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이코노미석만 타는 68세의 일중독 도지사

서울(구리)~세종을 잇는 ‘제2경부고속도로’ 건설은 세종시가 간절히 바라는 정부사업이다. 세종시는 호남고속철에 세종역이 생겨야 한다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대전시는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썰렁해지게 될 서대전역에 일부라도 KTX가 계속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2경부고속도로, KTX 서대전역 경유 결사반대 하는 충북지사

충북은 이 모두에 대해 결사반대하는 입장이다. 작년엔 제2경부고속도로 건설엔 찬성했으나 올핸 반대로 돌아섰다. 충북 발전에 불리해질까봐서다. 이해는 가지만 지역의 이해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는 고속도로 건설까지 막는 것은 억지다. 충북은 제2경부고속도로 신설 대신 중부고속도로의 차선을 늘리자는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오송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KTX의 서대전역 경유’도 반대다. 모든 KTX를 서대전역으로 돌아가도록 하자는 것도 아닌데 충북은 펄쩍 뛰고 있다. 충북은 10년 전 대전 충남과 벌인 호남고속철도 분기점 경쟁에서 승리하면서 충북 발전의 전진기지 오송역을 얻었다. 

그 결과로 서대전역은 KTX가 다니지 않는 ‘간이역 신세’로 전락할 처지에 있다. 충북은 미안해서라도 하루 몇 편 정도가 서대전역으로 돌아가는 데는 반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충북은 참 매몰차다. 미안하지만 오송을 위해서 서대전역은 죽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 충북이 설사 동의한다 해도 - KTX의 서대전역 경유는 현실성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보지만, 충북도가 그렇게까지 야박하게 나오는 데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도지사로서 지역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시종 지사는 정도가 너무 심하다.

“충북 농민 위해 대청댐 상수원은 풀어 달라”

이런 상태에서 엊그제 충청권 4개 시도지사들이 만나 충청권행정협의회를 가졌다. 행정협의회는 사전 실무회의에서 조율된 안건만 올려, ‘공동 협력 사안’으로 발표하기 때문에 이날 행정협의회에선 제2경부고속도로와 서대전역 경유 문제는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충북의 요구 사항 중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안건이 있었다. 대청호 상수원보호 구역의 환경규제를 완화시키도록 함께 노력하자는 요구였다. 이 지사는 대청댐 수질 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충북도 농민들 민원을 들어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이번 충청권행정협의회에서 이시종 지사가 요청한 공동 협력 사업은 청주국제공항 활주로 개량, 동서5축(보령~울진) 고속도로 건설, 충청 교황루트 개발 등이다. 세종시행(行) 고속도로 신설과 KTX 서대전 통과는 저지하면서 충북 발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는 열심이다.

충북 도민이라면 이런 도지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웃 시도민이 보기에는 욕심이 지나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 입장에선 더 없이 고마운 진짜 도지사다. 필자는, 이 지사가 보이고 있는 ‘과도한 충북 이기주의’를 따져볼 심산으로 충북도에 전화를 걸었다가 도 공무원에게 이 지사에 대한 몇 가지를 듣게 되었다. 통화자의 이름을 묻지는 않았고 아부성 답변으로 들리지는 않았다.

비행기는 이코노미석만 탄다는 68세의 일중독자

이시종 충북도지사
“지사님은 워크홀릭(일중독자)이다. 출장을 갔다 와도 일이 있으면 밤 12시에 집무실로 들어간다. 그런 날이 꽤 많은 것으로 안다. 지사님에겐 토요일과 일요일도 없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사무실에 나가 현안을 챙긴다. 아래 사람들은 죽을 맛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지인에게 들은 얘기도 있다. 이 지사는 비행기를 탈 때 꼭 이코노미석을 이용한다. 도지사는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으나 늘 이코노미석에 앉아 간다. 미국 같은 장거리 노선의 경우도 예외가 없다. 주변에선 ‘서민 도지사’를 표방하는 이 지사의 당연한 선택으로 본다. 

