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지방선거 구할까?

  김학용 주필  
 김학용 주필

과거 5번의 시도지사 선거를 보면 ‘지방선거는 여당의 무덤’이란 말이 역시 맞다. 선관위 홈피에서 지방선거 결과를 살펴봤다. 줄곧 한쪽만 찍어, 통계적 의미가 떨어지는 영호남과 제주도를 제외한 7개 시도(대전 충남 충북 서울 인천 경기 강원)의 시도지사 선거에서 20년 간 당선자 35명 가운데 25명은 야당이었다.

지방선거는 역시 ‘여당의 무덤’이다

그나마 ‘여권 당선자’ 10명 가운데 6명은 특수한 상황에서 나왔다. DJP 연합정권 출범 초기 치러진 지방선거는 여당이 아니라 IMF 사태를 초래한 야당(YS정권)을 심판한 선거였다. 그 외의 선거에선 거의 여당이 심판을 받았다. 특별한 ‘쟁점’이 없다면 기본적으로는 야당에게 유리한 게 지방선거다.

보수당인 새누리당이 기대를 걸 만한 부분은 있다. 지방선거는 진보적 정당보다는 보수적 정당 후보의 당선자가 훨씬 많았다는 점이다. 20년 간 시도지사 당선자 35명 가운데 27명은 보수당 후보였다. 이는 역시 보수당이었던 자민련이 -특히 지방자치 부활 초창기에- 거둔 성과에 힘입은 바 크다.

대전시장의 경우 5명의 당선자 모두 보수당 출신이었다. 자민련 계열에서 3명, 한나라당 계열에서 2명이 나왔다. 충남 역시 5명 중 안희정 지사를 제외하고 4명(한나라 1명 자민련 3명)이 보수당 출신이다. 충북과 강원도의 경우도 2010년에야 처음으로 진보당(민주당계) 후보가 당선되었고 그 이전에는 전부 보수당(한나라 또는 자민련 계)의 후보자가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당 출신 시도지사가 많은 데 대한 의미 부여에는 한계가 있다. 5번의 지방선거 중 3번이 진보당 정권(DJ 때 2회, 노무현 정권 때 1회)에서 치러졌고, 당연히 야당인 보수당 성적이 좋았다. 즉 보수당 당선자가 많은 것은 진보정당의 집권 때 지방선거가 더 많은 때문이지 보수당이라서 이긴 게임이 아니다.

보수당 때 승률이 높다는 점이 여당의 위안

새누리당에게 위안을 주는 부분이 있다면 자신들이 여당일 때 선거에서 승률이 더 높았다는 점이다. 진보 정권 시절 지방선거에선 DJP연합 초기를 제외하곤 여당의 전패(全敗)였으나 보수당 정권(YS와 MB)에서 치러진 2번의 선거에서는 14자리 중 4개를 여당이 가져갔다. 이인제(경기) 최기선(인천) 오세훈(서울) 김문수(경기) 네 사람이 역대 ‘여당의 무덤’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불과 5번의 선거 통계로 의미있는 분석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지방선거가 ‘여당의 무덤’이란 점은 확인해주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얼마나 불리한 위치에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여당은 왜 지방선거에 그리 약한 것인가? 여당이기 때문에 패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독선과 정권의 부패가 두드러지면 여당에 대해 국민들이 회초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YS(1995년), 노무현(2006년), MB(2010년)는 스스로의 독선 때문에 지방선거를 망쳤고, DJ(2002년)는 아들과 측근 비리로 인해 혹독한 심판을 받았다. YS 때는 지역 바람의 영향도 컸고, 노무현 때는 여권 스스로의 분열도 패배를 자초했다.

대통령의 ‘직무 태도’와 ‘도덕성’이 심판 기준

그러나 가장 중요한 평가의 기준은 대통령 자신의 ‘직무 태도’나 정권의 ‘부패 문제’다. 특히 국정 운영방식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평가를 좌우한다. YS는 3당 합당으로 정권을 잡았으나 바로 독선에 빠지면서 지지율이 급락했고, ‘대통령 못해먹겠다’던 노무현은 분열과 혼란의 주역이 되면서 선거마다 참패를 거듭했다. 4대강과 행정도시 취소에 매달리면서 ‘고집스런 대통령’이 된 MB도 지방선거를 망쳤다. DJ는 직무 수행은 노련한 편이었으나 부패 문제가 심판의 대상이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이어 터진 대통령의 아들과 측근 비리는 지방선거 완패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지방선거가 집권 세력, 특히 현직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 새누리당도 기본적으로 이런 악조건에서 선거를 치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에는 ‘세월호 사건’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있다.

