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계룡 손들어준 결정에 대한 반론

김학용 주필
 김학용 주필

공공기관 A가 특정 이권사업을 B나 C 둘 중 하나에게 주려고 한다. A는 B에게 먼저 기회를 주되 2013년 12월27일까지 계약에 응하지 않으면 C에게 기회를 준다는 원칙을 정해 공표했다. B는 12월27일까지 계약에 응하지 않았으나 A는 그 뒤 3일이 지나서 계약 기한을 임의로 연장해주었다. 그 덕에 B는 계약서를 제출했고 사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C는 불공정하다며 법에 호소했으나 재판부는 사실상 B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증권(계룡건설) 손 들어준 법원 결정

2700억원 규모의 유성복합터미널 민자사업 협약 체결과 관련하여 최근 대전지방법원(제21 민사부)에서 진행된 재판의 줄거리다. 공공기관 A는 대전시 산하 지방공기업인 대전도시공사이고, B는 현대증권 롯데건설 계룡건설이 참여한 컨소시엄, C는 지산디앤씨 매일방송 생보부동산신탁이 참여한 컨소시엄이다.

도시공사가 현대증권(계룡) 측에게 협약서 제출 기한을 임의로 연장해준 뒤 협약을 체결하자, 지산디앤씨 측이 부당하다며 현대증권 측과의 협약이행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당했다. 사실상 현대증권(계룡) 측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다.

사건의 핵심은 대전도시공사가 협약 기한을 ‘임의로’ 연장해서 현대증권(계룡) 측과 체결한 협약이 유효한 것이냐의 여부다. 재판부는 그 협약이 유효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필자는 상식에 반하는 부당한 판결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재판 법으로 하지만 법은 상식의 연장

물론 재판은 상식이 아니라 법과 양심으로 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시비를 따지는 것은 자칫 주제넘은 일이다. 그러나 모든 재판이 전문성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법도 상식의 연장이거나 ‘좀더 치밀한 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유성복합터미널 협약 건은 계약의 기본 사항에 관한 문제인 만큼 반드시 고차원의 법리(法理)가 동원돼야 하는 재판도 아니라고 본다. 장삼이사들도 의견을 낼 만한 사안이다. 비록 억견일 수 있지만 필자의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이 사건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먼저 사건의 개요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이 사건의 요지.


[사건의 요지]

-2013년11월01일 : 대전도시공사는 유성복합터미널 사업과 관련, 현대증권(계룡)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산디앤씨 컨소시엄을 후순위협상대상자로 선정. (공모지침에 따라 현대증권(계룡)에 주어진 협약체결 기한은 2013년 12월27일)

-2013년12월24일까지 : 현대증권(계룡)은 시간 부족 등의 사유로 4회에 걸쳐 협약기한 연장을 요청했으나 도시공사는 ‘부득이한 사유로 볼 수 없다’며 불허함(도시공사 공문 내용)

-2013년12월27일 : 현대증권(계룡)은 제출 기한일인 이날까지 협약서를 제출하지 않음.

-2013년12월27일 : 도시공사는 “당초 협약체결 기한인 12월27일까지 우선협상대상자가 협약서를 제출하지 않아 협약이 결렬돼 후순위협상대상자와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고 언론을 통해 공표

-2013년12월30일 : 도시공사는 현대증권(계룡)이 기한 연장을 해주기 위해 ‘최고(催告) 절차’ 진행. 2014년1월6일까지 기한을 연장해주면서 협약체결에 응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임. (대전시는 최고 절차 진행은 명백한 공모지침 위반이라는 감사 결과를 발표)

-2014년1월6일 : 현대증권(계룡)은 도시공사에 협약서 제출하고 협약 체결

-2014년1월13일 : 후순위협상대상자인 지산디앤씨가 대전지법에 ‘현대증권(계룡)과의 협약은 효력이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냄

-2014년2월19일 : 재판부는 현대증권(계룡)과의 협약은 유효하다는 결정을 내림

*도시공사가 기한을 연장해서 협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경우 계룡건설과 롯데건설은 대전도시공사가 발주하는 모든 공사에 참여할 수 없게 됨. 대전지역 사업을 많이 수주하는 계룡건설은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

*대전도시공사의 감독 기관인 대전시는 ‘최고 절차를 통한 기한 연장이 공모지침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도시공사 사장과 담당 직원에게 징계를 요구하였으나 중징계는 요구하지 않아 ‘주의’와 ‘견책’에 그침.

