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도의회와의 소통 등에 문제…정치력 갖춰야 신뢰 얻어

‘정치력’(政治力)의 사전적 의미는 “정치적인 일을 처리하는 솜씨나 능력”을 말한다. 실제로는 훨씬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데, 국회의원에게 “정치력이 있다”는 표현은 정부에 대한 영향력을 뜻하기도 하고, 국비예산을 많이 따오거나 때로는 지역구의 민원을 해결하는 능력을 말하기도 한다.

이와 달리 ‘정치적’라는 말에는 부정적인 뜻이 담겨있다. 지나치게 표를 의식한다거나, 권력지향적인 사람을 겨냥할 때 자주 사용된다.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일삼는 정치인들을 비판할 때도 ‘정치적’이라는 말이 쓰이곤 한다

국민이 정치인에게 바라는 것은 ‘정치력’과 ‘진정성’

유권자인 국민이 정치인에게 바라는 것은 크게 ‘정치력’과 ‘진정성’이 아닐까 싶다. 경제 분야에서 ‘성장’과 ‘분배’를 논할 때처럼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현실 정치에서도 두 가지 모두를 잘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서로 충돌할 때가 더 많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어떨까?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적지만,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의외로 많이 들린다.

안 지사가 지난 6.4 지방선거 과정에서 소위 ‘세월호 정국’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에 대해 극도로 반감을 드러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는 정치공세보다는 “선의로 봐야 한다”고 말하는 안 지사다.

안 지사는 “정책이라는 이름의 시혜(施惠)로 표를 교환하는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며 “민주주의 선거가 표의 교환 장소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치인으로서 더욱 노력하겠다”는 말도 자주 한다. 그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안 지사는 자신의 책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위즈덤하우스)에서 안철수 의원을 ‘섬 마을 총각선생’에 비유한 뒤 “‘새 정치’를 앞세우고 정치권에 들어왔다가는 자칫 그 자체가 무덤이 될 수도 있다”는 말로 현실 정치의 냉엄함을 경고하기도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진정성은 인정받지만 정치력엔 물음표

안 의원이 가진, 다른 정치인들에게서 볼 수 없는 참신함과 진정성만으로 정치를 할 순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안 지사는 그러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 누구든 타협은 불가피하다. […] 더럽지만 진흙탕 속에 뿌리를 내려야 연꽃이 피어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 지사의 안 의원에 대한 조언에도 불구하고, 정작 안 지사 자신은 진정성에 대한 높은 평가와 달리 정치력에 있어서는 물음표가 던져진다. 의문부호는 특히 도의회와의 관계 속에서 자주 노출되고 있다. 도의회는 현재 새누리당 30석, 새정치민주연합 10석으로 구성돼 있는데, 안 지사가 정치력을 발휘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그러나 정치력이란 게 무엇인가. 때로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만드는 능력 아닌가. 그런 점에서 안 지사가 정치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안 지사는 자당(自黨) 소속 도의원들에게조차 발목이 잡힐 때가 있다. 그 이면을 살펴보면, 안 지사를 비롯한 도 지휘부가 새정치민주연합 도의원들과 충분한 소통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 평가가 뒤따른다.

실제로 도 산하기관장 공모 시 해당 지역 새정치민주연합 도의원의 의견을 묻거나 양해를 구하는 일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도의원과의 소통이 부족해 전국체전 관련 예산이 삭감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도의회와의 소통 부족 노출…진정성이 정치력에 앞서 오해 사기도

최근에는 R&D 예산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 해당 의원 역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다. 안 지사의 보호막 역할을 해야 할 이들이 오히려 그 반대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을 정치력 부족 말고 다른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새누리당 도의원들과의 상황은 더 심각해 보인다. 최근 안 지사는 일선 시·군의 가뭄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해당 지역 새누리당 도의원에게는 귀띔조차 안하고 다녀가 뒷말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현장 방문으로 치면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을 초청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다. ‘당신과는 상종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문제다.

언론과의 관계에서도 안 지사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듣는다. 거꾸로 보면 나름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볼 순 있는데, 특정 현안에 대한 안 지사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려워 답답함을 느낄 때가 적지 않다.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안 지사가 지방지를 대놓고 무시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 면에서는 안 지사가 스스로 만든 틀에 갇혀 있다는 생각도 갖게 된다. 
 
정치력 발휘해야 “믿고 맡겨도 될 사람” 신뢰 줄 수 있어

최근 들어 도 정무라인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데,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안 지사 자신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한 달이면 20일 이상을 도청에 출입하는 기자에게 “잘 지내시죠?”라고 인사하는 것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그만큼 거리감이 크다는 얘기다.

진정성이 정치력에 앞서 오해를 부르는 일도 종종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당진·평택항 매립지 분쟁 문제다. 안 지사는 중앙정부의 잘못된 결정을 지적하면서도 경기도 및 평택시와의 상생을 지나치게 강조해 “차기 대선주자로서 표를 의식하기 때문 아니냐”는 비판을 사고 있다.

안 지사가 가진 진정성이 오늘의 그를 있게 만든 자양분이자 버팀목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으론 진정성보다 정치력에 치우쳐 충청인에게 실망감을 안긴 정치인들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무조건 비판만 받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진정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진정성만으로는 '괜찮은 사람' 정도에 그칠 수 있다고 봐서다. 정치력까지 갖춰야 비로소 '믿고 맡겨도 될 사람'이라는 신뢰를 줄 수 있지 않을까. 때로는 정치력이 진정성을 감싸기도 한다. 정치인 안희정에게 행정력을 요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언제부터인가 안 지사에 대한 비판적 지지층이 이탈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안 지사의 정치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수록 진정성의 가치는 반대로 작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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