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이러브금산 발기인 대표 김진호

사람의 목숨을 파리처럼 여겼던 20세기 물질사회에 대한 반성과 함께 정신문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문화의 세기를 살아보고서야 비로소 건강이라는 화두를 재인식한 지구촌은 지금 ‘감히 신에 대한 도전’으로 불리는 줄기세포 배양을 실현할 만큼 건강 제일주의에 올인 하고 있다. 하지만, 21세기 과학에도 인류가 꿈꾸는 고통도 질병도 없는 세상은 요원한 한 채 미래학자들은 산업사회(industrial society)를 기준으로 그 이전을 생존사회! 그 이후를 여가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아이러브금산 발기인 대표 김진호(전 대전시립연정국악원장)

양적인 성장을 주도한 산업사회가 인류를 가장 피폐하게 만든 시절로 회자되어지면서 인간이 얼마만큼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를 사회적 가치로 여기는 여가사회를 맞이하면서 지구촌은 지금 삶의 질이 얼마나 높아지고 고급화되었는가 하는 문제로 사회적 이슈를 집중하고 있다. 인간의 생로병사문제가 이처럼 지대한 관심사로 대두되면서 천연약재를 이용한 건강산업 또한 대체의학차원의 신 성장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류의 영약으로 성가 높은 금산 인삼

BC 4세기경부터 이미 천연생약재로 각광 받아왔던 인삼의 약리작용과 효능이 과학적으로 속속 입증되면서 21세기 과학은 이제 생명공학차원의 인삼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타국의 인삼보다 일조량이 50일 가량 더 긴 탓에 우리나라 인삼은 일찍이 인류의 영약으로 그 성가가 높았다. 한방의서의 원본으로 불리는 중국의 신농본초경(神農本草徑)에서 조차 품질 좋은 인삼은 주로 고구려에서 들어온다고 적었을 만 큼 고려인삼은 그 유서가 깊다.

‘독이나 습관성이 전혀 없고, 인체의 항상성 유지에 효과가 탁월하다’는 고려인삼의 성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인삼산업은 1990년대 초반부터 사실상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산 인삼의 저가물량공세와 내수부진 등으로 1990년에 1억 달러를 상회하던 수출물량이 크게 감소하고 대외경쟁력마저 약화되면서 한때는 세계시장을 쥐락펴락했던 금산인삼과 인삼산업은 지금 그 농업기반마저 붕괴될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그랬다. 지난 10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의 힐링 산업을 주도했던 금산의 인삼산업은 지금 위기다. 돌이켜보면 우리 금산은 인삼산업의 흥망성쇠와 영욕을 함께 해온 아주 특별한 지역이다. 일찍이 1923년부터 인삼경작농민 자력으로 금산인삼조합을 창설하고 ‘금산곡삼’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서 국내외 인삼시장을 석권하면서부터 우리 금산은 자타가공인하는 부촌의 반열에 올랐고, 지방에서는 대학졸업자들이 가장 많은 도시라는 자랑스러운 닉네임도 챙길 수가 있었다.

70~80년대 까지만 해도 금산은 TV와 오토바이가 가장 많이 팔리는 부자 동네로 통했다. 시쳇말로 빵빵하게 잘나가던 금산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변해도 너무 변했다. 한때13만 군민을 자랑하던 금산 인구는 반 토막이 난지 이미 오래고 장날이면 문전성시를 이루던 인삼시장도 예전처럼 활기가 없다. 정부의 홍삼위주 정책에 밀려 늘 변방일 수밖에 없었던 처지에서도 1,500년 고려인삼(백삼)의 역사를 굳건히 지켜낸 금산인데 어쩌다 왜 이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공해 공장 유치 올인하는 금산군