*대전시장도 최고 절차를 통한 기한 연장은 명백한 공모지침 위반이라며 도시공사와 현대증권(계룡)과의 협약서에 입회자 날인을 하지 않음. 대전시는 공모지침을 어긴 협약서에 시장 도장을 찍지 않았지만 법원에서 괜찮다고 하면 따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입장.


‘최고 절차’ ‘시장 날인 누락’, 문제없다는 재판부

재판부가 협약의 적법성을 따진 부분은 두 가지다. 첫째는 도시공사가 현대증권(계룡) 측에 대해 기한이 3일이 지나 최고 절차를 진행하여 기한을 연장해준 데 대한 적법성 여부다. 둘째는 공모지침상 대전시장이 입회자로 협약서에 날인을 하도록 돼 있으나 시장 날인이 없어도 협약서의 효력이 발생하는지 여부다.

재판부는 이 두 가지 모두에 대해서 ‘현대증권(계룡) 측과의 협약은 효력이 있다’는 쪽으로 판단했다. 공공기관 계약에서 전례가 없는 ‘최고(催告) 절차’를 통한 기한 연장을 계약 당사자(도시공사)의 재량권으로 인정했고, 대전시장 날인 누락에 대해서도 부수적인 조항이라며 문제삼지 않았다.

필자는, 재판부가 두 가지 모두에 대해 부실하게 판단했거나 부당하게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최고 절차를 통한 ‘기한 연장’ 부분과 ‘시장 날인’ 부분을 나눠서 재판부의 결정을 분석해보자.


<최고 절차 기한 연장 문제>

우선 ‘기한 연장 문제’를 보자. 현대증권(계룡)은 협약서 제출 기한인 2013년 12월27일까지 협약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제출 마감일까지, 도시공사는 현대증권에게 기한을 연장해주겠다는 뜻을 표시하지 않았다. 도시공사가 현대증권(계룡)에 보낸 공문을 보면, 현대증권(계룡)이 기한 연장을 4번 요청했으나 도시공사는 “부득이한 사유로 볼 수 없어 기한 연장 요청을 불허한 사항”이라며 연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기한일인 12월27일까지 협약서가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대증권과의 협약 진행 건은 12월27일로 모든 게 끝났다고 보아야 한다. 도시공사가 기한일인 27일 오후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는 도시공사 스스로도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있음을 말한다.

‘최고 절차’로 현대증권(계룡) 구제한 도시공사

보도자료는 “당초 협약체결 기한인 지난해 12월27일까지 우선협상대상자가 협약서를 제출하지 않아 협약이 결렬돼 후순위협상대상자와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는 내용이었고, 언론에서도 이를 크게 보도했다. 유성복합터미널 사업 참여에 관한 한 현대증권(계룡)은 2013년 12월27일자 ‘사망 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도시공사는 어떤 이유에선지 갑자기 태도가 변했다. ‘죽은 자’를 다시 살려내기로 맘을 먹은 듯하다. 도시공사는 협약서 제출 기한(12월27일)을 3일이나 경과한 12월30일 ‘유성복합터미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최소 예정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현대증권(계룡)에게 보낸다. 변호사에게 구두 자문을 구해서 만들었다는, 이른바 ‘최고 절차’ 공문이다. 협약 기한을 2014년 1월6일 연장해줄 테니 그때까지 제출하라는 게 요지다.

공문서 4항에서 도시공사는 “귀 컨소시엄(현대증권)은 정당한 사유 없이 공모지침에서 정한 사업협약체결 기한일까지 협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상실될 예정인 바, 협약 체결에 응할 것을 아래와 같이 최종 촉구합니다”고 밝히고 있다.

