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위기의 권선택 해법 다양하게 찾아 봤으면

김학용 주필
권선택 시장은 1심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나에겐 아직 배 2척이 남아 있다”고 했다. 상급심인 고법과 대법에 기대해보겠다는 말이었다. 과연 그를 구원해주는 배가 있을까?

위기의 권 시장 구해줄 배 있을까?

지금까지 전개된 ‘전투 상황’을 보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는 1차전에선 거의 일방적으로 밀리면서 당선무효형을 받았다. 전세를 반전시겨 권 시장(징역 6개월 집행유예2년) 자신과 회계책임자(징역8개월 집행유예 2년) 모두 당선무효형에서 벗어나야 시장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권 시장과 회계책임자가 받은 징역형은 당선무효의 기준선(시장 벌금 100만원, 회계책임자 300만원)을 훨씬 초과한다. 이런 경우 현실적으로 감형으로 살아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한 법조인은 “징역 6개월이라면 차라리 무죄로 뒤집으면 모를까 300만원 이하 감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판을 완전히 뒤집는 무죄 전략이 오히려 낫다.

하지만 두 사람이 동시에 무죄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비관적이다. 한 지방지도 오늘 법조계의 예측을 전하면서 “1심에서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을 받은 만큼 항소심에서도 힘들지 않겠느냐는 부정적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권 시장은 무죄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으나

권 시장과 회계책임자가 모두 징역형이지만 그 이유는 전혀 다르다. 권 시장은 미래경제연구포럼이라는 단체를 통해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고, 회계책임자는 선거비용의 회계처리를 불법적으로 했다는 혐의다. 두 사람에 대한 재판은 사실상 별건이며, 따라서 한쪽이 무죄를 받는다고 해서 다른 한쪽도 무죄를 받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무죄로 반전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다만 권 시장의 경우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미래경제연구포럼 부분을 2심에서는 무죄로 볼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에선 그나마 이 점을 가장 큰 관심사로 보는 것 같다. 정치인들 가운데 이와 유사한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왜 나만 문제를 삼느냐’는 권 시장 쪽 호소에는 일리가 있다. 다른 게 있다면 권 시장 쪽은 증거를 너무 많이 남겼다는 점이다.

권 시장 쪽은 증거자료 수집 과정의 불법성을 들어 검찰수사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른바 ‘독수독과론’이다. 법원 영장 없이 부정하게 얻은 증거물, 즉 ‘독이 든 과일’은 증거자료로 쓰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독과’의 인정 여부에 따라 권 시장의 유무죄가 결판나는 사건은 아니다. 1심 재판부는 ‘독수독과’를 무시하여 내린 판결이라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독과’에 해당된다고 보는 증거물은 대부분 채택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독수독과론을 인정한 셈이지만 그러면서도 징역 6개월의 중형을 때렸다.

권 시장 측에선 ‘독과’의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점은 이번 재판에서도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독과의 범위를 더 넓힌다 해도 무죄 또는 벌금 100만원 이하로 감형돼야 의미가 있다.

권 시장-회계책임자 동시에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

시장직 유지에 더 큰 걸림돌은 권 시장 자신보다는 회계책임자 부분이다. 1심에선 컴퓨터 구입에 쓴 것으로 신고한 돈이 선거운동원에게 지급된 사실과 선거비용 처리 허위 신고  등에 대해 회계책임자에게 무겁게 죄를 물었다. 회계책임자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이 권 시장 캠프 쪽의 신고로 시작되었고, 이 부분과 관련해서 증언이 필요한 권 시장 캠프 책임자 2명이 수사가 시작되면서 잠적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징역형의 1심이 무죄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사건으로 회계책임자 외에 홍보업체 관계자가 구속되었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수 십 명이 기소돼 유죄가 인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분에 관한 책임이 큰 회계책임자에게 무죄를 기대하는 건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권 시장 재판은 범죄 혐의가 사실인지를 다투는 ‘진실 게임’도 아니고, 범죄의 정도가 어중간하여 당선무효형을 턱걸이하는 ‘형량 게임’도 아니다. 다만 독수독과론으로 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법리 게임’의 요소가 있지만 재판부가 독수독과 논란을 피해가면서도 중형을 내린 만큼 큰 의미는 없다. 독수독과의 수용 여부로 재판의 결과가 달라지는 사건은 아니다.

