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책 읽어주는 아빠’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

책 읽어주다 보면 부모가 더 큰 감동받아
동화구연 불필요, 부담없이 읽어줘야 효과
자녀교육서 소외된 아빠 되지 않으려면…

인터뷰 후기는 기사의 말미에 쓰는 것이 정석이다. 그런데 이번 인터뷰기사 만큼은 ‘인터뷰 후기’를 이렇게 맨 앞에 내놓는다. 닉네임 ‘책 읽는 아빠’로 유명한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를 만난 건 지난 3일 오전. 그는 아이들에게 왜 책을 읽어줘야 하는지, 특히 아빠들이 책을 읽어주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독자들에게 이 기사를 전하기에 앞서 기자가 먼저 아이를 무릎위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바쁜 직업이랍시고 아이에게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놀아달라고 칭얼대는 아이에게 ‘뽀로로 동영상’을 틀어주고 신문을 읽는 아빠의 모습에 아이가 실망하지는 않았는지. ‘인터뷰이(interviewee)’인 이 대표가 ‘인터뷰어’인 기자의 뒷머리를 ‘쾅’하고 내리친 듯 했다.


그리고 일주일, 아이가 달라졌다. 늦은 밤까지 잠을 자지 않고 아빠의 퇴근을 기다리던 아이는 늘 손을 내밀어 기자에게 휴대폰을 요구했다. ‘뽀로로’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아이가 그림책을 들고 무릎위에 앉는다. 술 냄새 ‘풀풀’ 풍기는 빵점짜리 아빠지만, 기자는 기꺼이 책을 읽어 준다. 단 10~20분만 투자하면 된다.


‘책 읽어주는 아빠’는 아이를 변화시키지만, 무엇보다 아빠 스스로를 변화시킨다. 이 깨달음을 전하기 위해 ‘인터뷰 후기’를 이렇게 맨 앞에 내놓는다. 독자들도 이 대표의 이야기를 경청해보길 바란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 주시는 분으로 유명하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면 이게 왜 중요한 일인지 직접 체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교육적인 측면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모든 면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책 읽어주는 것이 아이들의 집중력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현장에서 많이 느끼고 있다. 아이들이 얼마나 열광하는지 내가 너무 감동해서 아무리 힘들어도 이 일을 멈출 수가 없을 정도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려 할 때, 막상 어떻게 읽어 주어야 잘 읽어주는 것인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읽어주는 것이 잘 읽어 주는 것인가.


“내가 책을 잘 읽어주지 못하면 아이들이 실망할 것이라는 걱정을 많이 한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다. 강박증을 가질 필요가 없다. 가령 다문화가정의 외국인 엄마가 책을 읽어주면 약간 어눌할 수 있다. 그래도 아이들은 다 알아듣고 좋아한다. 잘 읽어줘야 한다는 선입견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는데 그 틀을 깼으면 좋겠다.”


사실 아빠들이 (책 읽어 주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더 많이 가지는 것 같다. 아빠들이 엄마들보다 책을 덜 읽어주는 것도 이런 부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빠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나. 


“아빠들이 왜 책을 잘 안 읽어주는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양이 차서 넘쳐야 하는데 그 양이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어습득과 같은 이치다. 우리가 한국말을 하는 것은 한국말을 실컷 들어 뇌에서 자연스럽게 논리체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부부끼리 책 읽어주기를 권유하고 싶다. 그러다보면 양이 차게 되고, 어느 순간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책 읽어주는 아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정교육에서 아빠들이 늘 소외돼 오고 있지 않나. 세간에 ‘교육은 할아버지의 재력과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이 중요하다’는 말이 떠돈다. 안 좋은 이야기다. 아빠가 책을 읽어주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런 이야기가 사라질 수 있다.”


그냥 편하게 읽어주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조심해야할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어떤 것을 조심해야 하나.


“공부를 시키려고 한다든가, 책을 좋아하게 만들려 한다든가 뭔가 의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그냥 밥 먹듯이 즐겁고 맛있게 읽어주면 된다. 책을 읽어줄 때 손으로 짚어서 글자를 빨리 읽게 해주려고 한다든가 자꾸 내용을 반복적으로 설명하려는 자세는 좋지 않다. 가끔 책을 읽어주고 내용을 잘 기억하고 있나 확인하고 혼내는 분들이 있는데, 절대로 그러면 안 된다. 


그냥 최대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읽어주면 된다. 나는 이것만 해도 교육의 90% 이상은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이것이 지난 15년 동안 책 읽어주면서 얻은 교훈이다.”


잘 읽어주는 것에 앞서 책을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어떤 책을 어떻게 고르는 것이 현명할까.


“검증된 단체의 추천도서를 활용하라. 가령 어린이도서연구회나 북스타트코리아와 같은 전문가들이 많이 포진한 단체가 있다. 이런 단체가 추천하는 책을 중심으로 읽어주면 된다. 더 많은 책을 읽어주고 싶다면, 이 단체가 소개하고 있는 책의 저자, 이들이 쓴 다른 책을 찾아보면 된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아무 음식이나 먹이지 않는 것처럼, 책도 마찬가지다. 상업적인 책들이 너무 많다. 아이들 마음이 잘 드러난 책을 고르면 된다. 사실 아이들에게 좋은 책은 어른들에게도 감동을 준다. 감동이 느껴지는 책이라면 아이들에게도 좋은 책이다.”


대개의 부모들이 아이가 글을 읽지 못할 때 책을 읽어주고, 아이가 글을 깨우치면 스스로 책을 읽게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 옳은 생각인가?


“사실 책을 읽을 줄 아는 초등학생이 되면 스스로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편견이자 오해다. 아이들은 책 읽어주는 사람을 가장 좋아한다. 이 이야기는 정서적 유대관계를 맺는데 책을 읽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임을 증명하기도 한다.


부모자식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감동하니까 관계가 자연스레 좋아지는 것이다. 그런 관계 속에서 가족 간에 스트레스가 생길 이유가 없다. 글자를 혼자 읽는 영역과 책을 읽어주는 영역은 다르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랐다고 해서 책 읽어주는 것을 중단하지 말고 꾸준히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오랫동안 책 읽어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계신다. 앞으로 계획과 포부가 있다면 듣고 싶다.


“책 읽어주는 봉사활동 만큼은 계속하고 싶다. 특히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아빠들을 열심히 응원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아빠들을 상대로 직장단위 특강을 펼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다시 강조하지만, 아이들에게 하루에 책 한두 권만 읽어주면 더 이상의 교육이 필요치 않을 만큼 그 효과가 크다.


저소득층 아이들과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도 많은 책을 읽어주고 싶다. 이 이아들이 의존적 복지에 갇혀 있지 않게 하려면, 책을 읽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다. 뜻있는 분들, <세종포스트>와 같은 언론과 이 일을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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