  대전도시공사가 현대증권(계룡) 측에 보낸 공문서. 당초 기한(2013년12월27일)에서 3일이나 지난 시점에 보낸 '협약 기한 연장' 공문이다.  
대전도시공사가 현대증권(계룡) 측에 보낸 공문서. 당초 기한(2013년12월27일)에서 3일이나 지난 시점에 보낸 '협약 기한 연장' 공문이다.

협약 결렬 사흘 만에 입장 뒤집은 도시공사

이 부분에서도 도시공사는, 현대증권(계룡)이 기한일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협약서를 제출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될 예정인 바,..”라고 하여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아직 살아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 공문서의 작성 시점 3일 전인 27일 도시공사 스스로가 현대증권과의 협약이 결렬되었다는 보도자료와 명백하게 배치되는 내용이다.

현대증권에게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유지시키려면 기한 만료일인 27일 이전에 이런 공문을 보냈어야 한다. 대전시도 이와 관련 “최고 절차 진행은 명백히 공모지침을 위반한 것”이라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런 식으로 진행한 기한 연장을 문제삼지 않았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공모지침에는 사업목적상 부득이한 경우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의하여 체결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단서 규정을 두고 있고, 이는 계약 당사자가 사업목적상 부득이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우선협상대상자에게 사업협약체결기한을 연장해줄 수 있도록 하는 재량의 여지를 둔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기한 연장의 효력을 쉽게 부인해선 안 된다”며 밝혔다.

도시공사 ‘맘대로 기한 연장’, 무효화시킬 하자 아니다?

재판부는 ‘기한 연장’이 당초 기한을 3일이나 지난 시점에 이뤄진 부분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설령 협약의 체결 기한이 연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더라도 기한을 도과(경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계약 당사자인 피신청인(도시공사)이 특별한 이의 없이 이 사건 협약을 체결하기에 이른 점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하자가 입찰 절차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로 중대하여 협약을 무효화시킨 정도의 하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을 붙이고 있다.

재판부는 계약 만료 기한에서 3일이 지난 시점에 취해진 기한 연장 조치를 입찰 절차의 ‘하자’로 인정은 하면서도 공정성을 현저히 해치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런 판단에 보통 사람으론 이해할 수 없는 고차원의 법리(法理)가 들어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기자의 상식으론 이해하기가 어렵다.

재판은 법과 양심으로 하는 것이다. 최고 절차를 통한 기한 연장의 적법성을 따지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공모지침’이라는 법일 것이다. 공모지침에는 당초 협약 기한이 12월27일로 돼 있고, 그 이전에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면, 당초 협약 기일을 3일이나 지난 시점에 취한 최고 절차를 인정할 수 없는 게 정상적인 ‘법적 판단’이 아닐까?

만일 기한을 3일이나 지난 시점에서 기한을 연장한 게 큰 하자가 아니라는 재판부의 판단이 타당하다면 공모사업에 굳이 협약 기한을 둘 필요가 없다. ‘협약 기한은 도시공사 맘대로’라고 하면 된다. 재판부의 판단은 ‘협약 기한은 도시공사 맘대로야!’라고 하는 말과 다르지 않다.

공모든 입찰이든 계약(협약)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기한(기간)이다. 공공기관의 모든 공모와 계약에는 기한이 정해져 있다. 응모 업체는 날짜를 지켜 신청해야 하고, 기관은 날짜를 지켜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불가피한 이유 때문에 기한 변경이 필요하다면 당초 기한일 이전에 연장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건 법이 아니라 상식이다.

공정성 훼손과 공모사업 혼란 초래할 ‘최고 절차’ 인정

재판부는 이 사업의 발주자인 도시공사의 재량권을 최대한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했을 수 있다. 기한을 연장하든 말든 기본적으로는 사업 발주기관인 도시공사가 판단할 일이고, 도시공사의 선택이 사업목적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면 기한 연장 과정에 하자가 좀 있더라도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일 가능성이 있다.

설사, 그런 취지를 이해한다고 해도 공모지침을 위반하여 도시공사 ‘임의로’ 기한을 변경한 행위를 인정하게 되면 공정성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될 수밖에 없다. 도시공사가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상 기한을 ‘맘대로’ 연장함으로써 후순위협상대상자는 협상 기회조차 잃게 된다.

