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덕의 공연리뷰]

관객  친화적 레퍼토리로 음악팬들 매료시켜
유명 오페라아리아와 뮤지컬 맛깔나게 불러
관련 동영상과 춤 곁들여 생생하게 재현 갈채
테너 윤병길과 소프라노 조정순 가장 돋보여

지난 2003년 창단한 리소르젠떼오페라단(단장 길민호)은 이 지역에서는 널리 알려진 기획공연단체다. 이 오페라단은 대전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를 다니며 오페라, 한국가곡, 뮤지컬과 심지어는 건전가요까지 대중에게 알리는데 적잖이 기여해왔다. 바리톤 길민호 단장을 비롯해 유학파성악가들이 주축이 되어 그동안 수백회의 연주회를 갖는 등 열정적으로 운영해왔다.

지난 6월30일의 시네마 콘서트 ‘영화, 그 찬란한 빛의 노래’는 유명영화에 나오는 친숙한 아리아와 유명뮤지컬을 맛깔나게 재현함으로써 팬들의 갈채를 이끌어냈다. 대전예술의전당 1500여석에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만석에 가까운 관객은 모처럼의 열띤 공연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메르스의 여파로 관객이 적지 않을까 염려했으나 이는 우려에 지나지 않았다.

이날 연주된 노래는 모두 20곡. 앙코르곡까지 포함해 21곡이다. 연주 내내 관련 동영상을 화면에 비추어 이해를 도왔다. 흘러간 영화가 대부분이어서 팬들은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외국영화뿐만 아니라 한국영화와 한국오리지널 뮤지컬도 있었다. 이제훈과 한석규 주연의 ‘파파로티’와 뮤지컬 ‘명성황후’가 그것이다. 거기에 춤까지 곁들여 콘서트를 더욱 빛나게 했다.

오리지널은 오페라의 유령 3곡, 레미제라블 3곡, 시네마천국 2곡, 명성황후 한곡 등 모두 9곡인 반면 오페라 아리아는 모차르트, 베르디, 푸치니, 벨리니, 헨델 등이 망라됐고, 테너 강연종, 김정규, 윤병길과 소프라노 조정순, 박현경, 오미령이 출연해 수준급 가창력을 뽐냈다. 대부분의 레퍼토리는 귀에 익은 친숙한 곡인데다 영화에서도 보고 들어 편했을 것이다.

이날 단연 돋보인 가수는 테너 윤병길(전남대교수). 그는 푸치니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투란도트)와 헨델의 ‘라르고’(세르세), 레온카발로의 ‘의상을 입어라’(팔리아치)를 불렀다. 모두 열창이었지만, 특히 ‘의상을 입어라’에서 그는 유감없는 기량을 보여줬다. 사실 이곡은 무척 어려운 곡이다. 고음이 계속되고 무한한 성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 아리아를 에너지 넘치게 연주했다.

길게 계속되는 고음에서 전혀 힘이 밀리지 않고 수준급 성량을 과시했다. 물론 마이크를 사용해 다소 빛이 바랬지만. 그는 무대에서의 액션도 마치 오페라를 하듯 뛰어난 연기력을 맘껏 과시했다. 그는 타고난 미성에, 드라마티코에 가까운 리리코 스핀토여서 오페라에 잘 맞는다. 베르디 아이다의 라다메스나 오텔로, 푸치니의 투란도트, 토스카에 적역일 듯하다. 그는 소리도 소리려니와 빼어난 외모와 연기도 강점이다.

윤병길 다음으로는 소프라노 조정순도 무르익은 기량을 맘껏 과시했다. ‘울게 하소서’(헨델의 리날도)와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푸치니의 자니스키키)는 그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맞는 곡이었다. 모차르트의 ‘밤의 여왕 아리아’(마술피리)를 부른 소프라노 박현경도 무난했다. 이 아리아는 3옥타브 F까지 올라가는 고음이 여러 번 이어지는 난곡인데 제대로 소화했다.

이밖에 테너 김정규와 소프라노 오미령도 무난하게 불렀다. 이번 무대에서 필자가 특히 주목한 가수는 테너 강연종이다. 그는 몇 해 전 클래식 음악계를 떠나 뮤지컬로 전환한 가수로서 그동안 어떻게 변신했는지 궁금했었다. 한마디로 성공적이었다. 뮤지컬에 맞는 소리로 완전 탈바꿈했고, 마이크사용과 연기에 아주 능숙해 있었다. 레미제라블과 오페라의 유령의 넘버를 능숙하게 불러 앞으로의 활동에 기대를 걸게 했다.

이번 연주회에서 아쉬운 점은  뮤지컬과 오페라 아리아 등을 함께 연주해 어쩔 수 없었겠지만, 스피커볼륨을 더욱 세심하게 조정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관련동영상을 적절하게 편집하여 노래효과를 높인 건 관객들에게 적잖은 공감을 주었지만 반주를 녹음으로 딴 것은 불만이다. 소규모반주라도 생음악으로 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란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이는 예산이 뒤따라야하는 어려움이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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