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욱 한국지방정치학회 회장

지난 12월 3일 권선택 대전시장이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전지검에 의해 불구속 기소되었다. 한 사람의 대전 시민으로서, 그리고 선거를 공부하는 정치학자의 한 명으로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마음이 무겁다. 먼저 대전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검찰의 기소 결정이 향후 대전 시정에 엄청난 불확실성을 야기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장기간에 걸쳐 법정에서 뜨거운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바, 자칫 이러한 과정이 시장의 리더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대전의 발전에도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시장의 리더십이 선거를 공부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기소 결정은 우리나라 공직선거법 부정적 영향 우려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우리 공직선거법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 만들어진 “규제” 중심의 법 정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물론 민주화 이후 수차례 개정이 이루어져 왔으며, 선거운동의 자유가 다소 신장된 것은 사실이다. 최근 인터넷 등을 통한 선거운동을 합법화한 것이 좋은 예이다. 그러나 선거운동 기간을 명시하고, 사전선거운동을 금지 혹은 규제하고, 합법적인 선거운동방법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등 여전히 규제 중심의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규제 중심의 선거법 하에서 민주정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인과 유권자의 자유롭고 자발적인 만남은 기대하기 어렵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시되는 국가 중에서 이처럼 규제 중심의 선거법을 가지고 있는 국가가 없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사전선거운동 금지 규정이다. 민주정치에서 정치인은 항상 선거를 의식하고 있으며, 동시에 늘 유권자와 접촉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인은 항상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국회의원이 지역구민의 민원을 들어주는 일, 대통령이 시장에서 상인의 손을 잡는 일, 아니면 정치를 꿈꾸는 청년이 여러 사람 앞에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는 일, 이 모두가 넓은 의미에서 선거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를 금지하고 규제하는 것은 민주정치를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규제 중심의 선거법 공정성 훼손 이번 대전 시장에 대한 기소 이유 중의 하나도 “대전미래경제포럼”이라는 단체를 통해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유력 정치인 중 이와 유사한 포럼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러한 포럼을 통해 정치인과 유권자가 자연스럽게 접촉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행위를 왜 규제해야 하는 것인가? 물론 그 과정에서 불법자금이 유입되었는지는 철저히 밝혀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활동 자체를 문제시하는 시각은 민주정치의 원칙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다.

규제 중심의 선거법이 초래하는 또 다른 부작용은 선거법 적용에 있어서 공평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정치의 현실에 맞지 않는 현행법 하에서는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위법 행위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선거캠프가 수시로 해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적법성 여부를 문의하고 있는 현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법 위반 혐의가 계속 늘고 있는 것은 왜일까?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대전, 세종, 충남 지역에서만 무려 211명의 선거사범을 기소했는데, 이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188명을 기소한 것에 비해 상당히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많은 선거법 위반 혐의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현행 선거법이 민주정치의 현실에 맞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선거법의 적용과 해석에 있어서 투명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곧 선거법 적용에 있어서 공평성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이번 대전 시장 기소 결정에 대해 야당이 표적수사라고 반발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공직선거법이 문제가 있음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선거 전공자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정치학자들이 보다 자유로운 선거법으로의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는 현행 선거법을 집행하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선거법의 근본적 개정을 추진해 왔다. 이번에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선거 및 정치관계법이 대폭 개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기회에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도 보다 자유로운 선거운동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근본적으로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한 사람의 대전시민의 입장으로 돌아와서, 그리고 권선택 시장을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비록 어려운 환경 하에서도 최선을 다해 그리고 의연하게 대전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해 달라고 권 시장에게 부탁하고 싶다.

김욱(배재대학교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현 한국지방정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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