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입성 땐 시장후보 변수로?

  김학용 편집위원  
 김학용 편집위원

어느 때보다 많은 후보들이 나서고 있는 2014년 대전시장 선거를 둘러싸고 '정치'가 만발하고 있다. 자천 타천으로 거론되는 예비후보들이 펼치는 ‘다자간 정치 줄다리기’가 치열하다. 이들은 각자의 이해에 따라 서로 끌고 밀고 견제하면서 시장 자리를 향해 나가고 있다. 주인공은 후보 자신들이지만 이른바 '시장 메이커'들의 움직임도 눈에 띄고 있다.

관료 출신들, 시도지사 자리 집념 강해

대전시장은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다. 지방에선 가장 큰 힘을 갖는 자리다. 정치인도, 공무원도, 기업인도, 교수들도 도전하는 지방권력의 상징이다.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공무원, 특히 부시장 등 지방에서 고위직을 지낸 박성효 의원과 권선택 전 의원이다. '시장 하는 맛'을 경험했거나 잘 알고 있는 이들은 국회의원 배지보다 시장 자리에 늘 마음이 가 있다. 기회만 되면 금배지를 반납하고서라도 시장에 도전하려 한다.

구청장 가운데 여건이 되는 사람들도 시도지사에 도전하려 한다. 정용기 대덕구청장이나 동구청장 출신의 이장우 의원이 시장에 욕심을 내는 데는 단체장 경험도 적지 않은 이유다. 초선인 이 의원은 다음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진동규 전 유성구청장도 시장 꿈을 꾸고 있다.

정치인에게 시도지사는 정치적 기반 확대 기회

관료 출신이 아닌 정치인에게 시도지사는 최종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이나 수단에 가깝기 때문에 도전의 적극성에서는 좀 떨어지는 편이다. 출마 기회가 되면 한번 시도해보는 식도 많다. 여당 대표를 지내고도 경남지사로 간 홍준표씨도 이런 경우다. 이번에 시장선거에 뛰어든 이재선 전 의원과 이양희 전 의원도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나이로 보면 이양희 전 의원(68)은 마지막 기회다.

정치인에게 시도지사 출마는 대개 경력 쌓기나 기반 확대가 목적이다. 이완구 의원도 도지사를 한 번 함으로써 지역적 기반을 넓혔고, 그 덕에 충청권의 대표 정치인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러나 단체장 '맛'을 잘 모르는 정치인들은 시도지사에 대한 매력이 덜한 편이다. 민주당의 박병석 국회부의장과 이상민 의원은 민주당의 대전시장 후보감으로 거론되지만 뜻은 없어 보인다. 특히 국가 의전서열 7위의 박 부의장은 대전시장 선거에 나올 이유가 없다. 본인도 시장에는 생각이 없음을 밝히기도 했다. 강창희 의장이 민선 3기 대전시장선거 때 처음엔 마땅한 후보감이 없었는 데도 후보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홍준표 지사에서 보듯 정치인들의 시도지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불출마 현직 시장의 '후계자 찾기'

염홍철 시장은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시장선거가 남의 일은 아니다. 후임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자신이 했던 정책이나 사업들이 잘 계승될 수도 있고 반대로 빛이 바랠 수도 있다. 최고 권력자가 후계자에 대해 굉장히 신경 쓰는 것과 같다. '말'을 갈아타야 할 시장의 측근들을 위해서도 마땅한 후임자 물색은 필요하다.

염 시장이 노병찬 부시장을 밀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 염 시장은 "부시장 앞날 망칠 일 있느냐"며 부시장 지원설을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시장 측근들이 노 부시장을 위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지인도 얼마전 염 시장 측근으로부터 "노병찬 캠프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사실이면 염 시장이 노 부시장을 가장 믿을 만한 사람으로 본다는 뜻이다. 염 시장으로선 가장 대척점에 있던 박성효 의원이나 정용기 구청장보다는 권선택 전 의원이 나을 수 있고, 권 전 의원보다는 노 부시장이 맘에 들 수도 있다.

현직 시장에게 손 내미는 후보들

염 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그와 친해지려는 후보들이 잇따르고 있다. 현직 시장이 갖고 있는 '정치적 자산'을 탐내는 것이다. 염 시장이 가진 조직을 넘겨받고 지지자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이다. 이재선 전 의원은 도시철도 2호선 문제를 가능한 빨리 매듭짓자고 말한다. 다른 후보와 달리, 염 시장이 자기 임기 내에 마무리하겠다는 말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체육단체 등의 조직을 자신에게 넘겨주었으면 하는 뜻이다.