지난 20년 간 광역단체장은 불법선거로 낙마한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수사가 강도높게 진행될 때도 ‘설마 광역단체장인데 법원에서 정말 낙마시키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러나 광역단체장이라고 못 건드리는 시대는 지나고 있다.

광역단체장이라고 못 건드리는 시대 아니다

야당 소속이라고 봐주지도 않는다. 이광재 강원지사가 현직에서 옷을 벗은 적이 있고, 어젠 야권 교육감인 서울시교육감에게 당선무효형(1심)이 떨어졌다. 더구나 권 시장 사건은 ‘정치게임’은 아니다. 권 시장 선거캠프의 누군가가 선거비용 관련 자료를 선관위에 제출했고, 선관위가 검찰에 넘김으로써 시작된 재판이다.

선거재판은 그 결과가 전부 공개되고, 판단의 기준이 일반 사건보다 엄밀해서 재판부에 따라 유무죄나 형량에 큰 차이를 보이기 힘들다고 법조인들은 말한다. 1심 중형이 2심 무죄로, 또는 그 반대로 바뀌는 경우는 주로 진실게임이거나 법리게임인 경우에 가능하다. 권 시장 사건은 진실게임도 법리게임도 아니고 형량을 다투는 게임도 아니다.

권 시장에겐 아주 불리한 재판이다. 설사 권 시장 자신은 회생한다고 해도 회계책임자는 구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시장자리를 내놓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게 지금 재판을 받는 권 시장이 처한 엄연한 현실이다. 내가 보기엔, 법정에는 권 시장이 기대할 수 있는 배가 없다.

권 시장이 찾는 배, 법정 밖에 있을 수도

그가 찾아야 하는 배는 따로 있다고 생각된다. 정치인을 띄우고 뒤집고 하는 배는 최종적으로는 ‘민심의 바다’에 있지 판사의 손에 있지 않다. 재판의 결과가 정치인의 생명을 좌우할 수는 있으나 정치인에 대한 심판은 기본적으로 시민들의 몫이다. 권 시장은 재판에서 지더라도 시민들 입에서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면 이기는 게임이다.

권 시장이, 어차피 재판 결과에 희망을 걸기 어렵다면 ‘민심의 재판정’에서 회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민심의 재판정에서는 증거자료보다 피고인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 특히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정치인에게 선거법 위반은 병가지상사고, 더구나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 만큼 시장이 못할 말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리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불법선거 사건으로 5명이나 구속됐고 수십 명이 전과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권 시장 자신이다. 권 시장을 돕다가 생긴 일인 만큼 권 시장의 책임이 무겁다.

지도자의 가장 큰 임무는 책임을 지는 일이다. 150만 명의 대표인 대전시장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대전시민에게 진솔하게 제대로 사과하고, 자신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에 대해선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권 시장이 법정에선 지더라도 ‘민심의 법정’에선 이기는 방법을 모색해보면 어떨까 한다.

권 시장은 ‘시장직 유지’ 때만 재판의 의미가 있다. 2심 3심에서 만약 ‘권 시장 무죄-회계책임자 무죄’로 뒤집지 않는 한 패배다. 혹시 ‘권 시장-무죄, 측근-유죄’가 나올 수도 있지만 별 의미가 없다. 시장직을 잃으면서 자기 사람도 못 챙기는 지도자가 되기 때문이다. 민심 법정에선 이런 정치인들이 최대의 패배자다.

코페르니쿠스적 해법도 찾아봤으면

혹시 이길지도 모르는 재판을 포기하라는 말로 들리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본인 생각하기에도 자신이 정말 위기에 처한 것으로 판단된다면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수습책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주변에서도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있으면 조언해주었으면 한다.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포기해선 안 될 때가 많지만 어떨 때는 코페르니쿠스적 접근이 오히려 문제를 푸는 방법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권 시장에게도 뭔가 있지 않겠는가? 그 방법은 적어도 고법 항소심이 끝나기 전에는 찾아야 한다. 늦으면 기회가 없다. 다음 주 월요일 항소심이 시작되니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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