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덕 야구 칼럼] '김성근 매직'을 믿는다

마지막 삼성전, 6연패 끊고 승리해 자신감
‘野神 김성근매직 통한다’ 팬들 기대 높아
시범경기 최하위, 주전 빠져 큰 의미 없어

5월까지 5할 승률 유지하면 PS 진출 가능        
안방 조인성과 攻守 核 정근우 부상 악재
FA투수 3인방•용병활약 여부가 최대 변수
         

겨우내 굶주렸던 야구팬들이 대망의 야구시즌을 맞는다. 오는 토요일(3월28일) 전국 5개 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가 개막된다. 최근 6년간 5번이나 꼴찌에 머물렀던 한화는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을까? 거액을 들여 2년 연속 알짜선수를 대거 보강한 한화는 강력한 리더십의 야신 김성근을 영입해 수직상승을 노리고 있다.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최소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겠다는 각오다. 한화의 ‘김성근 매직’은 통할 수 있을까?

그러나 시범경기를 통해 본 한화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신생 KT에도 뒤져 10개 팀 중 10위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12게임을 치러 3승9패로 승률 2할5푼. 당초 기대했던 성적에 크게 못 미쳤다. 필자는 한화가 적어도 중위권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 봤으나 투수력과 공•수에서 무기력으로 일관했다. 모든 부문에서 최 하위권에 머물러 실망을 줬다. 쉐인 유먼과 미치 탈보트 등 두 용병투수는 투구가 들쭉날쭉했고 외야수 모건은 아직도 2군에 있다.

거액을 주고 데려온 FA 투수 배영수와 송은범도 아직 제 컨디션을 못 찾고 있다. 중간 계투 권혁만이 제 기량을 발휘했다. 제 5선발로 확정된 유창식은 여전히 제구력불안으로 믿음을 주지 못했고, 중간 계투진도 아직은 불안하다. 경기 초반 안정적인 것 같던 내외야 수비도 가끔 지난해와 닮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방망이는 아직 헛돌고 있다. 타저투고 속에서 팀타율이 2할 대 초반을 기록했고, 팀홈런도 1개에 그쳐 장타력이 완전 실종되었다.

하지만 시범경기는 어디까지나 시범경기다. 지난 32년 간 치른 시범경기에서 1위한 팀이 정규리그에서도 1위 한 적은 겨우 6번으로 18%에 그쳤다. 특히 지난 2010년 이후 시범경기 4강팀 중 4위 안에 든 팀은 2011년 1위한 롯데(정규 3위)뿐이다. 지난해 역시 나란히 6위를 한 삼성과 넥센이 한국시리즈에서 만났다. 시범경기는 정규리그를 앞둔 시험무대여서 투수들은 투구 수, 이닝 수를 조금씩 늘려가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게 보통이다.

또 타자들은 무리한 스윙이나 주루플레이를 하지 않는다. 한화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다른 팀에 비해 주전선수를 많이 투입하지 않은 편이다. 마지막 삼성과의 대구 2연전에는 김태균 이용규 최진행 송광민 등 주전선수들을 대전에 많이 남겨 놓고 치렀다. 최종전서 용병 쉐인 유먼과 송은범, 권혁, 윤규진을 내 세워 삼성을 잡았다. 중간 계투 승리 조와 마무리를 테스트하며 기분 좋은 승리를 챙겼다. 정규시즌을 앞두고 희망적인 징조를 보여줬다.

이 같은 경기 내용을 정규시즌에서 보여줘야 한다. 과연 한화는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가능하다고 본다. 신생 KT를 최하위로 볼 때 나머지 9개 팀은 전력에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지난해보다 팀 간 실력 차가 줄었기 때문이다. 2014년 코리안 시리즈에서 맞붙은 삼성과 넥센은 전력이 다소 떨어졌지만 아직도 탄탄해 5강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세 자리를 놓고 7개 팀이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우승 팀 삼성은 5선발 배영수와 왼손 중간 계투 권혁을 한화에 빼앗긴 게 적지 않은 손실이다. 그러나 새로 영입한 용병투수 피가로와 클로이드가 수준급이고 지난해 우승에 크게 기여한 나바로가 건재하다. 장원삼과 윤성환, 차우찬이 맡는 3-5선발도 뛰어나 여전히 우승후보다. 중간과 마무리로 안지만, 권오준, 박근홍, 정인욱, 임창용이 있으니 지난해에 못지않다. 넥센도 강정호가 빠졌으나 뒤를 받쳐줄 선수가 여럿 있어 공백을 메운다.

시범경기 1위의 넥센은 정규리그서도 우승후보다. 지난해 20승을 올린 다승왕 벤 헤켄이 3게임 무실점으로 건재하고 새로 영입한 피어밴드도 시범경기에서 2승 무패에 1.5의 방어율을 보여 투수진은 더욱 단단해졌다. 지난해 홈런 40개의 강정호가 빠졌지만 워낙 타격이 강한 팀이라 포스트시즌 진출은 무난하다. 나머지 3장을 놓고 LG, 두산, SK, NC, 한화, 롯데, 기아가 피 터지는 싸움을 벌일 것 같다. 투타가 고른 LG, SK가 다소 앞설 것 같다.

