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낙하산 인사 10년째, 이제는 바뀌어야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전시민들의 구단인 대전시티즌 사장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어떤 사장이 오느냐에 따라 대전시티즌의 운영 방향이나 앞으로의 기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면에서 금명간 선출될 것으로 보이는 후임 사장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전시티즌 사장에 권선택 시장 선거공신 내정설

하지만 후임 사장으로 권선택 대전시장의 선거공신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크다. 구단주인 대전시장을 선거에서 도왔던 인사가 예외없이 낙하산 임명돼 온 게 지금까지의 관례여서다.

과연 이번에도 선거공신이 후임 사장 자리를 차지할까. 후임 사장 인선을 위한 주주 총회를 이틀 앞둔 4일 현재 지역에서는 안타깝게도 선거공신 내정설이 파다하다.

사실 지난 10년 동안 대전시티즌 사장 자리는 대전시장 당선을 도운 선거공신들의 전유물처럼 인식돼 왔다.

지금부터 꼭 10년 전인 2005년 5월 임명된 강효섭 전 사장. 강 전 사장은 대전MBC 보도국장 등을 지낸 뒤 2002년 지방선거 당시 염홍철 전 시장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냈다. 강 전 사장은 염 전 시장과의 인연으로 대전시티즌 사장에 임명됐다.

강 전 사장에 이어 2006년 8월부터 대전시티즌 사장을 맡은 사람은 이윤원 전 대전일보 사장이다. 이 전 사장은 박성효 당시 시장과의 인연으로 시티즌을 맡아 운영했었다.

김광식 전 사장도 당시 시장과의 관계로 시티즌 사장을 지냈으며 2010년 취임한 김윤식 전 사장과 2011년 취임한 김광희 전 사장, 2013년 취임한 김세환 전 사장 모두 염 전 시장 캠프에서 활동했다.

10년 동안 선거공신이 역대 사장

이처럼 대전시장 만들기의 주역들이 시티즌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시장 교체기마다 사퇴 압박이 반복됐다. 2006년 강효섭 전 사장이 그랬고 2010년 김광식 전 사장이, 2014년 김세환 전 사장도 이런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축구에만 전념해야 할 시티즌은 정치적인 외풍속에 마치 난파선처럼 이리저리 휘둘리는 처지에 놓일 수 밖에 없었다.

현재 공석인 후임 사장에 대한 인선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선거공신 중에서도 시티즌 사장의 적임자가 있을 수 있다. 선거공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시티즌 사장에 임명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의 적합성 여부를 떠나 진정 시티즌 사장에 어떤 인물이 필요한지를 좀 더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전시민구단 대전시티즌을 이끌 사장 인선에 대해 지역 체육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시티즌이 2부 리그격인 챌린지 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모습.
시티즌은 올 시즌 매우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10여년전 축구특별시라는 영광을 뒤로 하고 하위권에서 해매다 결국 지난 시즌 2부 리그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다행스럽게 2부 리그인 챌린지 리그에서 우승하면서 1년만에 K리그에 복귀했다.

K리그 복귀 소식에 주주인 시민들은 환호성을 터뜨렸고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 시즌 다시 강등되기라도 하면 시민들의 실망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시티즌의 수장은 그만큼 더 신중하게 선임해야 한다.

축구계 선거 공신 낙하산 인사 반대...“인선 절차 재검토”

단순히 권 시장의 인재풀에서 고를 게 아니라 전국의 내로라하는 인물이 도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은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바로 이 때문이다.

한 축구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단순히 당선을 도운 인물들의 자리를 채워주기 위한 인사가 아니라 정말 시티즌을 위해 모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인물이 사장으로 와야 한다"면서 "시즌 개막 준비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단을 운영할 적임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또 다른 축구인도 "선거 공신은 절대 안된다는 얘기는 위험하지만 낙하산 인사로 사장이 임명되는 악순환은 이제 그만둬야 할 때"라며 "시간이 조금은 걸리더라도 시티즌을 위한 사장을 모셔 와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이번 시티즌 사장 인선은 시티즌의 미래에 대한 문제다. 과연 시티즌을 위해 어떤 사장이 필요한 지 다시 한 번 곱씹어 생각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사장 인선 절차를 되짚어 봐야 한다.

단순히 구단주 입맛에 맞는 인물이어서는 안 된다. 시티즌 사장 자리는 선거공신의 전유물이 아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