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안희정 특위’에 적극 나서야 할 이유

충남도의회가 추진중인 정책발전특별위원회는 ‘안희정 특위’로 불린다. 일부에선 ‘안희정 청문회’라고도 표현한다. 도지사로선 치욕스런 일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 안 지사에 대한 정치 공세가 목적이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다.

특위의 목적이 안 지사에 대한 망신주기여선 안 된다. 도지사와 도의회의 갈등만 키우고 도지사의 리더십만 더욱 손상시키는 결과가 된다면 도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위를 도의회와 안 지사가 지역 현안을 풀어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위기의 충남...안면도관광단지 황해경제자유구역 중대현안 ‘좌초’

지금 충남도는 위기에 처해 있다. 황해경제자유구역 지정 실패 등 중대한 지역현안들이 잇따라 좌초된 상태이고, 당진-평택 경계선 분쟁도 도민들의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히고 있다. 그런데도 해결책과 비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면 충남은 경제도 자긍심도 꼴찌로 추락할 게 뻔하다. 언제부터인지 충남도는 활력을 잃고 기울어 가고 있다. 작년에는 기획재정부가 대 중국  거점 지역개발 사업인 ‘서해안 벨리’를 추진하면서 경기도와 전남북은 넣고 충남만 제외시켰다는 황당한 보도까지 나왔다. 정부는 부인했으나 정황을 보면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난 것은 아니었다.

충남도는 20년 전부터 ‘환황해권 시대’에 대한 준비를 외쳐왔다. 중국이 G2로 부상하면서 서해안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그런데도 충남도는 이렇다 할 대책도 없이 표류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황해경제자유구역 지정 실패다. 충남과 경기도가 공동으로 추진한 사업인데 경기도는 성공하고 충남은 실패했다. 경기도가 서해안으로 달려갈 채비가 착착 진행중인 데 반해 충남은 아직도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당진-평택 경계선 분쟁은 충남도민들에게 또 한번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 정부는 당진시가 관할해온 땅을 평택시에 넘겨주라는 결정을 내렸다. 서해안의 전초기지인 당진 땅을 빼앗기면 충남이 서해안 시대의 주인공으로 나서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충남도의 노력에 따라 황해경제자유구역은 성공할 수도 있었고, 당진-평택 경계선 문제도 도가 미리 대처했다면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충남도가 열심히 했더라면 해 낼 수도 있는 일을 망쳤다는 의미다. 누구의 책임인가?

안 지사 대표 공약 ‘3농혁신’에도 농가소득 줄어

모든 걸 안희정 지사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겠으나 안 지사 재임 중에 결정적인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황해경제자유구역 실패는 작년, 당진-평택 도계 침탈 사건은 올해 일어났다. 안 지사는 올해 안면도국제관광지 사업도 포기를 선언했다. 주민들의 항의를 받고서야 다시 대책위를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경제 공약 3농혁신에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도지사가 농업은 살리겠다고 외치는 데도 농정지표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충남도의 작년 농가소득은 특별시와 광역시를 제외한 8개 도(제주도 제외) 가운데 6위였다. 전임 심대평 이완구 지사 때까지는 전국 1~3위를 벗어난 적이 없다.

안 지사 취임 이후 농정은 오히려 흔들리고 있다. 2010년 7월 처음 도지사로 취임했으니까 안 지사의 농업성적이라고 볼 수 있는 2011년~2014년 4년 간 농가소득 중 3년은 6~8위였다. 작년(2014년)에도 전국 평균농가소득은 올랐지만 충남도는 더 떨어졌다. 심대평 이완구 지사 때는 타 도 농민들이 100원 벌 때 충남 농민들은 106원~114원을 벌었지만 작년에는 타 도의 농민들이 100원 벌 때 충남도 농민들은 91원을 버는 데 그쳤다.

농업정책은 금방 효과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희망적 전망을 예상할 수 있는 조짐도 없다면 문제다. 작년 말엔 진보적인 시민단체인 전농조차 “3농혁신으로 충남도 농업이 나아진다는 통계는 전혀 없다”며 안 지사의 3농혁신을 혹평했다.