이번 선거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평가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DJP연합 정권이 출범한 지 4개월도 안 된 시점에 치러진 1998년을 제외하곤 전부 집권 3년~5년 차에 지방선거가 있었다. 이번 선거는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 지 1년 4개월 되는 시점이어서 가장 이른 편이지만 세월호 사건은 박근혜 정권을 이미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세월호 사건은 정부의 실상과 무능을 그대로 드러냈다. 정부 관료들, 이른바 ‘관피아’들의 탐욕이 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지, 그런데도 정부가 한 명의 생명도 구출하지 못하는지도 만천하에 알려주었다. 무능한 정부, 부패한 공무원 세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 문제를 박근혜 정권과 연결하는 방식은 여와 야가 크게 다르다. 야당 쪽에선 ‘안전행정부’로 이름까지 바꾸면서 큰 소리 치더니 300명의 세월호 희생자 중에서 단 한 명도 살리지 못한 무능한 정부라는 점을 강조한다. 여당은 세월호 사건을 초래한 ‘적폐’를 박근혜 대통령이 해결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국민들은 어느 한 쪽 편을 들어 투표에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 자체보다 ‘만기친람’ 등이 심판 대상

그러나 나는 세월호 사건 자체보다는 이 사건을 계기로 박 대통령의 ‘직무 태도’가 평가받을 것으로 본다. YS 노무현 MB의 경우도 국민의 뜻을 거슬러 고집을 피운 대통령으로 인식되면서 그것이 선거에 반영되었다고 본다. 박 대통령이 그들처럼 심판을 받는다면 ‘세월호’가 아니라 ‘인사 문제’나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을 대하는 대통령 독선적 태도일 것이다. 혼자서 국정을 주도하는 ‘만기친람 스타일’이 이번 선거에서 표심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

많은 국민들이 박 대통령을 따끔하게 혼내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라면 이번 선거는 또다시 여당의 무덤이 될 수밖에 없다. 아직 그 정도의 심판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거나 평가 시점이 좀 이른 편이라고 판단하면 심판을 유예할 수도 있다. 여야의 희망은 상반되지만 결과는 국민들의 생각에 달렸다.

박근혜가 노무현이나 MB와 다른 점(?)

박 대통령의 경우 이전 대통령들과 다른 점은 스스로가 자세를 낮추려는 모습을 보이려 한다는 점이다. 세월호 사건이 터지자마자 현장으로 달려가고 대국민 담화를 통해 눈물로 읍소하는 장면은 그것이 100% 진심이라고 해도 ‘정치적 의미’가 부여될 수밖에 없다. 표심에 큰 영향을 주는 ‘대통령의 직무 태도’에 대한 국민의 시각을 좌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여당의 무덤’에서 탈출한다면 ‘대통령의 눈물’ 덕이다. 그게 눈물이 아니라 ‘눈물쇼’라는 시각도 있으나 그런 쇼라도 보인다는 게 지난 대통령들과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눈물의 진정성에 대한 평가는 선거에서 가려질 것이다.

박 대통령은 위기 때마다 당을 구하고 마침내 스스로 권력을 잡은 ‘선거의 여왕’이었다. 그가 다시 한번 국민 앞에서 나오고 있다. 그에 대한 평가가 곧 지방선거의 결과다. 충청권 시도지사 선거도 기본적으로 여기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물론 대통령한테만 책임이 있는 건 아니다. 한나라당이 여당일 때는 ‘무덤’에서 살아온 후보들이 있었다. 후보자 자신의 역량이나 야당의 능력과 전략도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7 곳 중 2개 꼴로 건진 ‘보수 여당’ 이번에는..

보수당 집권 때 치러진 2번의 지방선거 경우 영호남을 제외한 7개 시도에서 여당 후보 당선자는 28.5%였다. 여당은 7군데 중 2곳만 건졌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그 2곳이 어디가 될지는 모른다. 물론 2곳이 더 될 수도, 2곳도 안 될 수도 있다. 이는 후보자보다는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달렸다. 여론조사나 판세분석과는 상관없이, 지난 20년 간의 선거 결과로 보면 그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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