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세월호 참사는 이른바 ‘관피아’ 폐해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행정고시제도의 부작용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정부는 공직사회 개혁방안의 하나로 행정고시 선발인원을 50%로 축소하고, 2017년까지 5급 공채와 민간경력자 채용을 5대5 비중으로 맞추겠다고 발표했다.

가기천 수필가·전 서산부시장
이에 앞서 지난 2000년, 공직개방을 통해 정부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중앙부처 실‧국장급 자리 중 20%인 166개를 개방형 직위로 지정해 놓은바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도 일부 직위를 개방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2010년 당시 행정안전부에서는 행정고시를 50%까지로 줄이고 외부전문가를 사무관으로 특별채용 한다고 발표하였다.

행정고시 50% 줄이고 외부 전문가 채용하겠다는 정부

이러자 고시준비생을 비롯하여 각계에서 많은 우려와 반발이 일어났다. 더욱이 그 무렵, 한 부처에서 장관의 딸을 5급 대우의 전문계약직으로 특채하여 물의가 빚어졌다. 왕조시대의 음서제(蔭敍制)가 부활했느니, 신분의 세습이라느니 하여 논란이 컸고,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지났다’는 역설적인 말로 회자되었을 만큼 시끄러워지자 급기야 장관은 그 직에서 물러나기에 이르렀다.

3년 계약직이라면 비정규직으로서 어떤 면에서 보면 단지 시험을 잘 치는 사람을 고르는 것보다도 더 유능하고 필요한 인물을 선택 할 수 있다고 받아들였을 법한 일이 왜 그렇게 큰 소용돌이를 일으킨 것일까?

당시의 사태는 취업난, 청년실업, 고시낭인 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과 바늘구멍보다도 더 어렵다는 공직의 관문을 공정성을 상실한 채 가문과 배경으로 쉽사리 통과한 것으로 인식됨에 따라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는 분위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 무렵, 하버드대 마이클 샐던 교수가 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법철학 개론서가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정의’가 화두가 된 때라서 그 파장은 더욱 컸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아직도 특혜나 불공정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면서 결코 용납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정부는 그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공채인원을 줄이고 개방직으로 민간인에게 문호를 확대하겠다는 것이 일관된 방침이다. 시험은 ‘점수’에 의한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간편한 선발방식이라는 믿음은 주고 있으나, 소수점 이하로 순위가 매겨지는 시험성적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파악하는 최선의 수단은 아니라고 보면서, 외부 수혈을 통하여 공직사회의 경직된 체질을 유연하게 개선하겠다는 목적도 가지고 있다.

조선 중종 때 조광조의 건의로, 종래의 과거제에 학문과 덕행이 뛰어난 인물을 천거하는 방식을 결합시킨 현량과(賢良科)를 시행한 적이 있었을 만큼 과거제의 폐단을 고치기 위한 시도와도 일맥상통한다고도 할 수 있다.

공직 개방의 전제 조건 ‘공정한 선발’

한편 공개경쟁으로 채용된 공직자들의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를 고치고자 오히려 개방직이라는 이름으로 특채가 확대된다 하니 아이러니할 수도 있는데, 다양화, 전문화시대에 획일적인 선발방식의 한계를 보완하는 인재등용방식을 도입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만 개방직이란 곧 특채를 의미하고, 특채는 특혜나 정실이 연상되는 현실에서 개방직 공무원 선발에는 몇 가지 전제되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먼저 공정한 선발과정을 거쳐 유능한 인물을 확보할 수 있는 빈틈없는 장치를 마련하여야 하며, 무엇보다도 엄격한 자격기준을 정하여 일관성 있게 적용하고, 공고내용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운영하여야 한다.

이에 정부에서는 전‧현직 공무원을 일절 배제하고, 학계, 민간기업, 언론계 등 해당 분야 최고전문가로 구성된 ‘중앙선발시험위원회’를 설치하며, 시험실시 직전에 인력 풀(pool)에서 위원을 위촉하여 운영할 계획이라 한다.

공무원을 선발하는 권한이 이들 위원의 손에 달린 만큼 우선 드높은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진 위원을 선정하여야 하고, 위원의 신분이 절대로 외부에 노출되어서는 아니 되며 장기간 재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특히 특정위원에 의해 선발이 좌우되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실효성이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데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지난 동계 올림픽에서 우리는 특정 심사위원의 입김에 따라 메달 색깔이 바뀌었다고 믿으며, 이를 비난하고 아쉬워하지 않았던가.

또 하나는 당초의 취지에 맞도록 전문성과 도덕성, 투철한 공직윤리관을 갖춘 인물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그들이 수월하게 공직사회에 적응하여 충분하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하며, 공직을 명예로 여기고 보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뜻을 품고 들어왔다가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한 채, 그 자리를 떠나가게 된다면 정부나 개인이나 모두 손실일 수밖에 없다.

아울러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나라를 경영함의 기본은 유능한 인재를 널리 구하고 잘 가려서 쓰는 것은 고금의 진리이다. 그리고 이러한 철칙은 중앙이나 지방이나 다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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