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호 기고]

금년 4월에 개통한 호남고속철은 국가적으로 볼 때, 경부고속철에 이어 양대 고속철 시대를 개막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지역적으로 영남권에 편중된 각종 혜택에 경부고속철은 교통복지 차원에서 동서격차를 실감시켰던게 저간의 사실이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25년전 노태우 정부때 처음 제기된 호남고속철은 무려 여섯 번의 정권을 거치면서 엎치락뒤치락대다가 마침내 금년에 끝장을 본 것이다.

황인호 대전시의회 부의장
1914년 호남선이 생긴 후부터 따지면 101년 만의 일이고, 2004년에 경부고속철이 개통된 것과 비교하면 11년이 늦다. 어쨌든 바야흐로 호남권도 수도권과 1시간대의 거리로 반나절 생활권에 편입된 것에 축하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일희일비라던가! 국토의 균형을 고려한 호남고속철도망 구축이라는 거시적 명분과는 달리, 25년간 정략적 부침의 또 다른 결과는 서대전역의 침몰 그 자체였다.

호남고속철 천안, 논산, 익산 구간 거론되더니 오송으로

처음 15년간은 천안, 논산, 익산 구간이 거론되는 듯싶더니, 2005년에 갑자기 오송이 툭 튀어나오더니만 아예 눌러 앉혀버렸다. 오랜 기간 잔뜩 충남의 기대를 부풀려 놓고는 슬그머니 충북으로 돌린 것이다. 그러자니 성난 충남의 민심을 어찌 돌릴 것인가? 때마침 다가온 제4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쥐어짠 술수가 남공주역 카드였다.

호남고속철 25년사를 들여다보면, 애당초 서대전역은 배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겨우 김영삼 정권 당시인 1997년에 잠시 스쳐 지나가기는 했었다. 충남과 호남의 입맛에 맞는 천안∼익산안과 청주공항 연계에 따른 오송 경유안 등 두 개의 안과 함께, 정부 대전청사 이전에 따른 대전 경유안이 들러리로 끼워는 있었다.

철도교통에 있어서 대전이 3남의 영주 역할을 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지, 정치권은 그 정도에서 끝내지 않았다. 차제에 백제문화권인 충청권과 호남권의 갈등, 나아가서는 충청권인 대전-충남-충북간의 피 말리는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호남고속철의 분기점이 천안에서 오송으로 바뀌면서 충남과 충북 간에 일대 회오리가 일었고, 호남고속철의 서대전역 경유를 반대하는데 충북과 호남이 연합전선을 펴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던 것이다.

호남고속철 개통과 관련하여 수차례의 방송토론을 해온 필자로서 아직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100년의 역사를 지닌 서대전역을 그동안 무던히도 달갑게 이용해온 호남권이 어느 날 충북과 한 통속으로 돌변하여, 새로이 개통되는 1일 60여 편의 호남고속철 중에 단 한편도 줄 수 없다며 반발하였다는 점이다.

물론 철도교통의 불모지대나 다름없었던 충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송역-서대전역, 오송-남공주역이라는 배분과 상생의 논리보다 철저히 고사시켜야 직성이 풀리었겠는가? 호남권 역시 40여만 명의 호남 출향인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렇게는 못할 것이다.

중앙무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곧잘 들이대는 논리 역시 국토의 균형발전과 경제성인데, 어찌나 이현령비현령으로 꿰어 맞추던지, 우리와 같이 순진한 사람들은 이해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허허벌판인 오송과 남공주에 신설역을 만들 때는 국토의 균형발전을 앞세우는가 하면, 영남권에 고속철 운행편수가 많은 것은 경제성 때문이라고 하면서도 서대전역은 예외로 해둔다.

서대전역 이용객 느는데 하루 고속철 하루 62편에서 18편으로 감편

경제성 측면에서 볼 때, 서대전역은 용산역 다음으로 이용객이 많은 곳이다. 연도별로 볼 때, 서대전역 이용객은 2011년 122만 명, 2012년 178만 명, 2013년 179만 명, 2014년 182만 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그러다가 호남고속철이 본격 개통되면서 정부는 작심한 듯 커나가던 싹을 싹둑 잘라버렸다. 하루에 62편 운행되던 고속철이 18편으로 무려 71%나 감편되었고, 이용객은 하루에 4천8백명에서 3천여명이나 감소되었다. 감소된 이용객중 2000여명은 대전역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나마 운행하는 18편도 ‘철마는 달리고 싶은데도’ 익산에서 멈추고 만다.

서대전역은 그저 경부선의 기착지인 대전역처럼 호남선의 기착지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대전시민 153만 명의 절반 이상과 서부지역을 대표하는 역이다. 이러한 서대전역에 한 가닥 희망이 있다면, 내년 6월 개통예정인 수서발고속철(SR)이다. 이명박 정부시절에 민영화논란으로 북새통속에 탄생한 것이 수서발고속철인데, 필자의 사무실로 며칠 전 그 사장이 찾아와 당면현안에 대하여 대화를 나눌 때, 필자가 꼭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정치권에서는 새로이 운행되는 수서발고속철 1일 60편중에 20편이 서대전역을 경유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듯한데, 천만의 말씀이란다. 수서발 고속철의 사업면허에 서대전역 경유가 빠져있는데 무슨 수로 서대전역을 통과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시바삐 면허내용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내년 총선 전국적 이슈 될 수서발 고속철

내년 4월 총선을 전후하여 전국적으로 공통된 최대 이슈 중에 하나가 국회의원 후보자마다 각기 자기 지역으로 수서발고속철을 끌어들이려는 공약과 함께, 지방자치단체들 간에 지역이기적인 갈등이 호남고속철처럼 재현될 것이 뻔하다.

비록 이러한 우려를 예상하여, 호남고속철 개통 이후에 충청권과 호남권의 7개 광역단체장들이 상생협력을 위한 다짐을 했지만, 면허에도 없는 서대전역을 경유해달라고 떼를 쓰는 것은 우리만의 몫이다. 이와 관련하여 충북의 모 방송사가 금년 2월에 지역뉴스로 띄운 글이 편치만은 않다.

“코레일이 2013년에 만든 KTX 중장기 수요 예측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개통되는 수서발 KTX 호남선에도 서대전역 경유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 수서발 KTX 노선에 서대전역이 빠져 있지만 수요가 꾸준한 만큼 서대전역 경유가 타당하다는 것이어서 충북의 보다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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