는 수단일 뿐이다. 그 계약직이 정말 전문위원으로 갈 만 한 직원이라면 의장은 괜찮은 인재를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게 낫지 어울리지도 않는 ‘인사권 독립’까지 들먹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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