새정치연합 도의원 “실물경제 외면하면 허공 향한 포효” 비판

농정만 걱정이 아니다. 지역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R&D예산 확보에서도 충남도는 꼴찌 수준이다. 오죽하면 안 지사를 응원해야 할 새정치연합 소속의 이공휘 도의원까지 나서서 우려를 나타냈다. 얼마 전 그는 도의회에서 “충남도의 R&D 예산은 전국 대비 1.3%에 불과하다”며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나머지 98.7%를 놓고 경쟁하고 있을 때 충남도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추궁했다.

그는 안 지사의 평소 말을 빗대,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 공명정대한 분위기를 위한 담대한 철학적 명제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실물경제와 도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도외시한 구호는 허공을 향한 포효이고,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 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충남도에서 일어하는 현상을 보면 안 지사의 직무능력에 의문이 가지만, 외부에서는 이와는 전혀 다른 평가가 나온다. 주로 여론조사를 통해 이뤄지는 평가에선 최상위권이다. 리얼미터와 JTBC가 매월 17개 시도지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도지사 직무평가에서 안 지사는 최근 6개월간 2위를 달리고 있다. 공약의 이행 실적으로 따져 평가하는 매니페스토 평가에서도 5년 째 최우수(SA) 등급을 받고 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안희정 '도지사 능력'은 6개월 연속 2위

안 지사가 본래 능력 있고 일을 잘하는 사람인데 운이 나쁘게도 충남도의 중대 현안에 대해서만 실패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직무능력에 문제가 있는 도지사가 이미지 홍보 전략만으로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인가? 전자라면 도의회를 비롯해서 도민들이 도지사를 적극적으로 도와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하고, 후자라면 이제 도지사의 본분에 충실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어떤 평가가 진짜이든 충남 도정이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 서해안 시대가 이미 열리고 있지만 안 지사가 선장을 맡은 ‘충남호’는 기약도 없이 표류중이다. 도지사의 ‘중농정책’에도 불구하고 농민의 소득은 오히려 줄고 있고, 허를 찔린 당진-평택 도계 분쟁은 도민들의 자존심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도지사 발언’보다 ‘착한 정치평론가 발언’ 더 많은 안 지사

충남도가 왜 이렇게 되고 있는가? 안 지사의 리더십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안 지사의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알 방법이 없으나 그의 말과 행동을 보면 도정보다는 중앙정치에 더 마음이 가 있다. 충남지사의 입에서는 좋든 싫든 ‘당진’ ‘안면도’ ‘서해안’ 같은 지역 관련 단어가 더 많이 나와야 정상이다. 그런데 안 지사에게는 ‘민주주의’ ‘사회적 가치’ ‘화합’ 등 착한 정치평론가의 용어가 더 많이 나온다.

메르스 문제 같은 ‘전국적 사안’에는 관심이 크지만 충남도의 이익이 걸린 현안에는 눈을 감거나 소극적이다. 당진-평택 경계선 문제 때문에 주민들이 삭발을 하며 분노를 표할 때도 보름 간이나 침묵하던 안 지사는 메르스 문제에는 “내가 직접 지휘하겠다”며 즉각 나섰다. 당진-평택 분쟁은 도지사가 아니면 나설 사람이 없는 문제이고, 메르스는 안 지사가 아니어도 대신할 사람이 있는 문제다.

이런 도지사 아래서 도가 발전한다면 그게 이상하다. 안 지사가 들어온 이후 계속되는 충남도의 좌초, 포기, 실패, 부진은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 도정을 대하는 안 지사의 자세부터가 문제다. 도의회는 ‘안희정 청문회’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밝혀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안 지사는 이를 정치공세라고 말하면 안 된다.

도의장이 특위위원장 맡고 안 지사 직접 나와 토론을

도의회 특위가 도의원 벼슬자리 하나 만들어주기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그렇다면 기대할 게 없다. 이런 의혹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김기영 도의장이 직접 특위위원장을 맡고, 집행부에선 도지사가 청문회에 직접 나와 도정을 놓고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했으면 어떨까 한다. 지방의회 역사상 이런 식의 특위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지사와 도의회가 찬성하면 가능한 일이다.

안 지사는 특위를 거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임해 자신에 대한 불신을 걷어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안 지사가 더 큰 일을 하겠다면 여론조사가 아니라 실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안희정 청문회’가 설사 자신에 대한 정치적 공세의 수단이라고 해도, 역으로 자신의 소통 능력부터 확인시켜 줄 수 있는 기회다. 안 지사는 도망가지 말고 적극적으로 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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