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 교육칼럼]

대학에서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 20년 가까이 되었다. 그 전에는 중·고교에서 14년을 근무했다. 요즘 세종시 고교입시평준화문제로 설왕설래하는 것을 본다. 필자는 고입시험을 치르고 진학한 세대다. 그 당시 입학시험 공부에 열을 올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1.4 : 1 정도로 경쟁이 심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 중에도 떨어지는 친구들도 있었다. 가정형편상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친구도 몇 명 있었다.

오늘날 학생 숫자가 부족하여 폐교하는 학교가 속출하는 시대가 되었는데 세종시는 그나마 학생 숫자가 늘고 있어서 다행이다. 교육정책은 하루아침에 답이 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훗날 평가받는 미래지향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교육을 미래라고 하는 것이다.
 
과격하게 시도하는 고교평준화

“우리나라의 평준화는 정말 과격하고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든 정책입니다. 일본도 평준화를 채택하지 않거든요. 심지어 중국도 사립학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이규호 : 2007. 10. 09)”

학교가 제 기능을 하려면 학교의 모든 것을 공개하고 교육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공교육을 먼저 살리는 것이다. 평준화를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사교육비의 부담과 중학교에서의 다양한 학습체험 기회의 보장 등을 말한다. 요즘 같이 입시의 중압감이 없는 세대에 다양한 학습체험은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공교육에서 그것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지 고교 평준화로 학력의 저하를 부추길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공교육의 다양한 변화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혜민스님의 책(『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학교에서는 왜 꼭 필요한 것을 안 가르치는가? 요리, 수영, 연애 등은 교과서에 없다.”는 글이 있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방과후학습을 좀 더 다양하게 교과과정을 개편해야 한다. 또 어느 책을 보니 “영국에서는 놀면서 공부해서 대학에 가고,  한국학생은 죽어라고 공부해서 대학에 가는데, 막상 대학생들을 비교해 보면 한국 학생이 영국학생보다 나은 것 같지 않다.”는 글도 있다. 우리나라 교육제도나 대학입시 정책의 모순을 여실히 보여주는 말이다.

하버드대학교는 공부만 잘 하는 학생을 선발하지는 않는다. 인성과 봉사, 헌혈 등도 입시에 작용한 것을 알 수 있다. 공교육에서는 다양한 교과과정을 개설하여 인성을 길러야 한다. 급하게 시도하는 고교평준화는 미래시대의 독이 될 수 있다.

평준화의 현실과 과거의 정책 반성

대학에 근무하는 교수들은 흔히 “02학번 이후로 정말 가르치기 힘들다.”고 말한다. “PISA(국제학생평가) 결과를 보면 읽기의 경우 상위수준(레벨5)에 도달한 학생의 비율이 우리나라는 5.7%에 불과하다.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과 함께 최하위권이다. OECD 평균이 9.5%인 것을 감안할 때 학력의 하향평준화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이규호, 앞의 논설)”

평준화는 모든 학교의 질을 떨어뜨린다. 김00교육감이 담당했던 어느 도의 경우 최근 3년 동안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는 것은 교육계에서는 두루 아는 사실이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에서는 진보와 보수를 논할 것이 아니라 올바른 정책을 논해야 한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나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잖다’던 교육정책(사회정책 포함)으로 오늘의 우리가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우리 베이비 붐 세대는 자녀를 3명 낳으면 야만인 취급을 받았다. 각종 혜택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그 결과 출산율은 현저히 낮아졌고, 현재 폐교하는 학교가 속출하고 있다. 교육은 후대에 답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교육정책은 인기나 권력의 부산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평준화를 하면 부유층만 혜택을 보는가 자문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평준화로 저소득층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성공한다는 것이 옛말이 되고 있다. 다 똑같이 하려면 무슨 경쟁이 필요하고 누가 열심히 하려고 하겠는가?

다양한 학교로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세상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경쟁이 심하다. 학교에서도 어느 정도의 경쟁은 배워야 한다. 사법고시도 없어지려 하고, 외무고시도 없어졌다. 열심히 공부해서 사법고시에 붙었다는 말이 옛말이 되려 한다. 개천에서 용이 나고 공부해서 출세할 수도 없는 세상이 되려 한다.

요즘은 서울대 부모들의 대부분이 고학력, 전문직, 고소득자들이라는 것은 데이터에 나와 있다. 고등학교 간의 데이터를 모두 공개하고, 자립형 사립고도 필요하면 만들어야 한다. 학부모의 선택 폭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이제는 감출 것이 없는 세상이다. 과거로 회귀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게 과격한 평준화의 채택은 우민을 만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오늘의 인기위주의 정책이 미래에는 파멸을 초래할 수도 있다. 과거의 관행이 오늘날에는 범죄가 되기도 한다. 오늘 하루 우리 아이가 학업스트레스에서 벗어날 것을 생각하기에 앞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예체능 교육을 활성화하고, 생존 수영을 가르쳐 보자. 공교육에서 능히 감당할 수 있는 것들이다. 예순 살이 다 되어가는 친구들이 색소폰을 배우고, 시간이 나면 수영장에 가고 등산을 한다. 미리 고등학교 교과과정에 넣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다양한 교과과정과 특성화고교를 마련하여 공교육을 살리는 것이 고교평준화보다 시급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지나친 무상교육은 과도한 세금을 불러오고 - 세금을 올리자면 낙선하니까 무상교육으로 포장을 한다 - 급격한 평준화는 학력저하를 초래한다. 자녀가 사회에 나왔을 때 잘 극복하고 승리하는 삶을 살게 하려면 적당한 경쟁교육이 필요하다. 나약한 자녀를 원하는 부모는 없다.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후대를 기대한다면 급격한 평준화보다는 다양한 교과과정의 개발을 통한 공교육 살리기로 학부모 선택의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

진보나 보수를 떠나 미래를 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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