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대탕평인사 의지 부족…'25% 대한민국'도 어려워

특정지역 편중인사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문제의식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은 황당할 따름이다. (사진: 청와대)
“특정지역이라고 해서 유능하지도 않고, (그 직무를) 감당할 수 없는데도 특정지역이기 때문에 어떤 특혜를 받는다? 이것도 말이 안 되고, 유능하고 일을 잘 감당할 수 있는 데도 특정지역이라고 해서 어떤 차별을 받는다? 이것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인사 문제에 대한 입장이다. <전북도민일보> 김성주 기자가 “10년 넘게 청와대를 출입해 온 저도 지금처럼 인사편차(편중)가 심한 경우는 찾아 볼 수 없었다”며 “지난 대선 때 공약하신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앞으로 인사 대탕평책을 펼칠 생각은 없으신지”라고 묻자 나온 답변이다.

이 날짜 <전북도민일보> 온라인 판에서는 “무장관-무차관 전북, 정부 차기인사에선 숨통 트일까?”란 제목의 기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나마 대전·충남은 전북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최소한 차관 1명(충남 논산 출신 정재근 행정자치부 차관)이라도 배출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특정지역 편중인사에 대한 문제의식 ‘황당’

특정지역 편중인사에 대한 문제의식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은 황당할 따름이다.

박근혜 정부의 탄생을 위해 온 힘을 쏟은 강창희 전 국회의장(대전중구)조차 퇴임 직전 “군사정부 때도 지역안배를 했다. 이제는 지역안배를 해야 한다. 자기 시야에서만 보면 좋은 사람이 안 보인다”고 지적할 정도인데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모양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을 뒤집어 놓고 보면 대전·충남에는 “유능하지도 않고, 감당할 수도 없는 인물”들만 있다는 얘긴지 묻고 싶어진다. 당장 10명에 달하는 새누리당 대전·충남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인적 쇄신의 핵심 당사자인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에 대해서는 “보기 드물게 사심이 없는 분”이라고 말하는 등 무한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이재오 의원(서울은평을)은 14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인적쇄신 대상자들에 대해 오히려 면죄부보다도 더 큰 힘을 줄 수 있는가?”라며 “실제로 ‘문고리 3인방’이 실세가 돼 버렸다”고 개탄했는데, 적절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충청권의 입장에서는 이완구 원내대표(충남부여·청양)의 ‘국무총리 입각설’이 유력하게 나돌아 기대감이 컸던 게 사실인데, 박 대통령은 “해양수산부라든가 꼭 개각을 해야 될 필요성이 있는 데를 중심으로 검토를 해 나가겠다”는 말로 찬물을 끼얹었다.

현 상태 계속된다면 차기 총선 위험…‘25% 대한민국’도 어려워

물론 그렇다고 무조건 대전·충남 인사를 발탁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박 대통령 스스로 인재풀을 더 넓히고, 혹시라도 챙기지 못한 부분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라는 얘기다. 오직 대통령만을 위해 충(忠)을 외치는 사람이 아닌, 필요하다면 자신의 목숨까지 던지며 직언을 아끼지 않는 인재를 찾아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의존했던 ‘수첩’은 이제 그만 접고, 정확한 자료와 시스템을 통해 인사를 하라는 얘기다.

주지하다시피 ‘인사홀대’는 그동안 충청 정치 세력 태동의 자양분이 돼 왔다. 현재로선 또 다른 충청 정당의 탄생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현 상태가 계속된다면 다음 총선에서 그 민심이 야당의 승리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박 대통령은 “전체적으로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는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는데, 이참에 탕평인사를 통해 집권 3년차를 힘 있게 끌고 갈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길 바란다.

그러지 않는다면 ‘100% 대한민국’은커녕 ‘25% 대한민국’도 유지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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