도시공사가 맘대로 기한을 연장하는 바람에, 법(공모지침)대로 했다면 얻었을 기회를 잃게 만들었다면 명확한 불공정이다.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이 중요한 사업이고, 도시공사가 선택한 방법이 사업의 목적에는 위배되지 않는다고 해도 도시공사 맘대로 협약기한을 변경할 수 있다는 식의 판단은, 민주주의 기본원리인 공정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최고 절차’가 인정되면 앞으로 공공기관의 공모에선 기한의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이번만 ‘최고’를 인정해주고 다음 번에 안 해줄 것인가? 공모에서 뒤늦게 입찰하는 기업이 ‘우리도 최고 절차를 밟아달라’고 하면 안 들어줄 명분이 없다. ‘최고 절차’가 법적으로 인정되면 모든 공모 과정에 혼란을 초래할 게 분명하다.


<대전시장 날인 누락 문제>

 ‘대전시장의 날인’ 문제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도 수긍하기 어렵다. 공모지침에는 협약체결에는 대전시장을 입회자로 둔다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시장 날인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업의 특성상 지원을 보장받기 위하여 둔 부수적인 규정으로 보이는 바, 날인이 누락되었다고 하더라도 계약의 사유를 부정할 사유는 아니다. 이러한 하자 역시 계약의 본질적인 사항에 대한 위반에 해당하거나 공공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로 중대하여 협약을 무효화시킬 정도의 하자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업자의 권리만 보고 시장의 권리 부분은 안 본 ‘시장 날인 누락’

재판부는 시장 날인의 의미를 ‘사업자의 권리(지원을 보장받기 위하여)’ 확보 수단의 측면만 본 것 같다. ‘시장이 보장한다는 도장이 없어도 사업자(현대증권)가 괜찮다는데 무슨 문제냐’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대전시장의 날인은 사업자에 대한 책임 뿐 아니라 발주기관인 도시공사에 대한 ‘감독 권리’도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만에 하나 도시공사사장이 업체와 짜고 사업을 망친다면 그 책임을 누가 지는가? 도시공사 사장은 2700억원 짜리 사업에 대해 실질적으로 책임질 수가 없다. 이 사업에 대한 정치적, 행정적 최고 책임자이며, 실질적 책임자는 대전시장이다.

대전시장은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이란 공공의 사업을 산하 공기업인 도시공사와 사업자가 서로 협조해서 잘 추진하도록 할 책임과 권리가 있다. 이 때문에 도시공사는 실질적으로는 대전시의 지휘를 받아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도시공사가 독단으로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재판부가 대전시장 날인을 안 찍어도 그만인 부수적인 규정으로 본 것은 잘못이다.

공공사업의 실질적 책임자인 대전시장 도장은 필요 없다?

재판부는 대전시장의 권리 부분에 대한 검토를 누락한 듯하다. 공공사업의 계약에서 시장의 날인은 핵심적 사항이다. 민간의 부동산 매매 계약에서 중개인의 날인은 부수적일 수 있으나 공공사업에서 대전시장의 도장은 실질적 책임자로서의 날인이라고 보아야 한다.

재판부는 “대전시장의 날인 누락이 공공성과 공정성이 현저히 침해할 정도가 아니다”고 하였으나 그렇지 않다. 시장이 도장을 찍지 않고 도시공사와 사업체에게만 맡겨둔다면 이 사업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 도시공사가 일을 엉터리로 처리하면서 시장이 도장을 찍지 못할 정도의 이 사건만 보더라도 대전시장 날인의 필요성을 오히려 말해주는 것 아닌가?

<재판부 적용한 법리>

재판부는 이 사건을 판단하는 데 ‘관련 법리(法理)’로 ‘2006년 대법원 결정’을 적용했다. “입찰 절차에 어떤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당해 입찰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입찰 절차의 하자가 그 공공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로 중대한 경우 또는 누가 보더라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이 분명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한하여 계약이 무효가 된다”는 게 대법원 결정의 요지다.

