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언론 외압 녹취록 파문·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각종 의혹제기에 언론사 외압 논란까지 불거지며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이 후보자 홈페이지 자료사진))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수렁에 빠졌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쏟아진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 준비로 바쁠 때 ‘언론 외압’ 논란까지 터졌기 때문.

청문회가 순탄할 것으로 전망하며 자신만만해 했던 이 후보자도 분위기가 꼬여가자 곤혹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야당은 이 후보자의 거취 표명을 요구하며 사퇴 압박을 펴고 있다. 이 후보자가 수세에 몰린 이유는 다름 아닌 후보자 입에서 나온 ‘말’ 때문이다.

각종 의혹에 언론 보도 외압까지 '설상가상'

총리 지명 이후 언론사 간부에게 전화해 자신에 대한 의혹 보도를 막았다는 취지로 말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지가 죽는 줄도 몰라요. 어떻게 죽는지도 몰라.” 이 말은 지금 후보자 본인에게 돌아왔다.

국무총리는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함께 헌법기관장이며, 대한민국 공식 국가 의전 서열 5위다. 누구보다 청렴함과 도덕성이 강조되는 자리다. 겸손한 말과 행동은 기본이다.

이 후보자의 매력은 ‘화끈함’이다. 과거 충남도지사 시절에도 그랬고, 국회의원 신분인 지금도 그렇다. 호탕한 성격과 정치적 결단력은 6년 만에 그가 충청권 출신 총리 후보에 오를 수 있었던 밑바탕이었다.

'독'이 된 언론 스킨십, 순간 모면 아닌 '진정성' 보여야

일부에서는 이 후보자의 ‘거침없는’ 언변을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호언장담’이 많다보니 ‘허풍이 많다’는 소리도 자주 들었다. 그래도 지역 민심은 “선출직 공무원이 그만한 배포와 정치력은 있어야 한다”는 쪽이 우세했다.

그는 언론(인)과의 스킨십도 남달랐다. 무산되긴 했지만 도지사 시절 언론사 임‧직원을 ‘한시적 홍보요원’으로 위촉해 취재와 홍보활동에 드는 항공료와 체재비를 지원하려는 조례도 추진했다.

지역 언론계에서는 그의 이 같은 언론 스킨십을 그와 같은 시절 대전시장을 지낸 모 인사와 비교하기도 했다. 당시 대전시장도 언론으로부터 같은 요구를 받았지만 법과 제도적 틀이 없다며 단언지하에 거절했기 때문이다. 그가 얼마나 ‘언론’을 챙겨왔는지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그런데 그가 그토록 믿었던 언론인들에 말 한마디 잘 못해 풍파를 맞고 있다.

조선시대로 따지면 국무총리는 영의정이요, 언론은 사간원이나 홍문관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지근에 있으면서도 좀처럼 가까워질 수 없는 관계다.

‘일인지하 (一人之下) 만인지상(萬人之上)’ 자리에 오르려는 인사라면 아무리 친분 있는 언론이라도 최대한 자신의 몸을 낮추고, 불쾌감을 주는 언행을 삼가야 했다.

부덕의 소치라며 사과했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지금 이 후보자에게 필요한 건 순간만 모면하려는 처세술보다,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자신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을 채우는 일이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