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재 기고] 유럽의 도시에서 트램의 성공을 예감하다 ②

대전시가 고가(자기부상열차) 방식에서 노면전차(트램) 방식으로 도시철도 2호선 건설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최근에는 권선택 대전시장이 유럽의 도시들을 방문해 트램이 도시철도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왔습니다. <디트뉴스>는 권 시장과 함께 유럽의 도시들을 방문한 박용재 대전시 교통건설국장의 기고를 4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와 니스, 그리고 파리에서 트램이 도시철도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 트램이 대전에도 도입 가능한지 여부를 독자 여러분들께서 판단하시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고는 디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어린 아이들이 보호자 없이 길거리를 다녀도 안전하고 편안한 도시,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스트라스부르는 인구 27만의 작은 도시지만, 일일 30만 명의 시민이 6개 노선(56㎞)의 트램을 이용하고 있다.

또한 현대적인 트램의 성공적인 도입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큰 규모의 트램 시스템을 갖췄다. 트램을 프랑스 전역에 확산시킨 트램의 진원지다.

트램 건설을 비롯해 보행환경 개선 등 스트라스부르의 친환경 도시재생 사업은 세계 도시재생의 모범 지역으로 손꼽히며, 관련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트램 확산의 진원지, 스트라스부르

스트라스부르가 친환경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한 이유는 1980년대 철강․화학․기계공업의 쇠퇴와 분지형 지형으로 인한 심각한 대기오염, 교통정체와 환경오염 등 다양한 피해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구도심의 중심도로에 1일 약 5만대의 차량이 통행(40%가 통과교통)해 이로 인한 대기오염, 소음, 주차 공간 부족으로 도심 상권 쇠퇴에 직면했다고 한다.

스트라스부르 시정부는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을 위해 시민이 주체가 돼 지역발전계획을 수립하고, 도심의 생활환경 개선에 나섰다. 여기에 도시의 발전을 모색하는 4가지 분야로 구성된 ‘스트라스부르 Eco 2020’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추진했다.

그 중 교통 분야는 트램, 카쉐어링, 자전거, 보행을 핵심요소로 하여 대중교통·보행자 중심의 친환경도시 조성에 주력했다.

특히 트램이 도시재생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트램 건설시 주요 간선도로에 트랜짓 몰(환승광장)을 조성해 가로상권 활성화뿐만 아니라, 노선 주변에 충분한 보행공간을 확보하고 트램길을 잔디로 깔아 녹지공간으로 조성하는 등 도시경관의 변화를 가져와 활력이 넘치는 거리로 조성했다.

1994년 트램 첫 노선을 개통한 후 3년 만에 대중교통 이용객이 43% 증가했고 도심지내 교통량 감소, 소매상점의 매출도 증가했다.

초기에 트램 건설에 반대했던 도심의 상업 종사자들이 지금은 오히려 앞장서서 트램 노선 확충을 건의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집에서 가장 가까운 트램역 주변에 설치된 Park-and-Ride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도심 내에서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 시민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스트라스부르 트램은 8%의 경사구간을 문제없이 운행하고 있으며 10% 경사구간 운행도 가능한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우리시가 걱정하고 있는 테미고개 등 경사구간에 대해서도 노면으로 건설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 건설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스트라스부르의 대중교통 요금체계도 촉매제 역할을 했다. 자가용 이용자는 주차요금과 트램을 왕복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액티켓을 구입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도로의 교통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해 도심의 접근성을 높여줌으로써 도심지내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저렴한 한 달 정기권으로 이용할 수 있는 트램은 스트라스부르의 교통을 완전히 바꿔놨다. 최근에는 수입이 적은 사람은 적게 내고 수입이 많은 사람은 많이 내는 방식으로 요금 정책이 바뀌고 있다.