재판부는 이 부분을 도시공사와 현대증권(계룡)의 협약 건에 적용시켰다. 기한 만료일 3일이 지나서 취해진 기한 연장을 큰 하자가 아닌 것으로 보았고, 시장 날인을 협약서에서 없어도 되는 도장으로 보았다. 같은 문구라도 사람마다 해석을 정 반대로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중요한 사업의 계약 기한을 맘대로 연장해도 별문제가 아니라는 해석은 나오기 어려운 해석 아닌가? 

재판부는 도시공사에 대해 일단 면죄부를 준 꼴이다.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임시적 판단’이긴 하나 상식인의 눈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수능 시험장엔 1분만 늦어도 못 들어가고, 1원만 높아도 입찰에서 떨어지는 게 철칙인 줄로 만 아는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2700억원 짜리 사업을 계약 만료일 3일이 지나서도 서류를 제출하여 계약권을 따내고 법원에서도 ‘합법’ 인증을 받아내는 모습을 이해할 수가 없다.

 

 [대전지방법원 가처분 결정 관련 보도자료]

2014. 2.

유성 광역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 관련

협약이행중지 가처분 사건

- 대전지방법원 2014. 2. 19.자 2014카합50011 결정 -

 

공보관(전화 : 470-1543)

기도 하지만,

• 대전도시공사는 대전 유성구 구암동 광역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 복합여객터미널 민간사업자 공모 절차를 거쳐 현대증권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다음 현대증권 컨소시엄과 2014. 1. 6. 이 사건 사업협약을 체결하였는데, 후순위협상대상자인 주식회사 자산디앤씨가 2014. 1. 13. 대전도시공사를 상대로 이 사건 사업협약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우선협상자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하고, 대전도시공사는 현대증권 컨소시엄과의 이 사건 사업협약에 따른 추가 계약의 체결 및 협약 이행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 대전지방법원 제21민사부 는 2014. 2. 19. “①협약체결기한이 연장되어 이 사건 사업협약은 적법한 기한 내에 체결된 것이며, 설령 협약체결기한이 연장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하자가 입찰절차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로 중대하여 이 사건 사업협약을 무효화시킬 정도의 하자라고 보기는 어렵다.②공모지침서에는 협약체결시 대전광역시장을 입회자로 한다고 되어 있으나 이는 부수적인 규정으로 협약의 당사자가 아닌 입회인의 날인이 누락되었더라도 계약의 부수적 사항에 대한 위반이어서 계약의 효력 자체를 부정할 사유는 아니다.”는 등의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였음.

 

Ⅰ. 사안의 내용

피신청인 대전도시공사는 대전 유성구 구암동에 광역복합환승센터를 개발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민간 사업시행자를 선정하기 위하여 2013. 7. 22. 제2013-90호로 “유성 광역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 복합여객터미널 민간사업자 공모”를 공고함

신청인 주식회사 지산디앤씨, 주식회사 매일방송, 주식회사 생보부동산신탁 컨소시엄(이하 ‘신청인 컨소시엄’)과 현대증권 주식회사·롯데건설 주식회사·계룡건설 주식회사 컨소시엄(이하 ‘현대증권 컨소시엄’)은 각 위 사업자 공모에 참여함

대전도시공사는 2013. 11. 1. 심의결과 현대증권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신청인 컨소시엄이 후순위협상대상자로 각 선정되었다고 공고하였고, 같은 달 4. 이를 신청인 컨소시엄과 현대증권 컨소시엄에 각 통보함

이 사건 공모지침서에 따른 현대증권 컨소시엄에 주어진 사업협약체결기한은 2013. 12. 27.이었음

현대증권 컨소시엄은 2013. 12. 24. 대전도시공사에, 1) 사업협약서 상 대전광역시 역할 및 입회자 참여에 대한 누락, 2) 토지매매대금, 3) 토지계약금 지급방법, 4) 대규모 점포 등 인허가 불가 사항에 대한 언급, 5) 사업중단시 시설물에 대한 귀속 관련 사항, 6) 협약이행보증금 납부방법, 7) 민간사업자의 귀책사유 관련 사항 등의 각 항목에 관한 협의 및 검토 필요성 등을 이유로 하여 사업협약체결기한의 연장을 요청함