금산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인삼의 80% 이상이 거래되는 인삼집산지로 유명세가 아주 높다. 금산에서 년 간 거래되는 인삼가격을 따져보면 가히 천문학적이다. 그런데도 금산군의 재정자립도는 여전히 20%수준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 금산군정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를 좀 따져 봐야 할 일이다. 우리보다 배움이 훨씬 부족했던 선조들은 이미 91년 전에 금산인삼을 힐링산업으로 접목한 선구자였다. 그런데 더 많이 배우고 잘난 우리들은 지금 무슨 해괴한 짓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침체된 국내 인삼산업의 활성화 뿐 만아니라 신비(神秘)의 고려인삼의 가치를 재발견하는데 크게 공헌할 것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2006 ‘금산세계인삼 EXPO’ 를 치러 낸지도 어언 8년이란 세월이 지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런데도 아직 이렇다 할 인삼산업 회생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리 듯 매년 인삼축제만 거듭하고 있는 금산군에 묻는다. 인삼축제가 금산의 미래를 담보할 수 유일한 해법이고, 인삼산업을 살려낼 수가 있는 묘책이냐고 말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21세기 시대정신은 여가사회다. 여가사회를 다른 말로 바꾸어 말하면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이다. 그렇다. 지금 60억 지구촌의 화두는 바로 건강한 미래를 소망하는 힐링이다. 이제 우리 금산의 선택지는 더욱 분명해졌다. 우리군의 특산품인 인삼약초산업을 세계인의 눈높이에 맞는 힐링산업으로 연동시키기만 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사포닌 성분 세계제일이라는 금산인삼은 내팽개치고 공해 공장유치에 올인 하는 금산군의 비전도 철학도 없는 행정행태가 문제다.
 
잉걸불에 휘발유 붓는 금산군수

세수 확충이라는 미명하에 2년간 무려 400여 곳에 달하는 임야를 파헤치면서 무기화학물질 제조업체 혐오시설인 납골당도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금산군이 어떻게 ‘금산이 아름답다’는 캐치 플레이를 내걸 수가 있는지 도대체 그 속내를 모르겠다. 지난 8월에는 군북면소재 화학공장에서 불산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피폭당한 주민들은 이전대책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금산 군수는 오히려 의료폐기물소각장허가를 검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차라리 잉걸불에 휘발유를 퍼부었음이다.

의료폐기물소각장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달 금산 군수를 면담하고 의료폐기물소각장이 금산군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달라고 호소하면서 의료폐기물소각장을 불허가 처분했다가 사업체로부터 피소 당한 논산시, 상주시, 양산시가 대법원에서 승소한 사례(주민의 환경권을 보호한 군수의 행정행위는 적법하다)까지 소개했다. 하지만 금산 군수는 ‘군수가 무슨 힘이 있느냐’ 며 다소 어정쩡한 답변을 늘어놓았다. 나는 이 분이 우리가 직접 뽑은 금산군수가 맞는지...순간, 머리가 띵했다.

금산은 대한민국 건강특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6,2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전국 기초단체의 ‘2014년 기업환경순위 및 전국규제지도’ 조사 결과에서, 충남 논산시가 전국에서 기업하기 가장 좋은 도시로 선정됐다.  지역주민에게 해악을 끼칠 우려가 있는 의료폐기물소각장을 단호하게 불허가처분하면서도 전국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선정될 수 있는 논산시의 자치역량이 존경스럽다. 금산 군수는 내리 3선 한 중량급 군수이고 논산시장은 2선 째인데, 달라도 어찌 그리 다를 수가 있을까? 논산시가 정말 부럽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금산은 신이 내린 축복이 둘이 있다. 하나는 대한민국에서 두 번 째가라면 서운할 만큼 정갈하고 아름다운 금산의 산하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인류의 영약이라는 금산 인삼이다. 어디 그뿐인가? 금산 사람특유의 바지런함으로 일궈놓은 전국 최고의 약초시장, 추부깻잎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금산의 축복이지 않던가? 그렇다. 이쯤 되면 우리 금산군의 캐릭터는 마땅히 대한민국 최고의 건강특구다. 한낱 서생의 생각도 이런데, 유독, 내리 3선 민선군수만 딴청이시니 환장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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