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요즘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배우 김부선 씨 ‘폭행사건’의 발단은 아파트난방비 문제였다. 김씨는 그가 사는 아파트의 일부 가구의 난방비가 실제 사용량보다 낮게 부과되고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다른 입주민과 몸싸움이 벌어졌는데, 서울시 조사결과 27개월간 한겨울 난방비가 ‘0원’인 사례가 300건, ‘9만 원 이하’가 1398건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가기천 수필가·전 서산부시장
결국 이들 가구의 난방비는 다른 가구에서 더 부담하게 된 것이다. 김 씨는 이미 2012년에도 한 방송에 나와 이런 문제를 지적했었다고 하는데, 관계 당국이나 관리사무소에서는 그냥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다른 아파트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데도 그냥 묻혀버릴 개연성이 많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전기료, 수도요금은 단 몇 %만 올리려고 해도 여론이 들끓고, 주민세 몇 천원을 올릴 계획이라는 발표에 비판여론이 거센데, 아파트 단지에서 한 건의 공사만으로도 가구 당 수만 원부터 수십만 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사실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없지 않다.

관리비를 비롯한 공공요금과 난방비, 각종 공사비 등에서 부당한 부과와 허술한 집행으로 많은 부담을 주고 있는 경우에도 ‘맞겠지’나 ‘귀찮다’며 지나쳐 버린다. 국토부에서는 지난 6월부터 그동안 27개의 관리비 내역을 47개로 확대하여 공표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것으로 관련비리나 부조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 60%가 내는 아파트 관리비의 허술한 관리

국민의 60%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데, 입주민들이 납부하는 관리비와 부담금뿐 아니라 재활용품 판매수입, 알뜰장터 관리비, 광고지부착 수입금 등이 일부에서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어도 적절한 대처가 미흡한 현실이다. 이러한 원인에는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업체의 부조리와 입주민들의 무관심이 주된 이유라 하겠으나, 제도적인 허점과 관계 당국의 안이함도 한몫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한 아파트에서 난방방식을 개별난방방식으로 전환하는 공사를 하는데, 추진절차와 공사금액이 부당하다며 관리소와 시공업체에 이의를 제기하자 그들은 업무 방해라며 고발 운운하며, 밉보인 네 가구는 끝내 공사를 해주지 않기에, 시장실을 찾아가자, 비로소 공사를 해주었다고 한다.

또 어느 주민은 관리업체의 부당함을 시정하여 달라고 구청을 찾았지만 “그것은 아파트 내부의 문제이고 구와는 상관이 없으며 할 수도 없다”고 하더란다. 엄연히 법규에 있는 사항을 몰랐는지 회피하기에 지역출신 구의원을 만나서 이야기 하니 얼마 후, 그 공무원이 했던 말을 되풀이 하더라고 했다. 관계 공무원이나 의원이 전혀 공부를 하지 않았거나 관심이 없는 결과였다.

이러한 분란의 소지를 막거나 줄이자면 국토부의 ‘규칙’과 지자체의 ‘준칙(準則)’을 합리적으로 고치고,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먼저다. 아파트마다 관리의 기본인 ‘관리 규약’이 있는데, 일부 규칙과 준칙 자체가 불합리하고, 대부분의 입주민들은 이런 규약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관계 기관에서는 먼저 이런 문제가 시정, 개선될 수 있도록 하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첫째 ‘입주자대표’를 잘 선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한다. 곳에 따라서는 입주자들의 무관심 속에 일부 특정인과 관리소장이 대표선출에 영향력을 발휘하여 결국 회의체가 특정세력에 의해 좌우되거나 유명무실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적격자가 대표로 선출되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대표의 역할과 중요성, 선출절차 등 구체적인 사항에 관한 주민홍보를 의무화하여야 한다. 아울러 선거에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선거를 선거관리위원회 또는 구, 동에 위탁하는 등 엄격한 선거관리가 되어야 한다.

부정 비리 연루자 입주자 자격 갖지 못하게 해야
 
둘째, 부정‧비리에 연루된 임원은 ‘입주자대표 자격’까지 잃도록 하여야 한다. 현행 규정상 입주자대표 회장이나 임원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부정‧비리에 연루되면 그 임원의 직에서만 해임될 뿐 입주자대표 자격은 계속 유지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것은 심히 부당하므로 입주자대표자격까지 자동 상실되도록 하여야 한다.

셋째, 관리주체 등의 업무를 감사(監査)하는 감사(監事)를 ‘입주자대표 중에서 선출’하도록 되어 있으나,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인 감사가 스스로를 감사하는 모순이 있으므로, 감사는 일반입주민 중에서 선출하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감사는 공공기관 등에서 일정기간 이상 회계, 세무, 감사 등의 업무를 취급한 유경험자로 자격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

넷째, 가장 큰 문제의 하나로 공사, 사업, 용역, 물품 구입 등에 입찰(入札)을 할 경우 “‘예정가격’이 없는 ‘최저낙찰제’”는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국토부의 규칙에는 “‘최저낙찰제’란 응찰자 가운데서 가장 낮은 금액으로 응찰한 업체를 선정”한다는 것인데, 이론상으로는 그럴 듯하지만 너무 낮은 금액일 경우는 부실이 우려되고, 한편 ‘설계금액을 초과하는 고가(高價)낙찰’이 이루어지는 등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공사, 물품구입 등 입찰에서 복수(複數)의 ‘예정가격’ 사전 작성, 입찰참여업체의 입회, 일정규모 이상의 사업은 지자체에서 관여하고, 입찰 및 계약의 주체를 입주자대표회장과 관리소장 공동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지난 지방선거 때 여러 후보들이 아파트관리문제 개선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이제 적극적인 이행을 기대한다. 대책에는 전담인력 배치, 관련 규정 및 준칙 개정과, 나아가 일정규모 이상의 공사 등을 위탁 시행하는 ‘공동주택관리공사’의 설립 등의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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