중앙정부에선 이 지사가 예산 따는 데 집요한 것으로 호가 나 있다고 한다. 보통의 기관장과는 달리 어느 행사든 늘 10분 정도 먼저 가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도지사 재선에 성공한 뒤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에 추대됐다. 도 공무원은 “지사님의 일 욕심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에 대한 호평들을 다 믿을 수는 없고 단점도 있겠지만, 그가 왜 이웃 시민들에겐 ‘나쁜 도지사’를 마다하지 않는지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충북에 넘어 가 있는 충청권 리더십

근래 충청권을 중심으로 사용되는 ‘영충호’라는 용어는 이 지사가 만들었다. 그는 작년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을 추월하자, 충청권의 역할과 위상을 강조하기 위해 이 말을 만들어 퍼뜨리기 시작했다. 충북뿐 아니라 대전과 충남 지역에서도 종종 사용되고 있다. 그는 이미 영충호 시대를 개척해 가는 충청권의 리더다. 

대전 충남북 세종 등 충청권의 리더십은 언젠가부터 충북으로 넘어가 있다. 충북은 이젠 대전이 아니라 청주가 충청권의 맹주 도시가 돼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충북이 영충호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 중심에 이시종 도지사 같은 충북 정치인들이 있다.

이 지사로선 오송과 충북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제2경부고속도로 문제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오송을 위해선 KTX 서대전역 경유도 불가하다는, 말도 안 되는 요구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대전이나 세종시민의 입장에서 분명 지나친 지역 이기주의지만 이 지사를 탓할 수만은 없다. 그게 기본적으로 시도지사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이 지사에겐 자신의 책임을 다하려는 치열함이 엿보인다. 밤 12시가 넘어서야 퇴근하고 일요일에도 현안을 챙기는 도지사가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문제에 대해 적당히 대처할 가능성은 없다.

대전시장과 충남지사 세종시장은 어떠한가?

대전시장은 어떤가? 염홍철 시장 시절 호남고속철 분기점 경쟁에서 최종적으로 패해 서대전역의 운명이 오늘날과 같은 신세로 결정 난 2005년에도, 그리고 권선택 시장이 KTX를 통과시켜보자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2014년 지금에도 별 차이는 없어 보인다. 충북지사는 그때도 지금도 필사적으로 투쟁하고 있지만 대전시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치 남의 일 같다. 

충남지사는 어떤가? 충남도 또한 호남고속철 분기점 경쟁에서 패한 후유증이 심각하다. 호남고속철도 구간 중 유일한 충남 지역 역(驛)인 남공주역은 공주와 논산 중간의 허허벌판에 들어섰다. 이용자가 거의 없어 흉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대전KBS의 보도도 며칠 전 나왔다. 2006년 당시 심대평 지사에서 이완구 지사로 넘어가던 시기에 빚어진 뼈아픈 실책의 결과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안희정 지사에겐 책임이 없다. 하지만 안 지사가 지역 현안에 대해 얼마나 분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50세의 안희정 지사가 칠순을 코앞에 둔 이시종 지사만큼 충남도민을 위해 열정적으로 대하고 있는가? 혹시 대한민국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충남도와 충남도민의 이익을 위한 노력에는 소홀한 것 아닌가?

충북의 공무원한테 “이시종 지사가 그렇게 열심히 하면 총리감 얘기도 나올 법한데 어떠냐?”고 물어봤다. 공무원은 그런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 지사가 총리 자리를 생각하고 있다면 그런 열정은 오히려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이 지사가 ‘영충호 시대’의 진정한 주인공이 된다면 총리나 대권에 비할 바 아니다. 

이웃 시도민에게 끝까지 나쁜 도지사가 되면 안 되지만 이웃 시도 사람들에게까지 늘 친절하기만 하거나 무기력해서 존재감도 없는 시도지사는 정말 문제다. 권선택 시장은 지금 어떤가? 안희정 지사는 지금 어떤가? 또 이춘희 세종시장은 어떤가? 이웃의 ‘이시종 충북지사’만큼 나쁜 시장이고 도지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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