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방한 쏠린 뜨거운 관심, 본인엔 '부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사진출처: 유엔 홈페이지)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 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한 유명 배우가 찍은 카드사 광고 카피다. 할인이나 적립 혜택을 위해 집요하게 묻는 점원의 질문에 대답하기 귀찮은 소비자 심리를 묘사했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라는 건 당사자에게 고역일 수밖에 없다. 매일이 행복한 사람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지금 하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오후 방한(訪韓)한다. 19일부터 인천에서 열리는 세계교육포럼(WEF)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2년 만에 모국을 찾는 그를 둘러싸고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이 뜨겁다.

감춰둔 발톱 미리 꺼내면 안 돼..숨기고, 지켜주고, 시간 두고 달래야

반 총장이 소위 '성완종 사태'와 '대망론'이란 울타리에 걸쳐 있다 보니 이런 반응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대망론에 대해 "관심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은퇴하면 손자나 돌보면서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도 밝혔다.

그래도 주변에선 그를 자꾸만 정치권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그가 '대세'여서 그렇다. 이는 충청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쩌면 그는 마음속 저 깊은 곳에 '대망(大望)'을 품고 있을런지 모른다. 그런데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해 '발톱'을 숨기는 것일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그의 숨은 발톱을 성급하게 끄집어내려 해선 안 된다.

특히 충청권은 '선수보호' 차원에서 그를 더 철저히 숨기고 지켜줘야 한다. 추락한 정치 거물의 대안, 심하게 말해 '꿩 대신 닭'으로 반 총장을 띄워선 안 된다. 오죽하면 이번엔 귀국 때마다 찾는 고향(충북 음성)도 안 간다고 했을까. 시간을 두고 달래야지 호들갑을 떨어서는 안 된다.

이미 아무런 정치 활동을 하지 않고 있지만, '부추김'과 '등 떠밂'이 그의 행보에 방해되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혹시라도 가지고 있을 일말의 소망(小望)까지 비워야할지 모른다. 그리고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어질지 모른다. 마지막 남은 불씨마저 꺼뜨릴 순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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