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권선택 시장 거수기 전락한 대전시의회

"그렇게 부족하다던 이명완 사장도 마케팅공사 사장으로 임명되니까 일을 잘 하는 데 김근종 내정자도 못하라는 법은 없다."

김근종 대전시설공단 이사장 내정자 인사청문회에 참여했던 한 대전시의원이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김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어떻게 통과했는지를 압축하고 있는 한 마디다. 능력이나 자질은 누가 봐도 아니지만 일단 시켜주면 잘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근거 없는 기대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대전시의회, 김근종 내정자 만장일치 적격 통과

김 내정자에 대한 대전시의회 인사청문회는 '시민을 기만하고 시민의 대표기관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는 시민단체의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기대 이하였다. 체육과 복지, 환경 등 시설 24곳을 관리하는 시설공단을 맡기에 전문성이 부족한 김 내정자에 대해 대전시의회가 적격한다는 판정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은 졸속 그 자체였다.

김 내정자 스스로도 업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래서 "의회에서 원하면 사퇴할 용의도 있다"는 배수진까지 쳤다. 그럼에도 대전시의회는 김 내정자가 '적격'하다고 판단했다.

시의회가 김 내정자 인사청문회 통과를 위해 생각해낸 명분은 '낮은 자세의 리더십과 종합적인 경영 노하우를 접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궁색하기 짝이 없는 명분이었다. 결과적으로 시의회는 호텔 벨맨에서부터 지배인까지 지내며 쌓은 김 내정자의 투철한 서비스정신만을 높게 평가한 꼴이 됐다. 그러다보니 항간에서는 환경분야 전문성을 갖춘 오세은 전 내정자가 그나마 나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그렇다면 시의회는 '부족하기 짝이 없는' 김 내정자를 왜 적격하게 본 것일까. 한 마디로 임명권자인 권선택 대전시장의 인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한 인사청문위원은 "김 내정자가 시설공단 이사장으로서 부족한 것은 분명하지만 권선택 시장의 인사를 두 번씩이나 제동을 걸 수는 없다. 권 시장의 인사에 대해 자꾸 발목을 잡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속내를 밝혔다. 이미 한차례 시설공단 이사장 내정자를 탈락시킨 것을 핑계 삼은 것이다.

권 시장 '거수기' '들러리' 전락한 대전시의회

시의회가 시민의 대표기관이 아니라 권 시장의 '들러리'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사실 이런 낌새는 인사청문회 이전부터 감지됐다. 인사청문위원들은 김 내정자의 전문성 부족을 일찌감치 간파했던 터라 그의 장점만을 찾고 또 찾았다. 적격 판단을 위해 명분을 쌓겠다는 의도를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그렇게 찾은 김 내정자의 장점이 '낮은 자세의 리더십과 종합적인 경영 노하우'였던 것이다.

시의회는 지난해 박남일 대전도시공사 사장과 이명완 대전마케팅공사 사장 인사청문회에서도 권 시장의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 시의회가 김 내정자 인사청문회에서 이를 되풀이하면서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시민단체는 "자치단체장의 인사권을 의회가 통제한다는 의미에서 호응을 받았던 인사청문간담회가 오히려 자치단체장의 부적절한 인사를 위한 요식행위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내정자는 13일 이사장으로 공식 취임해 앞으로 3년 동안 시설공단을 이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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