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신천식 박사

겨울 하면 눈이 최고다. 눈을 지척에서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한잔을 마실 수 있다면 그곳이 천국이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 강물위로 날아드는 눈송이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망중한에 빠져드는 즐거움은 겪어보지 않는 이는 알 수가 없다.

겨울이면 익숙한 풍경의 하나인 눈 내리는 모습이 이렇게 정다우며 이리도 가슴깊이 와닿는 경우도 흔치 않다. 대덕구 신탄진동 '아름 아트홀'은 신탄진 취수장의 다른 이름이다.

지금은 어느 권력자도 할 수 없는 건축 불가지역인 금강 한가운데 흐르는 물속에 건축물로서 자리하고 있다. 대전 시민들의 상수원 취수장으로서 오랜 세월 선한 역할을 해낸 곳이다. 물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잉어들과 잉어들을 쫒는 청둥오리들의 긴 무리 속에서 문득 자신을 발견하는 기막힌 반전이 있는 곳이다.

일상의 건조함과 고단함 따위는 어느 틈에 사라지고 없다. 눈보라가 아무리 심한들 억만년을 흐른 저 강물은 말없이 눈송이들을 쓸어 담으며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바람결에 출렁일 뿐이다.

오늘 내가 여기 있는 것이 눈보라 속 눈송이 하나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오리무중이거나 아예 아무 생각도 없게 만든다. 눈보라가 거셀수록 마음을 다독이는 고요와 평안의 느낌은 더욱 더 강렬하게 퍼져나간다. 자연이 주는 감동과 인상은 구질구질한 인생살이의 구차한 흔적들을 날려버리거나 내면으로 승화시킨다. 바람처럼 강물처럼 날아서 흘러서 잠시 유한한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고요한 정적 속으로 사그라지는 저 모습에서 세상살이는 얼마나 유치찬란한 미망이던가!
강을 따라서 눈은 내리고 눈을 바라보는 나그네는 커피 향에 취하고 음악에 빠져서 고달프고 힘든 세상살이를 잠시 잊는다.

신탄진 취수장은 세월 속에서 저할일을 다 마치고 나서 이제는 풍경이 되어 더 큰 가르침과 일깨움을 보낸다. 세상살이가 그렇게 힘들고 험한 것이라 한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끝내 스치고 가리라! 절대 순간의 아집과 욕심에 빠져들지 마시라!

우리 모두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도 소중하기에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흐르고 흐르는 금강을 온몸으로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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