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막말은 적대감과 증오심 배설하는 수단

김학용 | 디트뉴스24 주필
말은 정치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어찌 보면 유일한 수단이다. 관료에겐 도장이 있지만 정치인에겐 말이 있을 뿐이다. 정치인이 말을 할 수 없다면 군인이 총도 없이 전투에 나가는 꼴이다. 그렇지만 말은 다 말이 아니다. 말을 해도 말이 아닌 경우가 있다. 그런 말이 많지만 막말도 그런 말이다.

정치인의 막말은 정치인이 되기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말로 힘을 쓰고 말로 일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말이 먹히지 않도록 애를 쓰는 꼴이다. 그런데도 막말을 서슴지 않는 정치인들이 간혹 있다.

"막말은 열등감에서 나온다"

지역의 한 정치인은 “막말은 열등감에서 나온다”고 했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공격하고 싶은데 효과적인 방법이 없어 막말이라는 수단을 동원한다고 했다. 막말은 주목을 받기 쉽고, 따라서 공격의 효과를 거둔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이 과거 친노 유시민을 간신배라고 공격할 때도 정동영을 옹호하는 수단이었다고 그는 분석한다.

막말을 즐기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누군가의 ‘막말’이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 또는 정파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에 대해 다른 사람이 나서 욕을 대신해줄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할 것이다.

막말을 받아주는 사람이 있으니 막말의 주인공은 대단한 전사(戰士)나 된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정 최고위원은 막말로 징계가 거론되는 상황에서도 SNS에 “기죽지 않고 최전방 공격수로서 소임을 다하겠다”고 썼다. 그는 “성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며칠 새 응원과 격려를 해주신 분들이 참 많았다. 여의도 정가와 언론에서는 안 믿겠지만 ‘후원금 보내겠다’ ‘속시원하다’며 더 용기를 내라는 격려가 많았다”고 했다.

막말은 적대감과 증오심 배설하는 수단

막말에 대한 ‘열렬한 반응’은 짐작이 된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은 막말에 대한 ‘격려’가 진실이라고 믿는가? 그 격려는 대개는 그의 막말을 통해 상대(내부의 적이든 외부의 적이든)에 대한 적대감과 증오의 감정을 배설하는 사람들이 그 대가로 지불하는 ‘서비스 팁’이라고 봐야 한다. 당 외부에서도 최고위원의 막말은 해당행위라는 점에서 오히려 즐기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가 됐든 제1야당의 최고위원이 자기 당의 이미지에 먹칠하고 있으니 그는 ‘상대당의 X맨’이나 다름없다. 어느 당이든 정치인의 막말이 언론에 오르내릴 때마다 국민들은 당사자는 물론 그 당에서 대해서까지 혀를 찬다. 정 최고가 의도하는 것은 아니라 해도 결과적으로 그의 막말은 오히려 상대방을 도와주는 게 분명하다. 

막말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뿐더러 상대에 대한 치명적인 공격 수단도 못 된다. 막말의 피해자는 자기 자신이다. 정 최고위원도 결국 출당조치까지 요구받는 상황을 맞았다. 막말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오게 돼 있다. 막말은 자기 스스로를 파괴하는 행위다.

그런데도 정 최고위원은 왜 ‘막말 정치인’이 되었는가? 혹시 막말이 정치인의 선명성을 드러내는 방법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인가? 막말은 그 사람의 수준을 말해줄 뿐 선명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선명한 사람은 막말을 할 이유가 없다. 선명성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드러나게 돼 있다.

막말로는 강한 정치인도 될 수 없다. 강한 정치도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나온다. 행동이 먼저고 그 행동을 따라 가는 말이어야 무게가 실린다. ‘말의 달인’이었던 노무현 대통령도 대통령이 되는 과정은 그랬다. 그는 뭔가를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대권의 길을 갈 수 있었다.

막말은 정당 이미지 실추시켜

최고위원이나 되는 사람이 막말을 일삼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정치인으로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막말과 극언들을 쏟아내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의 특이한 계산법에서 나오는 것인지 단지 수양 부족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이유가 무엇이든 최고위원의 상습적인 막말은 정당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키고 있다. 막말 정치인은 중립지대에 있는 제3자들을 내편으로 끌어오는 데는 커다란 방해꾼이다. 새정치연합은 외부에서 영입한 막말꾼 때문에 지난 총선처럼 큰 선거를 망친 적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새정치연합은 왜 막말꾼을 최고위원으로 뽑았을까? 최고위원을 뽑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가 당내 득표보다는 일반인이 참여하는 모바일 투표에 힘입어 당선되었다는 점이 문제다. 당원이 아니라 당 밖에서 뽑힌 최고위원이 당에 큰 피해를 주고 있는 셈이다.

정치인이라면 말에는 빠지지 않는 ‘말의 선수’들이지만 진짜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말이 꼭 필요할 때 말이 없는 것도, 말이 필요 없을 때 말을 하는 것도 말을 제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행동은 없이 말만 번지르하게 하는 정치인도 말만 너무 많은 정치인도 막말꾼에 버금가는 사람들이다.

지식인들도 마찬가지다. 지식인이라면 말을 해야 할 때 제대로 말을 해줘야 한다. 대학교수 시민운동가 언론인 지방의원 등이 이런 지식인 그룹의 한 가운데 있는 사람들이다. 커다란 기관에서 비리 부패 무능으로 썩은 내가 진동해도 계속 입을 다물고 있다면 이런 지식인은 막말꾼보다 나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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