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충남교육청 공청회 '경청'이 먼저다

충남교육청이 지난 20일 천안교육지원청 대강당에서 천안고교평준화 공청회를 열었다. 저녁 7시부터 시작한 공청회는 예정된 8시 30분보다 1시간이나 더 지나서야 끝났다. 평준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걸로 보일 수 있겠지만, 정책기관에 하고 싶은 말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는 이름만 공청회일 뿐, 자료집을 비롯해 전체적인 성격은 토론회로 진행됐다. 1시간 반 동안 열린 토론회도 평준화 찬성 일색으로 제대로 된 토론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발제는 충남도교육청 담당과장, 토론은 강원도교육청 장학사와 현직 교사, 내포 본부 기자, 학부모가 했다. 이들 모두 평준화에 대한 찬성 입장을 전달했다. 일부는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안 된다는 주장도 폈다.

"그 얘기가 그 얘기" 참석자도 줄어..도교육청, "평준화는 꼭 해야" 주장만

이날 공청회는 약 석 달 전 도교육청이 개최한 평준화 학부모 설명회 때보다 참석자가 적었다. 천안교육장도 없었고, 회기도 아닌데 시의원 한명 안 왔다. 도의원은 김종문·이기철 의원만 참석했다. 학부모나 학생들 참여도 눈에 띄게 줄었다. 구체적인 이유는 모르겠으나 지난번과 달라진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평준화에 대해 천안 학부모, 학생보다 더 관심이 큰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아직 도의회에서 조례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이다 보니 "지금 설명을 들어봐야 뭣 하느냐"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아니었다 싶다. 

'공청회'는 공개적 의견 듣는 자리..찬반 의견 고루 갖춘 토론자 '섭외' 필요

여기에 평준화 시행을 위한 필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하며 도교육청 정책 홍보에만 치중한 공청회에 대한 거부감도 엿보였다. '공청회'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기관이 일정한 사항을 결정함에 있어 공개적으로 의견을 듣는 자리다. 그런데 기자의 눈에는 이날 공청회는 '듣기' 보다 '말하기' 위주였다. 성격도 공청회인지 토론회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기자가 공청회를 준비했다면 이랬을 것이다. 시간은 주중이 아닌 주말 오전이나 낮 시간대로 한다. 토론이 필요하다면 지역 대학교수에게 발제를 맡긴다. 토론자는 평준화 찬성과 반대자, 과거 평준화 시기 고교를 다닌 학부모, 평준화 대상 제외학교(목천고·성환고·제일고) 대표, 내포가 아닌 천안에서 활동하는 기자 등 5명이다.

토론회 시간은 30~40분으로 끝내고, 현장 의견을 1시간 30분으로 잡는다. 말 그대로 '공청회' 형식을 취하면서 학부모들의 궁금증을 풀고, 더 많은 의견을 듣겠다는 말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도, 찬성을 위한 찬성도 안 되는 게 바로 고교평준화다. 도의회가 발목만 잡는다고 서운할 게 아니다. 지금은 '입'으로 떠들 때가 아니라 '귀'로 더 들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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