대전도시공사는 2013. 12. 30. 현대증권 컨소시엄에, 현대증권 컨소시엄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공모지침에서 정한 사업협약체결기한까지 협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으므로 최종적으로 2014. 1. 6.까지 사업협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가 상실될 예정이라고 통보함

대전도시공사와 현대증권 컨소시엄은 2014. 1. 6. 사업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을 체결함

신청인은, ① 이 사건 공모지침서에 정한 사업협약체결기한을 도과함으로써 현대증권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를 상실하였음에도 대전도시공사가 현대증권 컨소시엄과 이 사건 협약을 체결하였고, ② 이 사건 협약 상에 입회인 대전광역시장의 날인이 누락되었으므로, 대전도시공사와 현대증권 컨소시엄이 체결한 이 사건 협약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신청인에게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하고, 이 사건 협약에 따른 추가계약의 체결 및 협약 이행의 금지를 명하는 가처분을 구하였음

Ⅱ. 법원의 판단 : 가처분신청 기각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할 때, 이 사건 협약의 체결기한은 연장되었음

- 이 사건 공모지침서에는 ‘사업목적상 부득이한 경우’라는 포괄적인 사유를 들어 우선협상대상자가 대전도시공사와 협의하여 사업협약체결기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 규정을 두고 있고, 이는 계약당사자인 대전도시공사가 사업목적상 부득이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우선협상대상자에게 사업협약체결기한을 연장해 줄 수 있도록 하는 재량의 여지를 둔 규정이라 할 것이고, 이와 같이 계약당사자인 대전도시공사가 사업협약체결기한 연장에 합의하였다면 그 판단이 현저히 불공정하거나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 한 사적 자치의 원칙에 비추어 그 연장의 효력을 쉽게 부인하여서는 아니 됨

- 대전도시공사가 현대증권 컨소시엄의 연장 요청에 응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바는 없고 대전도시공사가 이 사건 협약 체결기한을 연장하는 과정에 절차상 미비한 점은 있으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대전도시공사가 현대증권 컨소시엄에 최종 협약체결기한을 2014. 1. 6.로 다시 정하여 통보한 것은 사실상 사업협약체결기한을 연장하여 부여한 것

- 대전도시공사와 현대증권 컨소시엄과의 사이의 이러한 연장 합의가 사업 목적상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근거도 없으므로, 위 연장된 기한 내에 피신청인과 현대증권 컨소시엄이 이 사건 협약을 체결한 이상 협약체결기한을 도과하여 체결한 것이라 볼 수는 없음

설령 협약 체결기한이 연장되지 않았더라도 기한을 도과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계약당사자인 대전도시공사가 특별한 이의 없이 이 사건 협약을 체결하기에 이른 점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하자가 입찰절차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로 중대하여 이 사건 협약을 무효화시킬 정도의 하자라고 보기 어려움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할 때, 입회인 날인 누락으로 협약의 효력 자체가 부정된다고 보기 어려움

- 이 사건 공모지침서에 협약체결 시에 대전광역시장을 입회자로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 사실은 위에서 본 바와 같으나, 이는 이 사건 사업의 특성상 지원을 보장받기 위하여 둔 부수적인 규정임

- 협약의 당사자도 아닌 입회인의 날인이 누락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계약의 부수적 사항에 대한 위반에 지나지 않는 것이어서 계약의 효력 자체를 부정할 사유는 아님

따라서 이 사건 협약이 협약체결기한 도과되었다거나 입회인 날인이 누락되었다는 이유로 무효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신청인의 가처분신청은 이유 없어 기각함

Ⅲ. 관련 법리

국가계약법에 의한 계약은 국가가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하는 사법상의 계약으로서 그 본질적인 내용은 사인 간 계약과 다를 바가 없으므로, 입찰절차에 어떠한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당해 입찰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입찰절차의 하자가 그 공공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로 중대한 경우 또는 누가 보더라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이 분명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무효가 된다(대법원 2006. 6. 19.자 2006마117 결정 등 참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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