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육동일 충남대 교수(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

천신만고 끝에 국회 인준 관문을 통과한 이완구 국무총리가 업무를 시작했다. 대한민국 제43대 총리이자 박근혜정부하에서는 두 번째 총리다. 이 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열심히 일하겠다”고 짧고 굵게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국민의 뜻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혁신‧화합‧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총리가 되어달라는 것이 틀림없다.

이완구 총리의 인준과정에서 여야는 물론 국민여론은 크게 엇갈린 바 있다. 그러나 총리가 임명된 지금, 총리인준의 결과를 놓고 각 정당이 그 이해득실을 따질만큼 대한민국이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작년에 우리 나라가 세계 8번째로 무역 1조불 시대를 3년 연속 달성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6천 달러를 넘어 3만 달러에 육박하는 결과도 냈다. 그럼에도 대다수 국민들의 삶은 여전히 고단하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최저 출산률, 세계 최장 노동시간, 최고의 사교육비 부담 등의 지표는 세계 15위권의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게 우리 국민들의 삶이 얼마나 불안하고 버거운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가경쟁력도 다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얼마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4〜201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144개 국가 중 26위를 차지했다. 지난 2007년에 11위를 기록하는 등 지난 20년 동안 한번도 20위권을 벗어나지 않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추락한 순위는 매우 심각하다. 그 중에서 정부제도의 효율성이 8계단 내려와 82위, 노동시장 효율성 역시 8위를 더 하락해 86위다. 심지어 정부 정책결정의 투명성은 133위로 최하위권이다. 현재 정부가 얼마나 비효율적이며 동시에 비민주적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우리가 여기에 이르게 된 이유는 많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동안 국정 전반이 제 역할을 못하고 정부가 국민의 뜻에 따라 막중한 도리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보면, 참으로 소박하게 국정의 바른 길을 제시하고 있다. 즉 "정자(程子)라는 재상은 나라를 다스리면서 시민여상(視民如傷)이라는 네 글자를 써놓고 날마다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했다. 모든 백성은 상처를 입은 사람으로 여기고, 그들을 어루만지고 보살펴주는 심정으로 국정을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백성들을 상처입은 환자로 보지않고, 지멋대로 취급하는 사람, 법(法)도 의(義)도 두려워하지 않고, 청렴하지도 신중하지도 그렇다고 부지런하지도 않은 그런 사람들은 절대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다산의 정신이다.
 
따라서, 임기를 시작한 이완구 총리가 주도하는 국정운영은 지금부터 달라져야 한다. 철저히 혁신해서 지난 국정과는 달라도 아주 달라져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우선 국정의 혁신을 통해 국민의 아픔과 함께하는 착한 국정, 그리고 국민과 소통하는 좋은 국정을 통해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국민의 뜻이자 바램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해서 2년이 다 되어가도록 국정운영의 기본틀은 중앙집권 그것도 청와대 중심에서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모든 권력이 청와대로 집중될수록 그로 인해 나타날 국정실패와 실수는 모두 대통령 혼자 떠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럴때마다 정권은 혼돈과 위기로 치닫고 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국정을 개조해야 한다. 여기에 이완구 총리가 혁신적 리더십으로 그 중심에 서서 국정운영의 틀과 방식을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국정운영의 틀은 청와대 중심의 중앙집권적 통제체제에서 지방분권형 협력체제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그 운영방식은 투명과 공개, 소통과 협력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인사혁신도 가능해 진다. 지금부터 이 총리는 지사직을 던지면서 까지 지켜내고자 했던 세종시에 상주하면서 행정 각부를 제대로 통괄해야 국정이 바로잡힌다. 그것이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자리잡는 최선책이기도 하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과제가 사회화합과 통합이다. 이완구 총리는 충청권 출신이다. 총리인준 과정에서 충청권의 지역감정을 자극했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이는 충청권의 정서를 몰라도 한참 모르고 하는 말이다. 한 번도 정권을 잡아보지 못한 충청권은 역대 정권마다 영호남에 비해 인사, 예산, 정책면에서 소외와 홀대를 지속적으로 받아온 사실을 외면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총리는 반드시 호남에서 나와야 한다”고 대놓고 하는 어느 정치인의 얘기가 오히려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데도 그 피해는 늘 충청권이 보고 있다. 아무튼 이 총리의 어께는 무거워 졌다. 당장 KTX 호남선, 과학벨트 문제 둥 충청권이 받아온 역차별을 시정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그러나 재임기간 중에는 충청권만을 의식해서 국정을 운영해서는 안될 것이다. 좌우와 여야를 모두 끌어안는 동시에 영․호남간의 화합을 그리고 수도권․비수도권간의 상생을 추구하는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총리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경제활성화를 포함해서 증세와 복지문제, 경제민주화의 과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남북통일의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
 

그 다음이 소통과 협력의 리더십이다. 이제는 제왕적 리더가 혼자 국정을 끌고가던 시대는  지났다. 급속한 고령화,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그리고 기존세대와 다른 특성을 지닌 신세대의 부상은 상호신뢰을 바탕으로 한 협력과 새로운 소통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이 총리는 각계각층의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고 그들의 고민과 생각을 경청해야 한다. 국민의 입장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이해와 설득으로 국민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 지금 국민은 말하는 리더보다 듣는 리더를 원하고 있다. 국정혁신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은 입이 아니라 귀다. 이 총리는 국정 현안들을 이제 언론기자나 전문가의 의견을 모으는데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일반국민들의 의견과 판단에 직접 귀기울이는 것이 훨씬 지혜로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일반국민의 의견이 존중될 때 국민들은 아낌없는 지원과 협력을 보내주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열강들의 각축장이 되어버린 약육강식의 냉엄한 국제무대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큰 어려움이 놓여있는 대한민국이 꼭 120년전 명성황후가 왜적들에 의해 참혹하게 시해당하는 '을미사변'같은 치욕적인 역사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박근혜 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도 3년이나 남아있다. 벌써 희망의 끈을 놓을 때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 성공울 위한 막중한 책임과 역할은 이제 이완구 총리에게 주어졌다. 해결해야 할 국정과제는 산적해 있고, 정치권의 협조와 범 국민적 지원을 끌어내기도 녹록치는 않다. 그러나 이 총리는 충남도지사 시절 강한 추진력과 소신을 보여줬다.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여야간의 합의를 도출해내는 소통능력도 지켜봤다. 지금부터 지혜와 경륜을 발휘해서 탁월한 국정수행능력을 보여줘야 청문회 과정에서 나타난 부정적인 평가를 극복할 수 있다. 나아가 혁신 화합 소통의 리더십을 갖춘 국무총리로서 대한민국 국정의 패러다임을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 동시에 박근혜 정부가 큰 실의에 빠진 국민들을 편하게 잘살도록 해주는데 앞장서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것이 국민의 뜻이자, 충청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지켜주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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