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귀 막고 소통’ 외치는 대전시 '언제까지?'


대전시는 지난 3월 5일 건설관리본부(이하 건설본부)와 관련된 보도자료 하나를 배포했다. 시 건설본부가 이날 시청 대회의실에서 주요 건설현장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4 주요건설현장 소장 및 감리단장과 간담회’를 가졌다는 내용이었다. 

건설본부는 이날 시 건설행정의 중점 방향인 건설경기 조기 활성화와 지역건설업체에 대한 보호대책을 설명했다. 건설현장 소장을 비롯한 건설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과 건의사항도 청취했다. 

그러면서 2014년 역점시책으로 지역업체 자재 사용 확대, 청렴도시 구현 위한 직소(直訴)창구 개설 등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나아가 같은 달 6일부터 13일까지 전문건설협회 대전시지회를 비롯한 건설관련 6개 단체를 릴레이 방문,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찾아가는 지역건설 간담회를 가질 거라고 했다. 

시는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건설본부의 이런 방침을 ‘소통의 장’, ‘소통 행정 이어가’ 등으로 추켜세웠다.  

시 갑질과 행정 난맥 '점입가경' 

건설업계는 물론 관자재 납품 업계 사이에선 대전시 발주부서가 ‘갑’일 수밖에 없다. 기자 역시 그래서 “소통 하겠다”는 건설본부의 외침에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시나 건설본부의 이런 외침에는 관(官)의 절박함도, 애절한 목소리도 없는, 소위 ‘영혼 없는 메아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나마 하던 이런 ‘진실성 없는 메아리’조차 지금은 흔적도 없어 보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디트뉴스24>는 지난 6월 10일자와 11일자 두 번에 걸쳐 관 발주 공사 낙찰자를 비롯해 건설 및 설계·감리 업계, 관 자제 납품업계 등을 중심으로 건설본부의 ‘갑질’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당시 대전문화예술센터 배전반 납품 계약 건과 관련, 건설본부가 특정업체의 제품에 대해 ‘스펙박기’를 했다가 추후 논란이 불거지자 수의시담을 취소했다. 이 입찰의 경우 특허에 의한 신기술을 보유한 A사 제품을 쓰기로 했다가 B사가 이의를 제기하자 부랴부랴 수의시담을 없었던 일로 했다. 

시는 이후 이 건을 전국 발주로 재입찰 공고를 냈고, 결국 외지업체가 낙찰을 받았다. 

<디트뉴스24>는 이달 들어 지난 4일자와 5일자에 또 다시 건설본부의 ‘탁상행정’과 ‘갑질’ 등에 따른 관자재 납품업체의 존폐 위기 등을 지적했다. 

이 입찰 건은 건설본부가 지난 4월 대덕구 오정동 한남5거리에서 농수산물시장5거리 구간 약 1㎞ 안팎의 양 도로에 투수성(물 배수성)이 강한 아스콘 제품을 사용해 보도·자전거 도로를 설치하는 건을 조달청에 발주한 것. 

당시 이 입찰은 ‘대체대용품 존재 유무’가 논란의 핵심이었다. 대체품이 없다면 C사는 자사가 보유한 특허 신기술에 의한 수의계약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 감사관실은 관련 규정, 사용 목적물의 특성, 특허법령, 등록된 특허의 내용 범위 등에 대한 전문가 의견 등 제반사항을 고려치 않고 ‘대체대용품이 있다’는 내용의 감사처분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결정하는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 

그럼에도, 지난 5일 만난 감사관실 관계자들은 “처분 결과를 번복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채 발주를 했던 건설본부 관계자들 역시 같은 날 “재검토해 일반 공개경쟁입찰로 다시 공고를 낼 방침”이라고만 해명했다. 그러면서 도로과나 감사관실 탓만 했다.   

투수아스콘 생산 업체인 C사는 시 감사관실의 ‘대체대용품이 있다’는 현장과 다른 감사 처분 결과로 인해 회사가 보유한 특허 신기술을 향후 어디에도 써 먹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회사마자 존폐 기로에 놓인 셈이 됐다. 

시 감사관실은 C사가 변리사 등을 통해 ‘대체대용품이 없다’는 내용의 공증서를 제출하면서까지 시의 감사 처분 결과에 대한 근거 제시를 요구했지만 “비공개”라며 숨기기에만 급급했다. 

업계 “권 시장이 행정 난맥 풀라”

논란이 된 앞서 두 사례의 경우 묘하게도 공통점이 많다. 논란의 당사자가 아닌 엉뚱한 업체가 이의제기를 했다는 점,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시가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 이후 일반 공개경쟁입찰로 풀어 재발주를 했다는 점 등이다. 그리고 또 '묘하게' 절차를 피해간다. 내막은 알 수 없다. 건설본부나 감사관실 등 발주 행정의 난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사이 건설본부 윤기호 본부장은 지난 6월 말 명예퇴직했다. 이어 7월 권선택 시장 취임 이후 박영준 건설본부장이 새로 취임했다. 

권 시장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건설본부나 감사관실 등이 욕 먹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 논란이 수그러들겠지’라며 보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건설업이나 관자재 납품업계에선 오래 전부터 ‘지자체=갑’으로 인식돼 왔다. “공무원 먹여 살리는 것은 업자들”이라는 업계의 쓴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 

‘귀 막고 소통’하겠다는 발주 행정 난맥을 보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세상이 바뀌었다. 업계가 권 시장에게 거는 기대는 ‘진짜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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