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예비후보에 '막말' 특정인 위한 사조직 아니고서야...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정치생명까지 걸고 지켜낸 세종시의 새누리당 상황을 알까?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정치생명까지 걸고 지켜낸 세종시의 새누리당 상황을 알까?

새누리당 세종시당(세종시당)에 대한 취재를 해 오면서 한 가지 의문점을 갖게 됐다.

새누리당 인사들의 표현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면서까지 원안을 지켜낸’ 대한민국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집권여당 조직이라 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말이다.

각 정당 통틀어 이런 시·도당이 있는지 조차 모르겠다. 일련의 사태를 보면 사조직이 아니고서야 이럴 순 없을 거란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 장면1

지난 2월 새누리당 중앙당에서 미묘한 기류가 감지됐다. 김고성 세종시당 위원장이 공정한 경선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 중앙당에서 직접 챙겨야 한다는 얘기가 돌았던 것. 김 위원장이 유한식 시장 쪽에 있다 보니 문제가 된 것이다.

2월 26일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 앞서 김 위원장을 만나 이에 대한 입장을 물었는데 돌아온 답변이 기자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세종시당 위원장을) 안 하면 더 편하다. 내가 정치를 안 한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세종시당 위원장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내 나이 70에 이게 무슨 감투라고….”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더 충격적인 것은 그에게 있어 세종시당 위원장은 ‘어쩔 수 없이 떠맡은’ 자리였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누가, 왜 김 위원장이 원치도 않은 직책을 맡긴 것일까?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유한식 시장의 출판기념회 축사에서 도 넘은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돼 선관위로부터 구두 경고를 받은 것을 놓고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은 간다.

# 장면2

세종시당 부위원장이자 공천관리위원인 A 씨가 최근 밤늦게 최민호 예비후보에게 폭언과 협박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A 씨는 공천관리위원직을 사퇴한 상태지만 이것만으로 상황이 일단락 될 것 같지는 않다.

녹음파일을 보면 욕설 외에도 또 다른 심각한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최 예비후보가 밤늦게 전화한 것을 문제 삼자 A 씨가 “12시든 1시든 (무슨 상관이냐) 나는 당(黨)이고, 형님(최 예비후보)은 당원이자 새누리당 후보”라고 말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영화 ‘변호인’에서 송 변호사와 고문 경찰이 ‘국가란 무엇인가’를 놓고 언성을 높인 장면이 연상되는 이유는 왜일까?

A 씨는 최 예비후보에게 불출마를 종용하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만약 이것이 세종시당 주요 당직자 전체의 기류를 반영한 것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특정 주자에 대한 호·불호를 가질 순 있지만 이럴 거라면 당직을 사퇴하고 아예 캠프에 합류하는 것이 맞다.

# 새누리당, 정상화 나서야

이쯤 되면 ‘바보천치’이거나 유 시장의 당선을 위해 고도의 전략과 전술을 발휘해야 할 페이스메이커(Pacemaker)가 아니고서는 새누리당 세종시장 공천 경쟁에 뛰어들 이유가 없을 것이다.

세종시당이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 누가 그 책임을 져야 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러나 세종시라는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곱은 손을 호호 불어가며 펜을 들었고, 때로는 국가권력에 정면으로 맞섰던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는 기자로선 씁쓸한 입맛을 지울 수 없다.

박 대통령의 귀에 들어가기 전에 새누리당은 세종시당의 정상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 그러지 않을 거라면 세종시민의 따가운 회초리도 달게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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