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성균관대·성완종리스트 다각적 포석

박근혜 대통령이 이완구 전 총리 후임에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내정한 것과 관련, 충청권과의 상관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사진: 박 대통령이 2013년 3월 황교안 신임 법무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는 모습. 출처: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황교안 국무총리를 내정한 것과 관련해 충청권과 '그럴싸한' 상관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의도치 않았겠지만, 총리 지명 전후 상황을 살펴보면 "있을 수도 있는 얘기"로 들린다.

'성완종 리스트'로 촉발된 이완구 전 총리 낙마에 체면을 구긴 충청권은 자존심 회복 차원에서라도 지역 출신 인사가 다시 총리가 되길 내심 바랐다.

지역 인사 기대 불구 '성대+법조인' 출신 낙점

하지만 박 대통령은 성균관대 법대를 나온 황 후보자를 택했다. 특정대학과 법조인 출신을 선호하는 박 대통령 인사스타일이 여실히 드러났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황 후보자를 선택한 데는 인사청문회 통과 여부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들어 지금까지 5명의 총리 지명자가 있었다. 김용준·안대희·문창극 지명자는 후보자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낙마했고, 정홍원·이완구 전 총리도 사실상 불명예 퇴진했다.

반면 황 후보자는 이미 법무부장관 임명 당시 한차례 인사청문회를 거쳤다. 게다가 총리 공백 장기화에 따른 국정 운영 차질이 우려되면서 특별한 흠결이 없는 한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봤을 법하다.

박 대통령, 총리 지명 앞서 충청권 민심 살폈을 수도

때문에 박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만 무사히 넘기면 남은 임기 동안 총리 문제로 더 이상 국정 운영에 발목 잡히는 일은 없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박 대통령이 총리 후보자 지명에 있어 충청권의 민심을 어느 정도는 살피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이 든다.

실제 이번 정부 들어 충청권 출신 장관은 한민구 국방부장관(충북 청원)외에 대전·충남은 전무하다. 반대로 충북은 역대 단 한명의 총리도 배출하지 못하면서 인사 홀대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서 황 후보자가 성대 출신이란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충청권 의원 중 성대 출신은 여야 합쳐 6명에 이른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아산)이 행정학과, 정우택 정무위원장(청주 상당)은 법대 출신이다. 이 전 총리(부여·청양)도 행정학과를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병석 의원(대전 서갑, 법학)과 양승조 사무총장(천안갑, 법학), 박완주 의원(천안을, 한국철학)이 동문이다.

이명수·정우택·양승조·박병석·박완주 '성대 라인'..팔은 안으로?

박 대통령의
물론 이들은 황 후보자와 대학 동문이라 해도 친분이 두터운 편은 아니다. 박 대통령 역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총리를 지명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다. 실례로 일부 의원들은 황 후보자 내정 직후 입장을 묻는 질문에 "노코멘트" 하려는 등 수위 조절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황 후보자와의 친분 여하를 떠나 구체적인 언급 내지 노골적 비판을 하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인사청문회까지 가는 길목에서 충청권 민심을 대변하는 지역 의원들의 칼끝은 피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선거의 여왕'인 박 대통령이 그동안 대선과 총선을 치르면서 충청도가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란 사실을 모를리 없다. 중원 땅을 뺐기면 이길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이쯤 되면 1년도 안 남은 총선과 이 전 총리 낙마로 생긴 지역의 싸늘한 민심을 차단하는데 '성대(成大) 카드'가 요긴하게 쓰였을 거란 가정(假定)도 해봄직하다.

'성완종 리스트' 방패로 국면 전환 가능성..김제식 VS 박범계 '맞대결' 

성완종 리스트와의 연관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완종 리스트는 이 전 총리의 중도 낙마에 결정타였다. 그런데 지금 리스트 거명 인사 6명 가운데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 전 총리만 불구속 기소됐을 뿐 더 이상 수사는 진전되지 않고 있다.

법무부장관으로 재직한 황 후보자는 누구보다 이 사건과 현재 상황을 잘 아는 인물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공안통'으로 정평이 난 그를 내세워 이 사건을 매듭짓고, 국면 전환을 꾀하려 했을 거란 예상도 가능하다.

여기에 오는 8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총리 인사청문회에 2명의 충청권 의원이 나선다. 새누리당 김제식 의원(서산·태안)과 새정치연합 박범계 의원(대전 서을)이 '방패'와 '창'을 들게 됐다. 공교롭게 두 의원도 검사와 판사를 지낸 법조인 출신이다.

박 대통령이 빼든 '성대+법조인 출신' 총리 후보자가 의도됐든 아니든 간에 성립될 수 있는 충청권과의 상관관계가 흥미로우면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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