박성효 의원도 염 시장이 불출마 선언을 하자마자 시청으로 달려가 화해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적어도 염 시장과 싸우는 이미지를 염 시장 지지자들에게 주지 않는 게 좋기 때문이다. 이양희 의원도 얼마 전, 한때 불편했다는 '청와대 공직 후배' 염 시장을 찾아가 협조를 부탁했다. 정치에선 어제의 적도 오늘은 친구가 된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차차기'에 자리 비워줄 후보 밀어주기

이장우 의원은 차차기 대전시장에 관심이 있음을 디트뉴스 인터뷰에서도 밝힌 적이 있다. 그에겐 단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당선되는 게 낫다. 가장 나이가 많은 이양희 전 의원(68)이 적합한 후보다. 더구나 이양희 전 의원은 한때 자신이 모셨던 사람이다.

염홍철 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에 나왔던 ‘염-이 연대설’의 원인도 이양희 전 의원의 경우와 같다. 염 시장이 시장을 해도 한 번만 더 하기 때문이었다. 이장우 의원은 염-이 연대설에 대해 '소설'이라고 펄쩍 뛰었지만 그렇게 볼 만한 사정은 있었다.

'박 대리인' 서청원 입성하면 시장후보 변수?

정치에선 '줄'이 필요하다. 어떤 줄에 서느냐에 따라 공천과 낙천이 갈릴 수 있다. 힘이 있는 사람의 응원을 받느냐가 현실정치에선 중요하다. 이양희 전 의원은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과 서울대 선후배 사이인 데다 과거 청와대에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 이 전 의원에게 제법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게 보지 않는 사람도 있다.

보궐선거에 나온 서청원 후보가 당선되면 '새누리당의 김기춘'이 되어 당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리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당내에 '박심'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장우 의원은 당이 서 후보를 공천하는 데 대해 대놓고 반대했었다. 나중에 사과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반대 이유는 충청권에 대한 공천권 문제 때문일지 모른다. 서 후보가 당내에 들어오면 충청권의 맹주가 되고자 하는 이완구 의원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 서 후보에 대한 반대는 이완구 의원이, 그를 따르고 있는 이장우 의원을 통해 불만을 나타난 것일 수 있다.

한때 청와대 쪽에서 이완구 의원에게 "내년 선거의 충청권 그림은 당신이 그려달라"고 했었다는 얘기도 있다. 허태열 비서실장 때 얘기라고 한다. 청와대는 이완구 의원을 '대권주자'로 부상하는 김무성 의원에 대한 견제용으로 쓰려는 생각이었을 수 있다.

이 의원은 청와대를 등에 업고 당권에 도전하면서 정치인으로서의 몸무게를 늘리겠다는 계산을 했을 법하다. 서청원이 들어오면 이런 계획이 무산되거나 수정되면서 충청권 시도지사 공천에도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과거 박성효 의원이 무관 시절 충청도 몫 한나라당 최고위원으로 가는 데 서청원 후보의 역할이 있었다고 한다. 박 의원의 대전시장 시절 정무부시장이었던 김영관씨가 지금 서청원 캠프에 들어가 있다고도 한다. 만일 '서청원 체제'로 바뀔 경우 박 의원의 시장공천이 유리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분석도 나온다.

현역 국회의원 출마 가능할까?

그러나 박성효 의원은 현역이란 점이 커다란 핸디캡이다. 현역이 배지를 반납하고 출마하는 것 자체가 감표 요인이다. 현역 출마로 성공한 사례도 거의 없다는 점에서 현역의 출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새누리당의 경우 최대 전략지인 서울시나,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적은 영남에선 혹시 모를까 나머지 지역에서 현역 차출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만 대전은 박성효 의원의 지지율이 월등하다는 점에서 당내 고민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현역이라도 그 사람밖에 당선될 사람이 없다면 도리가 없을 것이다.

대전시장 선거에 '박심'은 있나?

경선으로 가지 않는 한, 시장 후보는 박 대통령의 의중 즉 '박심'에 따라 결정되지 않겠느냐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박심'을 엿봤다는 얘기는 못들었다. 결론이 날 때까지는 후보들 각자가 뛰는 수밖에 없다.

박성효 의원은 압도적인 지지율에 기대감을 걸고 있고, 가장 젊은 나이인 정용기 구청장(51)은 '개혁 공천'이 현실화될 때 제일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이양희, 이재선 전 의원은 '확실한 박근혜 편'이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고, 육동일 충남대교수는 박 대통령의 친인척이란 점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공천 경쟁에서 공정한 대우만 해준다면 자신있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노병찬 부시장 출마설에 강창희 의장의 이름까지 실려 다니면서 노 부시장을 경계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아직은 현실성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편이다. '박심'이 아니라면, 그리고 후보간 득표력 차이가 뚜렷하지 않다면 경선 가능성도 있어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은 벌써부터 열심히 표밭을 갈고 있는 중이다. ???

민주당의 경우 '실질적 후보'로는 아직 유일해 보이는 권선택 전 의원은 예선보다 본선에 대비, 고군분투하고 있다. 민주당은 안철수 의원이 정말 시장후보를 낼 경우 단일화 여부 등이 가장 큰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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