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與,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이겼을 뿐…민심 오판 안 돼

거의 대부분의 선거는 정치권에 크고 작은 지각변동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재미있는 것은 6.4 지방선거가 훨씬 큰 규모였음에도 7.30 재·보궐선거에 비해 그 파급력이 작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광역단체장 기준 ‘새누리당 8 vs 새정치민주연합 9’라는 절묘한 조화가 낳은 결과다. 특히 7.30 재·보궐선거가 ‘새누리당 11 vs 새정치민주연합 4’로 나오면서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총 사퇴하는 등 새정치민주연합이 격랑 속으로 빠져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언론과 정치권은 지역 기반 정당이 사라진 충청권의 표심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6.4 지방선거에서는 새누리당에 참패를 안긴 반면, 7.30 재·보궐선거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에 치명타를 줬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언론은 충청권을 ‘스윙 보터’(swing voter), 즉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가 견고하지 않고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으로 주목하고 있다.

일부 맞는 점도 있지만, 그 내면을 살펴보면 결정적인 오류를 발견하게 된다.

7.30 재·보궐선거가 치러진 대전 대덕과 충남 서산·태안을 살펴보자. 모두 새누리당의 초강세 지역이다. 19대 총선에서는 각각 새누리당 박성효 후보와 성완종 후보를 지지했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새누리당 기초단체장을 당선시킨 곳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권선택 대전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각각 대전 대덕과 충남 태안에서 상대 후보에게 뒤진 바 있다.

즉, 새누리당의 입장에서는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이겼다는 얘기다. 만에 하나 대전 유성이나 충남 천안에서 재·보궐선거가 치러졌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물론 아무리 새누리당의 강세지역일 지라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참패했다는 것은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여 만에 충청 민심이 달라졌다고 보는 것은 엄연히 착시 현상에 따른 오판일 뿐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6.4 지방선거 충청권 참패는 잊은 채 7.30 재·보궐선거의 승리에 취해있는 눈치다. 당장 세월호 정국을 하루 빨리 끝내고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국민에게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는 배부른 돼지가 되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 보다 더 시급한 민생이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이쯤 되면 착시 현상으로 빚어진 충청 민심 왜곡 현상을 새누리당이 은근히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2016년 20대 총선까지는 ‘선거 휴지기’인지라 당분간 확인할 길이 없겠지만, 새누리당의 오판과 자만이 그때까지 계속된다면 충청 민심은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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