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대선 출마 전제, 시간 촉박…도정 집중도 높여야

이완구 국무총리와 안희정 충남지사를 향한 충청인의 속내에는 공통분모가 하나 있다. ‘충청의 굴레’에서 벗어나 더 큰 뜻을 펼쳐주길 바라는 마음, 구체적으로는 2017년 대선에서 여야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함으로써 마침내 ‘충청 대망론’을 이뤄줬으면 하는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이것이 개인적인 호불호 차원을 넘어, 수많은 흠결에도 불구하고 이 총리의 인준을 가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고, 능력 면에서 검증이 필요했던 안 지사의 재선을 이끈 자양분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청권 어느 중견 언론인의 말처럼 “그래도 우리에겐 이완구와 안희정이 있다”는 식의 자긍심을 갖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완구 국무총리-안희정 충남지사 향한 충청인의 속내에 공통점

이 같은 기류에도 불구하고 이 총리와 안 지사 모두 여건이 녹록치는 않아 보인다. 김무성, 문재인 등 기라성 같은 당내 유력 주자들과의 경쟁 속에서 입지를 확보해야 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분명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안 지사의 입장에서는 이 총리에 비해 불리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중앙무대의 한 복판에 서 있는 이 총리인지라 그의 행보 하나 하나가 언론의 조명을 받겠지만, 안 지사는 메인 뉴스에 ‘반짝’ 등장하는 일조차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렇다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201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을 준비해야 하는 만큼, 늦어도 1년 전부터는 ‘도지사’가 아닌 ‘대선 주자’로서의 행보에 나서야 한다.

2012년 대선 경선 출마를 위해 지사직을 던졌다 낭패를 본 김두관 전 경남지사를 반면교사 삼아 사퇴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그에 따른 도정 공백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렇게 따지면 안 지사의 임기는 2년밖에 안 남은 거나 마찬가지다. 결코 여유를 부릴 수가 없는 이유다. 누군가의 지적대로 100% 도정에 몰입해도 부족한 상황이란 얘기다.

도정의 주요 지표와 도가 처해 있는 여건을 놓고 보면 더욱 그렇다. 청렴도 꼴찌 문제는 몇몇 공직자들의 일탈 때문으로 치부해 버릴 순 없는 일이다. 도정의 백년대계라 할 수 있는 내포신도시는 “이러다 유령도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안 지사, 2017년 대선 출마 전제 시 실질적 임기 2년 남아

이런 가운데 이뤄지는 안 지사의 외부 특강은 정치적 반대파는 물론, 그의 지지층에게도 실망감을 던지기에 충분하다.

여기서 잠시 2013년 10월 30일 도청에서 진행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국정감사 현장으로 가보자.

안 지사의 잦은 특강에 대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공세가 거셌는데,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난 문희상 의원(경기의정부갑)의 지적이 예사롭지 않았다.

문 의원은 “취임 후 62회 외부 특강을 진행했다. 36개월 동안 월 평균 2회 정도 하신 꼴이 된다”며 “가능한 한 행정의 수반으로서 도지사의 역할에 충실하고, 정치적 발언은 가급적 삼가는 것이 오히려 득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고, 안 지사는 “잘 명심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안 지사는 이런 약속을 충실히 이행할 생각은 없는 눈치다. 안 지사는 도 감사위원회가 ‘공무원 외부강의·회의 등에 대한 대가기준 및 복무관련 지침’(강의지침)을 공포한 가운데, 오는 5월 12일 서울에서 열리는 평화재단(이사장 법륜) 평화연구원(원장 김형기) 주최 ‘청년 리더십 아카데미’ 9기 행사에 ‘청년, 정치 속으로’를 주제로 특강에 나선다.

비록 이번 강의지침의 시행 시기가 7월 1일부터인지라 ‘피할 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외부 특강 문제가 하루 이틀 지적된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충남도정은 지금 비상시기…외부 특강 다닐 때 아니다

강의지침을 마련하게 된 배경도 안 지사의 지시 때문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작 모범을 보여야 할 안 지사 스스로가 이를 어기는 셈이어서 부하 공직자들에게 영이 안서는 상황이 올수도 있다.

게다가 ‘청년, 정치 속으로’라는 주제가 도정과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안 지사는 2013년 국정감사 당시 “특강 다닌 횟수만큼 예산 따러 다녔으면 성과가 더 있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는 새누리당 의원의 지적에 “특강도 예산 따는 일환으로 많이 다녔다”라고 항변했는데, 이번 특강 역시 그런 차원이란 말인가?

수개월 전에 일정이 잡혔다 손치더라도 “상황이 이러니 이번 특강은 어려울 것 같다”고 정중히 거절한다면 이를 이해하지 못할 주최 측은 없을 것이다.

도정의 모든 문제가 안 지사의 외부 특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과 같은 비상시기에, 그것도 실질적인 임기가 2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행보를 보이는 것은 도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고시생으로 치면, 1차 시험을 통과해야 2차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진다. 부디 외부 특강은 자제하고 지금보다 훨씬 도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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