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환 기고]

대전시는 지난 2월 25일 충남도청도경 부지활용과 관련해 단기적으로 시민대학 등을 존치하고 장기적으로 한국예술종합대학 캠퍼스나 문화관련 국책기관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특별법 통과 이후 소유주체인 국가 소속 문화체육부 용역에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예술종합대학측의 부정적인 답변으로 캠퍼스 유치 노력은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다. 국책기관 유치 문제도 중앙정부의 수용의사 고려 없는 대전시만의 구상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대전시 도시재생본부 주최 3월 31일자 도시재생 심포지엄, 4월 3일자 국토교통부 공모 대전시 용역안 설명회 자료들을 보면 원도심 일대에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모델을 도입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충남도청도경 부지 일부를 원도심 기업 유치를 위한 시 산하 경제기관의 신설 또는 이전배치 또는 직접 지식기반형 산업유치를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전시가 중부서와 협의해 충남도경 부지건물을 헐고 복합 청사로 개발, 공간 일부는 중부서가 사용하고 일부는 대전시가 위 사업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는 4월 7일자 일부 지역언론 보도도 나왔다.

옛 충남도경 부지건물 헐고 복합청사 개발 계획 보도도 제대로 안돼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사실이 시민들에게 충분히 공개되지 않은 채 진행됐고, 언론도 그 내용을 잘 몰라 평소의 모습과 달리 전혀 보도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이런 상태라면 대전시 용역을 심사할 국토교통부나 문화체육부가 대전시민들의 광범위한 여론 수렴이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공모에서 탈락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즉 충남도청도경 부지 활용 문제는 중부서와의 동거를 전제로 한 산업단지화냐 시민단체들이 주장하고 있는 시민문화공간화냐의 문제로 쟁점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대전시민들 여론이 무엇이었고, 지금은 무엇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2012년 충남도청이 내포로 이전할 즈음 대전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여론은 공원기반의 시민문화공간이었다. 즉 충남도청도경 부지건물을 그대로 살리되 전체를 원도심 녹지공간 부족을 해소하면서 매우 강한 문화욕구도 충족시키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 이후 추가 여론조사 없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시민들은 우선 부지확보 비용 약 800억 원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특별법 통과를 지켜보고 있었다. 민선 4, 5기 시정에서 문화혁신기관인 퐁피두센터나 한밭문화복합단지 등 정부의 소극적 대응이 대규모 민간자본 유치에 대한 설득력 부족으로 좌절되는 것도 지켜봤다. 이 과정에서 시민문화공간에 대한 시민 여론은 잠잠한 상태를 유지해왔다.

도청도경부지 활용문제 시민 전체여론 수렴절차 밟아야

그러다가 특별법 통과 후 대전시 도시재생본부가 발족하고, 본격적인 부지 활용문제가 수면에 떠올랐다. 그러자 최근 원도심 상인들의 상권 활성화 여론만이 부각된 상태에서 대전시가 위와 같은 행보를 진행해온 것이다. 대전시민 전체의 잠재된 여론이 표출되기도 전에, 그것도 대전시가 시민에 대한 충분한 여론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말이다. 원도심의 미래를 결정한 중요한 사안을 이런 식으로 진행해도 되는 것인지 대전시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

결정 주체인 국가기관의 입장에서도 대전시가 몇 회의 형식적 공청회만을 거쳤다는 이유로 시민 여론을 수렴했다는 잘못된 정보에 기초해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필자가 참관한 공청회에서도 도청도경부지 활용에 대한 극히 일부 전문가들의 소견만 피력되었을 뿐 실질적인 논의는 없었다.

그렇다면 대전시는 지금이라도 부지 활용문제에 대한 시민 전체의 여론 수렴절차를 밟아야 한다. 대전시도 몇 회 더 시민여론을 수렴하겠다고 하는 점은 다행이다. 그러나 이전처럼 형식적이어서는 안된다. 특정 대학 캠퍼스 유치에 대해서는 대전시민이 그 공간을 직접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전 시내 19개 대학 구성원들 중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일부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대전 지역의 문화계 일부의 반대 목소리도 있다. 중·고등학교 선생님들 일부도 청소년 문화공간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대전의 연구단지 과학계 일부도 대중적 과학문화공간을 주장하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대전시민들 여론은 압도적으로 공원기반 시민문화공간이었고 그 점에 변화가 없어 대전시민사회단체도 성명을 낸 바 있다.

도청도경공간의 구체적 사용계획에 대해서는 대전의 문화예술 장르별 창작전시공간, 시립미술관과 과학계가 제시한 아트사이언스공간, 독립예술영화공간, 비주얼영상 및 만화에니메이션 창작공간, 아마추어 문화동호인 공간, 공공도서관 공간, 상설국제교류관, 문화예술계 대학생 및 졸업생 창작전시공간, 청소년 문화공간, 문화예술교육공간, 문화인포메이션공간 등 복합적 문화공간이라는 강력한 대안이 제시돼 있다.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 29일 도청도경 부지건물 활용방안 공청회

대전시는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본격적으로 시민 전체 여론을 수렴, 가장 타당하고 실현가능한 용역안을 제시하고 중앙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원도심 일부 상인들의 여론인 상권활성화 문제는 대전시가 추진 중인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사업으로 하되 굳이 도청도경부지가 아닌 원도심의 높은 공실률을 보이는 사무공간을 이용하면 된다. 그래야 경제와 문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경찰공간인 중부서를 수용하는 형태의 도경부지 복합청사 개발 구상은 이런 관점에서 재고돼야 마땅하다.

대전시나 중부서나 모두 시민의 예산으로 시민을 위해 일하는 기관이란 점에서 대전시민의 여론을 외면하는 합의를 하면 안된다. 서울의 남영동 대공분실이 인권센터로 거듭난 사례도 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대전시민 전체의 총의를 모아 부지활용 방안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대전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상징하는 도청도경부지에서 일어난 역사적 간난신고(艱難辛苦)를 오늘에 계승하는 길이다. 대전문화연대를 비롯한 대전시민사회단체들은 구체적으로 도청도경 부지건물의 올바른 활용을 위한 대전시민 여론 수렴을 위해 오는 4월 29일 도청사에서 별도의 공청회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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