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시, 높은 수준의 투명성·객관성·공익성 평가 해야

오는 19일 오후 대전시는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 내 수산부류를 운영할 도매법인을 최종 선정한다. 선정된 업체는 오는 10월 말까지 준비기간을 거쳐 영업을 시작하게 된다. 선정된 운영권자(법인)는 향후 5년간 수산부류 사업장을 운영하게 된다. 

연 예상 매출액 300억원. 지역 시장에서 적잖은 규모다. 수치상으로 5년간 1500억원 규모의 시장을 운영하는 권한을 갖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영세 및 중소업체들이 대부분인 지역 수산 업계에선 과열 경쟁 양상을 띠면서 혼탁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법인 심사 및 경쟁 과정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사업제안서를 낸 곳은 모두 4곳. 이중 A법인은 자신들이 제출한 사업제안서의 ‘사전 유포 의혹(설)’을 제기했다. 제안서를 접수받은 시와 해당 법인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그 안에 담긴 내용을 알 수 없어야 마땅하나, 제안서에 담긴 내용이 업계에서 이미 적나라하게 드러나 유통(?)되고 있더라는 것이 A사의 주장이다. 

그리고 A사는 정황상 대전발전연구원 L연구원을 지목했다. A사가 제안서 작성을 위해 소개받은 P컨설팅 업체를 L연구원을 통해 소개받은 것까지는 좋으나, 이 연구원이 입찰 마감 하루 전에 P사에 전화해 사전에 A사의 제안서를 받아 봤다는 것이었다. 

기자는 P업체로부터 “L연구원이 전화가 와서 A사의 제안서를 메일로 전송해 줬다”고 확인했다. 제안서의 사전 유출이 이뤄졌다면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제안서를 본 이유를 놓고 A사와 L연구원 간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L연구원은 “A사가 사전에 제안서 검토를 의뢰해 와 본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A사는 그러나 “컨설팅 업체를 소개해 준 연구원이라고 해도 어떻게 우리 회사가 제안서 내용을 사전에 검토해달라고 의뢰할 수 있나.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나”라며 기자에게 되물었다. 

기자가 지난 11일 해당 연구원과 통화할 때 이 연구원은 처음에 “(P컨설팅사에) 전화한 적이 없다”고 했다가 이날 오후 두 번째 통화할 때는 “A사가 사전에 검토를 의뢰해서 본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기자가 “조금 전과 달리 입장이 왜 바뀌었나”라고 묻자 이 연구원은 “시간이 다소 지난 일이어서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내가 전화한 것 같고, A사의 검토 요청으로 제안서를 사전에 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의혹 제기는 또 있다. A사의 경쟁업체인 B사에 재직하고 있는 감사가 L연구원과 특수관계인이라는 거였다. 그러면서 A사는 “노은농수산물시장 활성화와 관련해 두 차례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인 L연구원이 일정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는 인물로 판단되기 때문에 이 연구원의 특수관계인이 경쟁업체의 감사로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부적절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한 차례 전화통화에서 L연구원은 “어떠한 친인척도 (B사에)재직하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가 두 번째 통화 때는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을 뿐”이라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보도된 지역언론에는 “아는 지인”이라고 해명했다. 기자와 지역의 또 다른 언론에 해명한 내용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며칠이 지나서야 기자도 알게 됐다. 

이 연구원은 그러면서 기자에게 “개인의 사생활 부분을 왜 자꾸 들춰내느냐. 이는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 아니냐”며 역정을 냈다. 기자는 서로 다른 주장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차원이며, 개인의 명예훼손 의도는 전혀 없음을 분명히 전달했다.

대전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 내 수산물시장 전경

그럼에도, 기자는 L연구원과의 통화 이후 참 묘한 기분을 느꼈다. 제안서를 사전에 유출하지 않았다는 이 연구원의 강력한 주장을 이해하면서도 개인사가 다소 묘하게 얽혀 있어 의심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거였다. 

오비이락(烏飛梨落). 기자가 노은 수산물 도매법인 선정 취재 과정에서 느낀 것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이 있듯, 아무런 관계도 없이 한 일이 우연히 다른 일과 동시에 일어나 오해를 받게 된다는 이 말이 문뜩 연상되는 이유는 뭘까.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 쓰지 말라’고 괜한 오해 받을 일을 하지 않는 것이 공복간의 인지상정 아닌가. 

대전발전연구원은 대전시가 출연한 시 산하기관이다. 공기관으로서 흔히 준공무원 신분이다. 이곳 L연구원은 의심받을 일이 묘하게 겹치면서 역시 의심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대전시는 감사관실에서 계속 주시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심사하겠다고 했다.  

수산물 법인 선정에 앞서 몇 가지 전제가 충족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다.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엄격한 객관적 지표 평가 적용, 아울러 시민을 위한 공익 또는 공공성까지. 비록 그것이 오비이락식 오해를 산다고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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