저소득자는 가장 저렴한 2.6유로로 1개월을 이용할 수 있게 했고, 가장 비싼 요금을 내는 사람은 42유로에 1개월을 이용하게 했다. 회사원의 경우 회사에서 50%의 교통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또한 시내 곳곳에 자전거 주차장과 대여시스템을 만들어 이용을 편리하게 했으며, 카쉐어링으로 차를 보유하지 않고도 필요할 때 편리하게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대중교통의 편리성으로 1일 30만 명에 달하는 시민이 트램을 이용하게 됐고, 이는 프랑스 내 최대 규모다. 금년까지 4개 노선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스트라스부르가 트램 도입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도시 재정비사업과 병행한 교통 프로젝트 추진 ‣버스를 포함한 대중교통 전체 네트워크 재정비 ‣도로 공간을 트램에 할당하는 도로망 재정비 ‣대중교통을 우선하고 자가용 사용을 억제한 확고한 정책 의지 ‣ 풍부한 지방 재정 지원(지방정부가 교통세 징수)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스트라스부르는 교통계획과 도시계획의 통합으로 환경적으로 가장 건전한 도시, 성공적인 트램 도입을 통한 도시이미지 제고로 유럽에서 가장 매력적인 거리가 있는 도시, 도시재개발과 대중교통 활성화로 세계적인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낭만을 싣고 다니는 니스(Nice)의 트램

20세기 초 야수파 화가 앙리 마티스가 ‘모든 것이 거짓말 같고 참지 못할 정도로 매혹적이다’라며 여생을 보낸 프랑스 니스는 파리에 버금가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예술 도시이다. 연중 온난하며 풍경이 아름다운 세계적인 휴양․관광도시 니스에서 만난 트램은 여유로움 그 자체였다.

특히 자동차가 차단된 보행자 천국인 니스에서 가장 번화한 마세나광장은 트램길을 따라 예술작품을 전시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니스시는 마세나광장과 가르발디광장 2구간(0.95㎞)을 세계 최초로 배터리형(Ni-MH, 1.2ton) 무가선으로 운행하고, 트램 우선 신호를 적용하고 있다.

니스의 트램은 1개 노선(8.7㎞)으로 2007년에 개통했다. 개통 당시 6만 명이던 탑승객은 현재 평균 11만 명이 탑승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45%가 트램을 이용하고 있다.

니스시는 2020년까지 노선연장을 통해 시민의 60% 이상과 15만개(전체의 80%)의 직장이 트램 노선 500m이내에 위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2호선과 3호선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며, 11.3㎞로 건설되는 2호선은 2018년 개통을 목표로 현재 한창 공사를 진행 중이다.

니스의 트램 구간에만 교차로가 65개 있지만 트램을 운영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도로 폭과 교통량에 따라 교차로 구조를 개선하고 트램 우선 신호를 도입한 덕분이다.

교차로가 많은 대전시도 도로 구조 개선이나 우선 통행신호체계 등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인다면 트램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니스 시정부는 또 트램과 버스가 들어가기 힘든 지역에 살고 있는 교통약자와 주민들을 위해 버스요금으로 택시 이용을 가능토록 해 버스 공급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해 재정배분에도 효율을 기하고 있다.

니스는 프랑스의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도심에서의 석유차 사용을 제한하고 전기차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친환경 교통시스템인 오토리브시스템을 도입, 청정한 대기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오토리브(autolib)는 자동차(automobile)와 자유(liberté)의 합성어로 밸리브(자전거 vélo와 자유 liberté의 합성어)라는 자전거 대여시스템의 개념을 전기자동차로 확대한 것으로, 무인 전기자동차 대여 시스템을 말한다. 니스에서는‘오토블루’라는 용어로 파리보다 먼저 시작했다.

트램의 기술이 날로 진보하고 있다. 수소를 연료로 하는 수소트램이 중국의 ‘칭다오 시팡’에서 개발됐다. 충전에 걸리는 시간은 3분, 최장 100㎞를 운행하고 최고속도 70㎞/h까지 운행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독일의 베를린에서는 도로의 차량, 자전거, 보행자 그리고 축구공과 같은 작은 물체와의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해 Flexity Berlin Tram을 도입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이 트램은 광학 센서 시스템을 장착, 높은 해상도를 갖춘 카메라가 트램 전방 60m 이상의 경로를 모니터링 하여, 시스템이 자동으로 위험을 감지, 초기 음향 경고를 보내고,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할 수 있게 구현했다.

무선통신 기반 열차제어 시스템을 채용한 두바이 트램, 지상에서 전원을 공급하는 무가선 저상트램 등 새로운 기술의 트램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니스시가 트램을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도시재개발 및 관광 상품으로 성공한 만큼, 대전시도 최신의 트램 도입과 함께 도시 여건에 맞춰 도시재생과 함께 건설해 나간다면 충분히 성공하리라 자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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