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덕 야구칼럼] 김성근매직서 비롯된 마약야구

선수 간 무한경쟁, 강력한 지도력·관리야구주효
최고 인기구단부상, 방송사 경쟁적으로 생중계
홈경기 강해 12승4패, 매진 7경기  6승1패  강세
PS 진출 가능, 윤규진·이태양·용병 복귀 관건

한화이글스의 변신이 예사롭지 않다. 김성근감독이 부임하면서 팀이 확 달라졌다. 연일 매진사례에 지난해 꼴찌에서 5일 현재 4위(16승12패)로 급상승했다. 특히 홈경기에 강해 5일까지 안방인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가진 16경기에서 12승4패로 7할5푼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최근 7경기에서 매진사례를 기록했다는 점과 그 매진경기에서 단 한 번을 졌을 뿐 6번을 모두 이겨 승률 8할5푼7리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어린이날인 5일 경기는 한화의 달라진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KT에 5회 초까지 5대8로 크게 리드 당했으나 5회 말 한 번에 이를 뒤집었다. 부상에서 복귀한 정근우가 만루 홈런, 김태균이 투런홈런을 치는 등 5회에만 무려 9점을 따내 결국 15대8로 대승했다.

요즘의 한화를 보면 크게 리드를 당해도 별로 질 것 같은 느낌이 안 든다. 언제나 역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팬들의 머리에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자신감에 차있다.

한화는 휴일인 이날 10개 팀 중 가장 인기 있는 팀임을 보여줬다. 그것은 3개 방송사에서 한화의 경기를 경쟁적으로 생중계했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엄청 높아져서다. 이날 한화가 대역전승한 것은 의미가 크다. 요즘 한화선수들의 눈빛을 보면 전보다 크게 달라졌음을 느낀다. 리드 당하고 있다고 해도 별로 질 것 같은 느낌이 안 든다. 실제로 많은 경기에서 후반에 역전승했다. 그래서 방송사에서도 경쟁적으로 한화의 경기를 중계하려고 한다.

요즘 한화경기의 입장권은 구하기가 무척 힘들다. 지인을 통해 구단에 표를 구해달라는 사람이 크게 늘고, 몇 배 비싼 암표까지 등장하는 실정이다. 한화경기에 관중이 몰리고 있는 것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내용 때문이다. 매 게임이 마치 코리안 시리즈 같다. 수 없이 번트가 나오고, 위기 때마다 투수를 바꿔 한 게임에 평균 6-7명이 등판한다. 맞춤식 대타도 많다. ‘이기는 야구’를 구사하는 야신 김성근 식 선수기용과 작전이고, 대부분 맞아 떨어진다.

혹자는 경기를 질질 끌고 재미없는 야구를 한다고 비아냥대지만 필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게임에 지면 뭐하냐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잦은 선수교체로 시간이 늘어진다”는 일부의 비난이 있지만 김 감독은 이에 대해 단호하게 맞선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라는 것이다. “재미있는 드라마는 얘기가 다소 길어지더라도 끝까지 재미있게 본다는 것이 지론이고 나도 이에 동의한다. 현재의 한화로선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

한화가 인기구단으로 급부상한 것은 구단의 마케팅전략이 뛰어난 점도 들 수 있다. 관중 친화적인 구장 리모델링의 덕을 보고 있다. 선수유니폼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배 이상 늘어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게 증명한다. 그중 김태균과 김성근감독유니폼이 제일 잘 팔린다. 한화의 변신은 누가 뭐래도 지난해 10월 하순 영입한 김성근 감독의 공이 크다. 연초 일본에서 가진 지옥훈련의 성과로 구단, 감독, 선수의 3위 일체로 팀의 변신을 이끌었다.

패배주의에 빠진 선수단을 이끌고 뛰어난 용병술과 절묘한 선수교체로 팀을 상승세로 이끌고 있다. 사실 한화는 게임 스케줄상 불리하게 대진 일정이 잡혀 핸디캡이 적지 않았다. 약체 신생구단인 KT와의 첫 게임이 6주 지나서야 잡힌 것도 그 중 하나다. 한화가 이미 2차 시리즈를 치른 팀이 롯데, LG, NC 등 3팀이나 된다. 약체인 신생 팀 KT는 아직까지 3승에 그치고 있어 안 됐지만 한화가 KT와 미리 붙었다면 3승을 추가했을 거라는 얘기다.

지금쯤 19승으로 삼성과 선두를 다투고 있었을 거라는 추론이 나온다. 더욱이 KT는 얼마 전 롯데와의 대형트레이드로 전력이 크게 보강돼 깔볼 상대가 아니다. 갈수록 전력이 탄탄해져 가고 있다. 반면 한화는 투수진이 약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지난 5일 무려 8점을 KT에 헌납했다. 창단 후 KT가 뽑은 가장 많은 점수다. 아무튼 한화는 이용규 정근우 권혁 등 FA선수들이 잘하고 있어 자신감에 차 있다. 선수 간 무한경쟁시도도 효과를 보고 있다.

한화는 과거보다 수비력이 크게 좋아졌고 기동력도 나아졌다. 타력도 괜찮은 편이다. 내외야 교체멤버도 전보다 풍부한 편이고 포수 조인성의 복귀와 정범모의 기량이 좋아졌다. 문제는 투수력이다. 지금까지 버텨 온 것은 중간계투와 마무리가 강해진 덕분이다. 박정진과 권혁, 그리고 윤규진으로 이어지는 필승 계투조는 어느 팀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선발이다. 안영명이 잘 던지고 있으나 외국인선수 2명과 배영수, 송은범이 기대이하다.

퀄리티스타트(한회 6이닝이상 던지는 것)하는 선발투수가 거의 없다. 겨우 3-4회 던지거나 심지어는 1-2회 던지고 강판하는 투수가 많다. 그러니 중간 계투진에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이는 현재 한화의 최대 고질병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 지금까지는 김성근감독의 용병술로 견뎌냈지만 한계가 있다. 날씨가 더워지고 선수들이 지칠 때가 오면 더 이상 현재의 성적을 올리기 어렵다. 선수수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용병이다. 검증된 용병이라는 미치 탈보트와 셰인 유먼은 바꿔야 한다. 다른 팀에서는 용병투수가 3-4승을 거둔 경우가 적지 않은데 한화 두 투수는 기대이하다. 승수야 그렇다 치고 방어율이 형편없다. 미치 탈보트는 1승2패에 방어율이 8.89이고, 쉐인 유먼은 1승2패에 방어율이 5.01이다. 타자인 나이저 모건은 시즌 초 몇 게임 나오더니 자취를 감춰 버렸다. 용병투수가 부진한 가운데 한화가 상위권에 자리하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한화가 지금 성적을 유지하려면 현재의 용병을 바꾸지 않고는 어렵다. 상황을 보아 최소한 2명은 교체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에이스이던 이태양과 마무리 윤규진의 복귀도 시급하다. 2군에 내려가 있는 유창식의 회복도 절실하다. 다가오는 무더위가 한화의 복병이다. 현재의 페이스를 유지하려면 투수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야구는 결국 ‘투수놀음’이기 때문이다. 한화의 별칭 ‘마리한화’(마약인 마리화나의 애칭), ‘마약야구’가 계속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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