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편집위원  
 김학용 편집위원

연예인과 유명 정치인은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같다. 모두 셀레브리티(유명인사)다. 그들은 어딜 가도 대중들이 모여들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준다. 자기 얘기를 들어줄 사람들이 많다는 건 행복이다. 그 점에선 안희정 지사도 행복한 정치인이다. 어딜 가도 그와 함께 사진 한 장이라도 찍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 있다.

안희정 지사, 연예인 같은 셀레브리티?

안 지사가 특강을 많이 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고 본다. 대학 특강이든 기관단체 특강이든 강사가 안희정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주목도를 높일 것이다. 그는 충남지사라는 타이틀이 아니어도 많은 곳에서 특강 요청이 들어올 만한 인물이다.

그는 시도지사 가운데 특강을 가장 많이 하는 편이다. <디트뉴스>는 얼마 전 관련 기사를 다루면서 '특강왕'이란 타이틀을 붙여줬다. 네이버에 '안희정 특강'이라고 검색해보니까 다른 시도지사보다 기사 건수가 훨씬 많다.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김문수 경기지사보다도 많이 나온다. 

도지사 인기 때문에 강의 요청이 쇄도하는 건 안 지사로선 기쁜 일이다. 그러나 '특강왕'이란 말을 들을 만큼 너무 자주 나서는 게 좋은 일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안 지사는 누구에게 무슨 내용으로 특강을 하고 있는가? <내일신문>은 2011년 7월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었다. 지금도 이런 기조에는 큰 변함이 없는 듯하다.

"(안 지사는) 지난해 7월 취임 후 거의 매달 두세 차례 이상 특강을 이어가고 있다. 도내 주민과 공무원은 물론 학생과 타 지역 주민·공무원들까지 대상도 다양하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교차특강을 진행한 것도 안 지사가 제안한 것... 특강 주제도 다양하다.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민주주의와 진보'에 대해, 공무원들과 주민들을 대상으로는 '지방정부의 변화·혁신과 분권'에 대해 그의 견해를 밝혔다."

인기 강사 요건 갖춘 안 지사

안 지사는 대체로 민주주의나 진보적인 정책들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들려주거나 충남지사로서 추진중인 행정혁신과 지방분권의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많다. 모두 안희정 자신의 콘텐츠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겐 꿈을 가지라고 격려하고, 공무원들에겐 행정의 문제점이 당신만의 탓만은 아니라는 식으로 응원도 한다.

강연장 분위기를 전달하는 기사들을 보면 강사 안희정은 활기찬 모습이다. 안 지사는 자신에 차 있고 청중들은 즐거워한다. 안 지사는 훌륭한 강사 같다. 책을 좋아하고 토론하기 좋아하는 안 지사인 만큼 좋은 강사로서의 여건은 충분히 갖췄을 것이다.

특강은 지식과 정보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법이지만, 강사 자신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청중은 강의를 듣고 나면 강사가 어떤 멋진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강의 실력이 뛰어나면 자신에 대한 호감도를 훨씬 높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그의 본업이 강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도지사는 아무리 훌륭한 강의를 할 수 있다 해도, 강의보다는 도지사 본연의 업무에 더 매진해야 한다. 도지사는 하루를 24시간으로 써도 부족한 자리다. 한 달에 두세 번 하는 특강 시간을 쉽게 내기 어려운 직책이다.

도정 홍보라면 강연료 받아선 안돼

안 지사는 강의료를 받는 특강도 많이 하는 것 같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300만원의 특강 수입을 올렸다. 돈 받고 하는 특강에 아무 준비도 없이 가서 한 두 시간 때우는 식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혹시 자신의 평소 신념과 충남도가 추진하는 정책을 설명하는 기회여서 별도의 준비가 필요 없다면 특강이라기보다는 홍보다. 강연료도 받아선 안 된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안 지사는 자신의 특강에 대해 "도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활동으로 봐 달라"고 했다.

도정 홍보라는 말인데 그렇다면 오히려 홍보비를 내고 강의하는 게 맞다. 도지사가 도정을 홍보하는 일인데 왜 강의료를 받는가? 만일 도정 홍보가 아니라 안 지사의 개인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라면, 도지사가 사사로운 영리활동을 하는 것이므로 그런 강의 자체가 문제다.

정치인이 자기 생각을 알리고 홍보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지만, 그 방법과 수단도 정당해야 한다. 도지사가 너무 많이 특강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도지사는 무엇보다 도정(道政)으로 승부해야 한다. 안 지사는 자신이 펼치고 있는 충남도 시책과 사업으로 자신을 알리고 평가받아야 한다.

도지사는 말 아닌 일로 승부해야

도지사는 말(言)보다는 일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자리다. 어떤 공무원은 행정(行政)의 행(行) 자를 따서, "행정은 가는 것"이라고 했다. 행정은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해야 된다는 것이다. 같은 정치인이라도, 국회의원이 말로 일을 한다면 행정을 책임진 도지사는 자신의 생각과 말을 실천에 옮김으로써 일을 이뤄내야 하는 사람이다.

아직 이뤄낸 게 없는 도지사라면 특강이 많을수록 까먹는 장사가 될 수도 있다. 일은 안 하면서 강의나 다닌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안 지사는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사람이어서 특강 핑계로 선거운동이나 하고 다닌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특강이 너무 잦으면 강의가 아니라 홍보와 정치로 보인다. 물론 페어플레이 정치는 아니다.

도지사는 말이 아니라 업적으로 평가받는다는 자리다. 정치인은 말로 하는 직업이지만 말이 너무 많으면 일은 오히려 이루기가 어렵다. 안 지사는 정치 현안에 대해선 말 한 마디도 조심스럽게 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안 지사는 특강 문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도지사에게 '특강왕' 딱지는 명예롭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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