그 뒤를 NC, 두산, 한화가 뒤쫓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스 장원준과 마무리 김사율을 빼앗긴 롯데와 안치홍, 김선빈이 입대한 기아는 조금 처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롯데는 짐 아두치의 방망이가 빼어나고 수준급투수 린드블럼과 레일리 등 가장 강력한 용병을 뽑았다는 평가를 받아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기아 역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던 에이스 양현종과 미국에서 돌아온 윤석민의 복귀로 마운드가 탄탄해져 무시 못 할 존재가 됐다.

그러면 한화의 전력은 어떤가? 필자는 한마디로 한화가 올해는 가을야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2년 간 한화는 거액을 투자해 선수를 보강했고 명장 김성근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최고의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인 정근우와 이용규를 스카웃했고, 올해 배영수, 송은범, 권혁 등 FA 3인방을 잡았다. 또 ‘명장 중의 명장’인 야신(野神) 김성근을 감독으로 영입했다. 과거의 행적에서 보듯 김성근은 한화를 부흥시킬 최적의 카드다.

매스컴과 함께 야구팬들은 한화의 광폭행보에 비상한 관심을 쏟았다. 감독과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되는 등 최고 인기구단(?)으로 떠올랐다. 시범경기가 시작된 3월 7,8일 대전구장은 유료인데도 이틀 연속 만원이었다. 훌륭한 감독에, 뛰어난 선수들을 영입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김 감독이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킬 것으로 믿는다. 과거에 여러 팀을 맡아 모두 성적을 향상시켰기 때문이다. 한화의 가을야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투수와 용병선수가 제 몫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동안 한화는 용병선수를 잘못 뽑았다. 특히 투수가 그렇다. 그동안 10승 이상한 투수가 한 명뿐이었다. 다른 팀은 10승 이상은 기본이고, 20승 이상도 여럿 나왔다. 야구가 ‘투수놀음’임을 생각할 때 한화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었음은 당연한 사실이다. 지난해 역시 타자 피에는 제 몫을 했지만 투수는 둘 다 실패했다. 올해는 이미 검증된 쉐인 유먼(롯데)과 미치 탈보트(삼성)를 뽑았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용병투수가 자리 잡지 못하면 한화는 또 다시 나락에 떨어진다. 또 외야와 중심타선을 맡아야 할 나이저 모건은 언제까지 2군에 머물러 있을 건가. 타격이 약한 한화로선 모건의 복귀시점이 문제다. 따라서 이들 용병이 제 몫을 하느냐 여부가 한화 성적을 좌우 할 것이다. 또 배영수와 송은범을 포함, 10승 투수가 적어도 3명 이상은 돼야 한다. 5선발로 내정된 유창식도 최소 7-8승 이상은 해야 한다.

다행히 중간과 마무리는 지난해보다 월등 좋아졌다. 지난해 중간 마무리는 최악이었다. 삼성에서 온 좌완 권혁이 가세했고 송창식, 박정진, 마일영, 양훈, 안영명, 김민우 등에 윤규진이 마무리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양의 선발복귀도 이뤄져야 한다. 한편 백전노장 포수 조인성의 부상은 뼈아프다. 신인 지성준은 2루 견제능력이 뛰어나 여러 차례 도루시도를 잡아냈으나 투수 리드가 떨어져 문제다. 정범모나 박노민의 기용이 필요할 듯하다.

정근우가 부상으로 시범경기에 한 차례도 나서지 못해 포수-2루수-중견수에 이르는 중심라인이 약해진 건 큰일이다. 전반적으로 수비는 좋아졌다. 새로 영입한 유격수 권용관과 신인 3루수 주현상은 탄탄한 수비와 활발한 타격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상적인 타순을 보자. 1번 이용규, 2번 정근우, 3번 김경언, 4번 김태균, 5번 송광민, 6번 최진행, 7번 김회성, 8번 포수, 9번 권용관으로 구성하면 어떨까. 정근우가 복귀 못하면 권용관을 넣으면 된다.

또 9번에 한상훈(2루수), 최진행은 지명타자, 송광민은 좌익수를 맡으면 된다. 정근우와 한상훈 모두 현재 부상 중이므로 복귀 못하면 신인 정유철을 쓸 수밖에 없다. 거포부재인 한화로서는 부상 중인 김태완의 복귀도 시급한 실정이다. 야구승부는 70%가 선수구성, 20%가 감독역량, 10%가 운(運)이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감독이 뛰어나도 수준이 떨어지는 선수로는 승리하기 어렵다. 자유계약선수(FA)를 잡기위해 수십억을 쓰는 이유가 무언가.

반대로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감독의 역량이 미치지 못하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 가진 선수의 실력을 극대화하고 효율적인 훈련과 적절한 선수기용, 때맞춘 작전 등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팀 성적은 좋아지는 것이다. 세 번째는 운이 따라야한다. 144게임을 치르는 한 시즌에 상대하는 팀마다 에이스와 맞붙는다면 이 또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의도적이기 보다 투수 로테이션상의 문제여서 운이 따를 수밖에 없고 이는 불가항력이다.

한화는 5월까지가 문제다. 그때까지 5할 승률, 못해도 4할5푼 정도의 승률을 달성해야 포스트 시즌 진출이 가능하다. 올해는 신생 KT가 참여해 10개 팀이 각각 144게임을 치러 지난해보다 16게임이 늘었다. 페넌트레이스를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가 문제다. 투수력이 지난해보다 승패를 더 좌우할 것이다. 따라서 투수 로테이션을 어떻게 짜느냐는 크나큰 변수가 될 것이다. 부상선수를 최소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김성근의 매직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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